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코너] ‘개르신’ 우리집 강아지, 침 맞으러 재활센터 다녀요 : zum 뉴스

“사랑아 잘하고 있어, 3세트만 더 하자!”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반려동물 전용 재활치료 센터. 웰시코기 ‘사랑이’(8)가 수중 탱크에 설치된 러닝머신 위에서 네 다리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무릎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탱크에 쭈그려 앉은 치료사가 러닝머신 버튼을 누르자 사랑이가 탱크 안에서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동물재활치료센터에서 포메라니안 마지아(4)가 레이저 치료를 받고 있다./조민희 기자

바로 옆에선 알래스카 말라뮤트 ‘띵동이’(14)가 대형견 전용 휠체어에 기대 걷기 훈련을 받고 있었다. 띵동이는 얼마 전 대퇴골두 절단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옳지, 잘하고 있어!” 치료사는 띵동이가 뒷다리를 움직이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센터 곳곳엔 ‘침 치료실’ ‘레이저 치료실’ 등이 있었다.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이 늘면서 침술이나 한방 치료, 수중 재활 등이 반려견의 일상 의료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른바 ‘개르신’(개와 어르신의 합성어)들 사이에서 디스크·관절염·슬개골 탈구 같은 질환이 흔해졌기 때문이다. 반려견 재활 치료는 회당 10만~20만원 수준으로 의료보험 적용이 안 돼 고가다. 그러나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반려동물의 회복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돈을 내겠다는 펫팸족이 많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1년 동물등록제에 따라 등록된 반려견 275만여 마리 중 9세 이상 노령견은 114만 6241마리로 전체의 41.4%를 차지했다. 과거엔 12세면 장수견으로 불렸지만 요즘은 18~20세까지 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람의 ‘100세 시대’에 버금가는 고령화가 동물에게도 나타나는 셈이다.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동물재활치료센터에서 웰시코기 사랑이(8)가 침 치료를 받고 있다./조민희 기자

닥스훈트·웰시코기·프렌치불독처럼 허리가 길고 다리가 짧은 견공(犬公)들은 디스크나 마비 위험이 높다. 포메라니안 등 소형견은 슬개골 탈구가 잦다. 웰시코기 사랑이 보호자 김혜민(39)씨는 “디스크가 흔한 체형 때문에 십자인대 수술까지 했다”며 “남들은 ‘강아지한테 재활 치료까지 하냐’고 하지만, 오래 건강하게 살아주는 게 가장 큰 바람”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침·한약·추나요법 등을 반려동물에 적용하는 ‘한방수의학’ 분야도 유행이다. 한방재활센터를 운영하는 신사경 수의사는 “‘개는 그냥 낫겠지’라는 생각은 옛말”이라며 “수술은 대학병원, 재활은 별도 재활 병원에 다닐 만큼 반려견 의료를 세분화해 이용하는 보호자가 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