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ldplay (2013) |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거인 아틀라스는 티탄 전쟁에서 제우스에게 패한 대가로 영원히 하늘을 떠받치는 형벌을 받았다. 북아프리카의 아틀라스 산맥이 하늘을 받치고 있다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상상력은 여기서 비롯되었다. 이 신화적 거인의 이름은 세계 지도를 뜻하는 ‘아틀라스’라는 단어로도 남아 인류 문명에 각인됐다.
2013년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는 영화 ‘헝거 게임: 캣칭 파이어’의 사운드트랙을 위해 이 곡을 녹음했다. 밴드로서는 처음으로 영화를 위해 곡을 쓴 것이었다. 크리스 마틴의 절제된 보컬과 피아노의 서정적인 선율과 신서사이저의 웅장한 울림이 어우러진 이 발라드는 16개국 차트에 진입했다. 그래미와 골든글로브 후보에도 올랐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상호 의존을 노래한 이 곡은 아틀라스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우리는 불길에 휩싸였고/ 곧 폭발 직전이라고 말하지/ 당신의 세상을 짊어지겠어/ 당신의 세상과 모든 아픔을 짊어지겠어(Caught in the fire, say oh/ We’re about to explode/ Carry your world/ I’ll carry your world/ Carry your world and all your hurt).”
지난 5일 백악관이 발표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에는 이런 문구가 등장한다. “미국이 아틀라스처럼 전 세계 질서를 떠받치던 시대는 끝났다.” 동맹국들의 무임승차와 무역 불균형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게 국방비를 GDP의 3.5%로 늘리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제1도련선 방어를 위해 동맹국들이 “집단 방어를 위해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1995년 이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구축한 자유무역의 질서는 이제 ‘서반구 우선주의’, 즉 트럼프식 먼로주의(Monroe Doctrine)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앞에서 재편되고 있다. 이제 ‘세계의 경찰’로서 지구촌을 수호한다던 미국의 자부심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은 이제 계산기를 두드리는 강대국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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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헌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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