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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힌 지도와 병오년(丙午年) 동북아 정세 [남성욱의 동북아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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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칼로 작용하는 '뒤집힌 지도'의 의미
2026년 더욱 거세질 중·일 외교안보 갈등
동북아 신질서 태동, 유연한 적기 대응 필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17일 주한미군 홈페이지와 언론에 공개한 '동해가 위로 가도록 뒤집힌 지도(East-Up Map)'. 주한미군 홈페이지 캡처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17일 주한미군 홈페이지와 언론에 공개한 '동해가 위로 가도록 뒤집힌 지도(East-Up Map)'. 주한미군 홈페이지 캡처


'뒤집힌 지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산업계에서는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있다. 원양어선 선장 출신, 자수성가한 창업주는 해양의 중요성을 호소하기 위해 지도를 뒤집었다.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바꾸라는 역발상 메시지였고 큰 반향을 일으켰다.

'뒤집힌 지도'는 과거 일본에서도 발견했었다. 2010년 일본 외무성 초청으로 보름간 일본을 자세히 볼 기회가 있었다. 요코스카 주일미군 기지에서 뒤집힌 지도를 봤다. 미군 공보장교는 "미국의 오래된 구상"이라고 했다. 일본 방위성과 자위대에서도 뒤집힌 동아시아 지도를 관람했다. 바다의 관점으로 한반도를 조망했다는 점에서 북쪽만을 바라보는 우리와 달랐다.

최근 제이비어 브런슨(Xavier T. Brunson) 주한 미군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은 홈페이지에 '동아시아를 거꾸로 바라보는 지도(The East-Up Map)'를 게재하고,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한국·일본·필리핀의 삼각 협력을 강조했다. 꽤 긴 글의 제목은 '한국의 숨겨진 전략적 이점 밝히기'였다.

브런슨의 '뒤집힌 지도'는 내부 교육 자료이기는 하지만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방한 이후 전격 공개됐다. 한국이 스스로 새로운 지도를 그려야 한다는 영감을 불어 넣었다는 점에서 함의가 간단치 않다. 뒤집힌 지도가 미중 갈등 시대에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무엇일까?

그는 "한국이 과거에는 전방에 위치한 외곽 거점처럼 인식됐으나 이제는 접근성, 도달성, 영향력을 갖춘 전략적 중심축(pivot)"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를 치켜 세워서 최소한 한국을 미국 극동 방위선에서 제외한 1950년 초 '에치슨 라인(Acheson Line)' 같은 것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뒤집힌 지도'는 양날의 칼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상을 강조하지만, 신냉전의 뜨거운 현장인 동북아에서 한국의 전략적 유연성을 제한하여 유사시 해외의 전란에 휘말릴 수 있다.


'뒤집힌 지도'는 미중 갈등 시대에 한국의 전략적 역할을 강조하는 미국의 요구를 에둘러 표현했다. 요컨대, 한국은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한편 동북아에서 미국의 대중 방어에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 미국의 관심은 북한의 대남 위협이 아니라 중국의 태평양 진출 저지다. 중국의 해군력이 타이완-필리핀-오키나와 등을 연결하는 제1 도련선을 돌파한 만큼 미국은 일본-사이판-괌-인도네시아를 잇는 제2 도련선을 수호하는 전략도 위태롭다.

2026년 동북아 국제정세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有事) 발언으로 중일 간 극한 갈등 지속 등 새로운 외교 안보 이슈가 부상하며 복잡한 한 해가 될 것이다. 바다에서의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중국이 조공을 받쳤다는 역사적 영유권을 주장하는 오키나와 주변 바다에는 중무장한 함정들의 기동소리가 요란하다.

트럼프는 중일 갈등에서 일본의 자제를 요청하는 등 동북아 안보의 주춧돌(corner stone)이라는 미일동맹의 가치에 맞지 않는 중립적 입장을 보였다. 한편 미국 상원은 대만과 미국의 공식 교류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내년 4월 트럼프의 중국 방문 등 외교 빅이벤트도 확정됐고 상반기 미북 간 정상회담도 가시권에 있다. 백악관은 트럼프 2기 국가안보전략(NSS)을 공개하며 북한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동북아의 신질서가 태동하고 있는 셈이다.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적기 대응하지 못하면 국가 존립의 미래가 흔들리는 시대다.


2026년은 말띠 해다. 병오년 새해는 야생마처럼 도전과 변화의 외교 안보 태풍이 몰려올 것이다. 힘이 넘치는 붉은 말이 앞으로 잘 달릴 수 있도록 국민들의 외교안보 지성이 필요한 해가 될 것이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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