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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응’ 아동의 목소리 전하는 ‘어셈블’… 세계가 주목한다

조선일보 문미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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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
세이브더칠드런이 지난 9월 개최한 ‘도전! 레드벨’ 본선에서 아동 참가자들이 기후위기와 아동권리에 대한 학습 내용을 겨루며 응원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는 전국에서 선발된 ‘어셈블’ 아동·청소년 크루가 참여해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세이브더칠드런이 지난 9월 개최한 ‘도전! 레드벨’ 본선에서 아동 참가자들이 기후위기와 아동권리에 대한 학습 내용을 겨루며 응원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는 전국에서 선발된 ‘어셈블’ 아동·청소년 크루가 참여해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세이브더칠드런 제공


12월 10일은 ‘세계 인권선언’ 76주년이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며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세계 인권선언이 국제사회에 선포된 지 76년이 지난 오늘, 아동의 권리는 기후위기라는 새로운 위협 앞에 놓여 있다. 폭염·홍수·가뭄 등 재난은 아이들의 생존·건강·교육·안전을 위태롭게 하며, 아동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이 발표한 ‘기후 위기 속에 태어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출생한 아동은 1960년생과 비교해 평생 6.8배 이상 폭염을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재해 또한 2배 이상 더 겪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제사회가 2015년 합의한 ‘파리협정’에 따른 추정치로, 현재 추세대로라면 지구 평균 기온은 2.6도에서 3.1도까지 상승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아이들의 삶에 심각한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다. 기후위기 책임은 어른들에게 있지만, 그 결과를 감당하는 것은 아이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아이들은 미래를 위해 스스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어셈블, 아동·청소년 기후행동의 중심으로 성장

지난 4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아동들이 “기후위기는 어른들의 문제가 아닙니다”라고 외쳤다. 이들은 세이브더칠드런의 아동·청소년 참여형 모임 ‘어셈블(Earthemble·Earth+Assemble)’ 운영진이다.

‘어셈블’이라는 이름은 운영진이 직접 지은 것으로, ‘지구를 위해 모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동을 단순한 기후위기 피해자가 아닌 대응 주체임을 알리기 위해 2023년 창단됐으며, 이후 어셈블은 국내외에서 기후위기로 위협받는 아동권리를 지키기 위해 활동 중이다.

어셈블은 9월 국회에서 열린 ‘우리 동네 탄소중립, 아동 50인의 제안’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해 지역 기후 문제와 탄소중립 정책에 대해 직접 의견을 제시하고 논의했다.

어셈블은 9월 국회에서 열린 ‘우리 동네 탄소중립, 아동 50인의 제안’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해 지역 기후 문제와 탄소중립 정책에 대해 직접 의견을 제시하고 논의했다.


①정책을 제안하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어셈블이 기후위기를 스스로 배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어셈블위크’ ‘지구 페스타’ 등 아동 참여형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해 왔다. 아동들은 기후위기에 대한 경험과 상상을 그림·영상·설치 작품으로 표현하며, 시각적이고 창의적인 메시지를 통해 사회에 기후위기와 아동권리의 연관성을 알렸다.


올해는 ‘도전 레드벨’ 캠페인으로 학습과 실천을 연결하는 활동을 펼쳤다. 지난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전국에서 1149명의 아동이 어셈블 크루로 참여해 지역별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진행했다. 8월 예선을 거쳐 9월 본선 퀴즈대회에는 아동과 보호자 250여 명이 함께했다. 퀴즈대회에 참여한 아동들은 기후위기와 아동권리에 대한 학습 내용을 겨뤘고, 최종 우승자에게는 환경부 장관상이 수여됐다.

아동들은 ‘레드벨 액션’을 통해 지역의 기후 문제를 조사하고 대응 활동도 펼쳤다. 어린이 국회와 학급에서 직접 정책을 제안했다. 이렇게 수집된 의제는 9월 국회에서 열린 ‘우리 동네 탄소중립, 아동 50인의 제안’ 라운드테이블에서 논의됐다. 아동들은 전국 17개 시도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검토해 지역별 정책을 비교·평가하고, 아동의 관점에서 공감 가는 기후 의제에 직접 투표했다.

