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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말벌 침에 목 뚫려도 ‘꿀꺽’…굶주린 논개구리에게는 ‘맛있는 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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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말벌을 잡아먹는 과정에서 참개구리는 수차례 독침에 찔렸지만 상처입거나 죽지 않고, ‘먹잇감‘을 먹어치웠다. 스기우라 신지/에코스피어 제공

장수말벌을 잡아먹는 과정에서 참개구리는 수차례 독침에 찔렸지만 상처입거나 죽지 않고, ‘먹잇감‘을 먹어치웠다. 스기우라 신지/에코스피어 제공


쥐를 죽일 정도로 치명적인 독을 지닌 장수말벌 독침에 수차례 찔려도 참개구리는 먹잇감을 놓치지 않는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 4일(현지시각) 스기우라 신지 일본 고베대 교수가 최근 실험에서 참개구리와 장수말벌 등 거대 말벌 3종을 수조에 넣고 포식 장면을 관찰한 결과, 개구리들은 입과 혀, 눈에 독을 쏘였음에도 말벌을 순식간에 먹어치우는 모습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스기우라 교수는 앞선 연구를 통해 참개구리 뱃속에서 말벌 사체를 발견하고, 개구리가 독침을 가진 말벌 암컷을 삼키는 장면 등을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 개구리들이 어떻게 말벌의 독침을 견디고 피하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 실험을 통해 처음으로 개구리들을 먹잇감을 어떻게 해치우는지를 포착했다. 연구 결과는 생태학 과학저널 ‘에코스피어’에 실렸다.



장수말벌은 말벌 가운데서도 몸집이 가장 큰 종으로, 변형된 산란관을 독침으로 활용한다. 4.3㎜에 이르는 장수말벌 일벌의 독침. 스기우라 신지/에코스피어 제공

장수말벌은 말벌 가운데서도 몸집이 가장 큰 종으로, 변형된 산란관을 독침으로 활용한다. 4.3㎜에 이르는 장수말벌 일벌의 독침. 스기우라 신지/에코스피어 제공


그는 개구리들이 실제로 어떤 전략을 사용하는지 보기 위해 개구리 45마리와 일본에 서식하는 말벌 3종(일본말벌, 좀말벌, 장수말벌) 15마리를 각각 한 마리씩 투명 수조에 넣었다. 말벌 암컷들은 변형된 산란관 구조를 지닌다. 대다수의 곤충은 산란관으로 알을 낳지만, 말벌은 이 기관으로 강력한 독을 주입하도록 진화했다. 특히 장수말벌은 말벌 가운데 가장 몸집이 큰데, 독침으로 자신보다 몇백 배는 큰 쥐를 마비시키거나 사망에 이르게 하고, 인간을 비롯한 많은 척추동물에게 극심한 통증을 유발해 ‘살인 말벌’이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이러한 ‘치명적 무기’도 배고픈 개구리 앞에서는 무력했다. 스기우라 교수가 촬영한 영상에서 개구리들은 입과 혀, 눈에 수차례 말벌 독침이 쏘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말벌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심지어 말벌을 삼키는 과정에서 독침이 목 부위의 피부를 뚫고 나왔지만 그대로 ‘식사’를 이어나갔다. 개구리의 사냥 성공률은 종마다 조금씩 달랐는데, 일본말벌은 93%, 좀말벌은 87%, 장수말벌은 79%가 잡혀먹혔다. 또 몸집이 큰 개구리일수록 사냥에 유리했다.



개구리는 말벌 포식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침에 쏘였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말벌을 잡아먹었다. 스기우라 신지/에코스피어 제공

개구리는 말벌 포식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침에 쏘였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말벌을 잡아먹었다. 스기우라 신지/에코스피어 제공


스기우라 교수는 이번 연구가 말벌 독에 대한 높은 내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실험에 참여한 참개구리의 몸무게는 6~79g으로 일반적으로 쥐보다 작았지만, 실험 과정에서 부상을 입거나 죽은 개체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 반면 말벌 독침에 쏘인 쥐의 치사율은 50%에 이른다. 이 때문에 스기우라 박사는 말벌 독이 개구리보다 조류·포유류 등 더 위험한 천적을 공격하는데 특화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그는 “양서류가 독성 물질을 어떻게 견디는지 연구하면 인간을 포함한 다른 척추동물의 독성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참개구리가 통증을 억제하거나 말벌 독을 견디는 생리적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면 인간의 통증이나 염증을 줄이는 방법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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