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단순한 언어 번역기관이 아니라, 한국 서사를 함께 설계하는 글로벌 파트너로서 위상을 정립해 나가겠다.”
전수용(71) 한국문학번역원장이 취임 1년차에 밝힌 구상이다. K-콘텐츠가 ‘한국에서 만든 콘텐츠’(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국경을 넘어 함께 기획·제작하는 협업형 ‘메이드 위드 코리아’(Made with Korea)로 변화하는 지금, 번역원의 역할 역시 문화 기획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전 원장의 판단이다.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한국적 서사가 지닌 보편성과 그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한 ‘번역’의 힘을 다시금 각인시켰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는 다국적 협업을 통해 전통적 K-콘텐츠 개념을 확장한 대표 사례다.
전수용(71) 한국문학번역원장이 취임 1년차에 밝힌 구상이다. K-콘텐츠가 ‘한국에서 만든 콘텐츠’(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국경을 넘어 함께 기획·제작하는 협업형 ‘메이드 위드 코리아’(Made with Korea)로 변화하는 지금, 번역원의 역할 역시 문화 기획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전 원장의 판단이다.
전수용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이 서울 강남구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한국적 서사가 지닌 보편성과 그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한 ‘번역’의 힘을 다시금 각인시켰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는 다국적 협업을 통해 전통적 K-콘텐츠 개념을 확장한 대표 사례다.
전 원장은 취임 1년 계기에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K-컬처의 성취를 잇는 ‘넥스트 K’의 핵심에는 번역이 있다”며 “K문학이 세계문학의 하나의 축이 되도록 번역 기반을 정비하고 담론을 형성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문학번역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으로 한국 문학의 번역과 유통을 지원하는 등 번역가 인큐베이터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내년 출범 30주년을 맞는다.
다음은 전수용 원장의 일문일답이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번역원 위상은
△확실히 달라졌다. 한강 작가 수상 이후 언론에서의 번역원 언급이 많아지고 여론의 관심도 높아졌다. 번역원 사업에 대해 문의하는 출판사들도 많아졌다. 실제 사업 지표를 보면 변화가 뚜렷하다. 올해 해외 출판사 대상 번역출판 지원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증가했고, 샘플·시놉시스 번역 지원도 상반기에 이미 작년 전체의 65%를 넘었다. 해외교류 지원 역시 29% 이상 증가했고, 신규 지원 기관만 40곳이다. 번역아카데미 야간과정 지원자 수도 27% 넘게 증가했다. 야간과정은 직장인이나 전문 번역가 지망생이 참여하는 과정으로, 한국문학 번역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었다고 볼 수 있다.
-K문학이 주목받는 이유는
△한국문학은 단지 한 지역의 문학이 아니라, 보편적인 주제를 섬세하게 다룬다. 개인과 사회, 역사와 감정이 복합적으로 얽힌 서사를 풀어내는 데 강점이 있다. 한강 작가에 대해 한림원이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간의 연약함을 아름답게 표현했다”고 평가한 것도 그런 이유다. 한국문학은 앞으로도 세계 문학 안에서 독보적인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전수용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
-K문학 관심을 이끌 전략은
△관심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도록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현재 가장 큰 과제는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이다. 번역아카데미도 역할을 해왔지만, 고급 번역 인력 양성과 학문적 연구를 병행할 수 있는 제도권 교육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문 번역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기반이 된다. 또한, 번역뿐 아니라 해외에서 한국문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기반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2026년 발간 예정인 영문 문예지의 한국문학 특집호, 세계 각국 번역가들과 아카데미 수료생들을 초청하는 세계번역가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케데헌의 흥행은 ‘메이드 위드 코리아’ 전환을 보여준다. 번역원 역할은
△번역원은 그간 한국문학의 번역과 출간 지원, 번역 교육 사업 등을 통해 문화 전파의 기반을 마련해왔다. 최근에는 영상 자막 번역까지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예컨대 넷플릭스와 협업해 번역아카데미 수료자 중 일부가 실제 오리지널 콘텐츠 7편에 자막 번역가로 참여했다. 단순한 언어 전달을 넘어, 한국적 서사와 정체성을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가 관건이 된 셈이다. 또한 웹툰,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 중인 K-콘텐츠 흐름에 대응해 번역 교육의 범위를 넓히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번역대학원 설립을 통한 전문 인력 확대도 구상하고 있다. 향후에는 단순 번역 기관이 아니라 K-콘텐츠의 공동 설계자, 문화 파트너로서 번역원의 역할을 정립하고자 한다.
-한국계 창작진들의 K콘텐츠 제작 참여는 번역원의 디아스포라 문화 사업과도 맞닿는다.
△디아스포라 문학은 단순히 해외 거주 한국인의 글쓰기가 아니다. 이들은 식민, 전쟁, 분단, 이주 등 복합적인 역사적 맥락을 품고 있으며, 언어의 혼종성과 정체성의 경계, 공동체의 회복 등을 주제로 삼는다. 김주혜, 이민진 같은 작가들이 국제문학상 수상과 글로벌 콘텐츠 제작을 통해 그 가능성을 증명했다. 향후에는 지역별 디아스포라 지원 방식의 다양화, 본토문학과의 교류, 다언어 창작 제도화 등을 논의할 시점이다. 디아스포라 창작자들이 세계 독자와 한국 문화를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본다.
-숙원인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은
△2026년 인가 획득을 목표로 현재 교육부에 자료를 제출했다. 인가가 나면 바로 설립 및 운영 준비에 들어갈 계획이다. 전공은 한국문학번역학 단일 전공으로 개설하고, 입학 정원은 30명, 전체 정원은 60명 규모로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 번역원 본사 건물을 리모델링해 캠퍼스로 활용하고, 전임교수는 10명 정도 채용할 예정이다. AI 시대에 맞는 AI 윤리, 디지털 역량, 다문화 이해 등 통합 커리큘럼도 포함할 계획이다.
전수용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이 한강의 책을 들여보이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
-번역가 처우 개선은
△번역가들의 처우 개선은 중요한 과제다. 작년부터 번역가 간담회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를 사업에 반영하고 있다. 그 결과 번역료 단가를 평균 100만 원가량 인상했으며, 현재 최고 번역료는 1200만~1300만 원 수준이다.
-정부 예산은 늘었나
△2026년 정부안이 2025년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2026년에는 번역 및 출판 지원을 확대하고, 한국문학 해외 진출 활성화를 위한 원스톱 패키지 지원, 해외 담론 활성화를 위한 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K문학의 해외 진출 전략은
△핵심은 작품의 지속적인 생산과 해외 진출을 연결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작가들이 안정적으로 창작할 수 있도록 집필 지원, 창작 공간, 상주 작가 프로그램 등 생태계를 강화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국가별 문화적 맥락과 독자 성향에 맞춘 맞춤형 큐레이션과 전략도 중요하다. 비평과 연구, 교육까지 아우르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해외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AI 번역의 방향성은
△AI는 자료 검색이나 용례 비교, 초벌 번역 등 보조 도구로 활용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문학 번역에서 가장 중요한 감정, 리듬, 인물 간 관계와 역사적 맥락 해석 등은 인간 번역가만이 해낼 수 있는 부분이다. AI는 도구로 적극 활용하되, 문학 번역의 본질은 여전히 사람의 해석과 창의성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