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호가 오키나와 인근 미야코 해협을 통과해 태평양으로 향하는 모습을 일본 자위대가 촬영한 것. 로이터 연합뉴스 |
중국군이 ‘자위대 전투기를 향한 레이더 조준’에 일본 근해에서 이례적 항공모함 전투기 이·착륙 훈련을 벌이며 무력 시위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을 겸하는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6일 일본 오키나와 봄선 남동쪽 해상 상공에서 중국군 전투기가 항공자위대 전투기에 간헐적으로 레이더를 쏜 사건이 발생했다”며 “항공기의 안전한 비행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위험한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기하라 장관은 “이번 사건 발생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며 중국 쪽에 강력한 항의와 재발 방지를 엄중히 요구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일본 방위성은 지난 6일 오후 4시32분과 7시8분 각각 오키나와 인근에서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에서 발진한 J-15 전투기가 항공자위대 소속 전투기에게 레이더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록온’(lock-on)으로 불리는 레이더 조준은 대개 특정 물체를 확인하기 위한 ‘탐색용’과 전투 상황에서 미사일 등을 쏘기 위해 상대를 조준하는 ‘화기 관제용’으로 나뉜다. 이 레이더를 맞는 쪽 역시 전파 주파수를 탐지해 ‘조준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다만 기하라 장관은 이번 상황으로 “중국군과 자위대 양쪽 모두 물리적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일본은 이번 ‘레이더 조준’이 중국 쪽의 의도적 도발로 의심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 이후 중·일 대립이 심화하고 있다”며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행위가 일어난 데 대해 방위성과 자위대 안에서도 충격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자위대 내부에서는 “한발만 잘못 내디뎌도 군사 총돌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행위로, 당시 (자위대 쪽 전투기) 조종사에게는 방아쇠에 손가락이 걸린 듯한 공포가 있었을 것”이라며 “미군이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레이더 조사에 대해) 반격을 가했을지 모를 만큼 강한 적대 행위”라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중·일 간에는 지난 2023년부터 우발적 군사 충돌을 막기 위해 방위 당국간 전용 ‘핫라인’을 개설했지만, 현재 실질적인 기능은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갈등이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중국의 무력 시위는 되레 강도를 더하면서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지난 6∼7일께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 전단은 오키나와 동쪽 섬들 사이를 지나며 이틀 사이 함재기를 100여회 출격시키는 훈련을 했다고 보도했다. 방위성 발표를 보면, 당시 랴오닝 전단은 오키나와 바다 북동쪽에서 남쪽을 거쳐 서쪽까지 섬 절반을 훑듯이 지나며 훈련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으로 촉발된 중·일 갈등이 군사적 긴장으로 확대되자 집권 자민당 내부에서도 우려와 함께 ‘냉정한 대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민당 내 안보조사회와 외교조사회는 8일 합동회의를 열어 “(중국군의 행동은) 우발적 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극히 위험한 행위로 용납할 수 없다”며 “정부도 냉정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안보조사회장을 맡고 있는 오노데라 이쓰노리 전 방위대신은 이 자리에서 “중국군의 레이더 조사로 (갈등 수위가) 급격히 위험한 방향으로 치솟고 있다”며 “도발 행위로 받아들여야 하며 앞으로 지속될 여지가 있는 만큼 자위대가 적절한 대응을 해야한다”고 요구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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