어셈블이 ‘지구의 날’에 진행한 퍼포먼스 활동 모습. 기업의 생산 활동으로 가속화되는 기후위기가 아동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알리며, 미래 세대를 위해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책임 있게 작성할 것을 촉구했다.

어셈블이 ‘지구의 날’에 진행한 퍼포먼스 활동 모습. 기업의 생산 활동으로 가속화되는 기후위기가 아동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알리며, 미래 세대를 위해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책임 있게 작성할 것을 촉구했다.


②기업을 향해 외치다

어셈블은 국내 시가총액 상위 50대 기업 가운데 아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20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했다. 그 결과, 기업 생산 활동이 아동권리에 미치는 기후위기 영향을 고려해 대응한 기업은 단 한 곳뿐이었다. 이에 어셈블은 지난 4월 20일 지구의 날을 맞아 성명서를 발표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기후위기는 기업의 생산과 소비 구조 속에서 발생합니다.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논한다면, 반드시 아동권리가 포함되어야 합니다. 모든 기업은 아동 참여형 환경영향평가를 도입하고, 아동의 건강·교육·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공개해야 합니다."

어셈블은 기업과 사회 전반에 아동 중심 지속가능경영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어셈블이 외교부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정부 대표단에 기후위기 대응과 아동 참여권 보장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전달하고 있다.

어셈블이 외교부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정부 대표단에 기후위기 대응과 아동 참여권 보장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전달하고 있다.


③국제사회에 전하다

어셈블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캠페인 ‘#지구예절샷’ ‘#지구야 감상해’ 등으로 사진과 영상을 직접 제작·공유하며 국제연합(UN) 총회, SDGs(지속가능개발목표) 정상회의 등 국제 행사에 전달할 메시지도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아동들은 기후위기와 아동권리를 자신의 시각과 언어로 국제사회에 전하는 경험을 쌓았다.


창단 첫 해에는 ‘제27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입장문을 발표하며 “기후위기는 어른들의 선택이 만든 결과지만, 그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건 아이들입니다. 미래세대의 권리를 보장하려면 지금의 정책 결정 과정에 아동의 목소리가 포함돼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29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글로벌 데이, ’2025 글로벌 그린성장 주간(GGGWeek)‘에서도 아동 대표로 참여해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세대 간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며 국제사회와 소통했다.

지난 11월 열린 ‘제30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는 기후위기로 인한 아동권리 침해 문제를 지적하며 △아동 권리 침해 대응 정책 및 재원 확대 △글로벌 적응 목표(GGA)에 아동 중심 지표 통합 등 7대 요구 사항을 제안했다.

또한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에서는 “플라스틱 오염은 쓰레기 문제가 아니라 미세플라스틱을 통해 아동의 건강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인권 문제”라며, 기업과 정부의 책임 있는 생산·감축 정책 수립을 촉구했다. 어셈블의 활동은 아동이 직접 정책을 만들고 목소리를 내면서 기후위기를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닌 ‘권리의 문제’로 사회가 바라보도록 이끌고 있다.

◇기후위기, 미래세대 생존·권리 위협하는 인권 문제

1989년 유엔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전 세계 모든 아동이 누려야 할 기본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협약 제12조는 아동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으며, 그 의견은 존중되고 진지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규정한다.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미래세대의 생존과 권리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인권 문제다. 모든 아동이 기후위기 속에서도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아동의 목소리를 전하는 어셈블의 활동은 계속될 것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내년 1월 9일까지 ‘세이브더칠드런 어셈블’ 4기 운영진을 모집한다. 자세한 내용은 세이브더칠드런 공식 홈페이지와 어셈블 SNS 계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미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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