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말말말’은 최근 논란이 된 사안과 관련해 관심을 끈 주요 인사 발언 등 화제가 됐던 말을 골라 소개합니다. 해당 발언에 동의·지지하는 입장이거나 그 반대 입장이거나,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요.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편집자 주>
◆김남국, 민주당 문진석 의원 인사 청탁에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김현지 “유탄 맞아, 김남국과 누나 동생 사이 아냐”
“남국아 우리 중대(중앙대) 후배고 대통령 도지사 출마 때 대변인도 했고 자동차 산업협회 본부장도 해서 회장 하는데 자격은 되는 것 같은데 아우가 추천 좀 해줘. 너도 알고 있는 홍성범이다.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 좀 해줘 봐.”(문진석)
김남국 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 연합뉴스 |
◆김남국, 민주당 문진석 의원 인사 청탁에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김현지 “유탄 맞아, 김남국과 누나 동생 사이 아냐”
“남국아 우리 중대(중앙대) 후배고 대통령 도지사 출마 때 대변인도 했고 자동차 산업협회 본부장도 해서 회장 하는데 자격은 되는 것 같은데 아우가 추천 좀 해줘. 너도 알고 있는 홍성범이다.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 좀 해줘 봐.”(문진석)
“넵 형님, 제가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 홍성범 본부장님!!”(김남국)
지난 2일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김남국 대통령비서실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이 텔레그램으로 나눈 문자 메시지 내용이다. 문 의원이 당일 국회 본회의 도중 김 비서관에게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차기 회장에 홍성범 전 KAMA 본부장을 회장으로 추천해달라는 문자를 보낸 장면이 뉴스핌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알려졌다. ‘훈식이 형’은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현지 누나’는 김현지 제1부속실장을 의미한다.
문 의원과 김 비서관 사이에 오고간 메시지는 누가봐도 부적절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대통령실과 민주당 입장에선 여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약한’ 사안이었다. 두 사람이 여의도 정치권의 원조 친명(친이재명)계 그룹 ‘7인회’ 멤버인 데다 이 대통령과 중앙대 동문(문 의원은 82학번 동기, 김 비서관은 후배)이고,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야당이 ‘만사현통’이라 부르며 정권 실세 중의 실세로 지목한 김 부속실장이 언급됐기 때문이다. 국민들 보기에 이 대통령 측근 그룹이 끼리끼리 정실 인사를 해왔던 것 아니냐고 의심해도 할 말이 없게끔 비쳐질 만했다. 더욱이 인사위원장인 비서실장과 달리 제1부속실장은 인사 관련 업무를 하지 않고, KAMA는 민간 협회라 대통령실 인사권과 무관한 기관인데도 두 사람의 문자는 마치 김 부속실장이 인사에 영향력을 미치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대통령실이 다음날 아침 일찍 “부정확한 정보를 부적절하게 전달한 내부 직원(김남국)에 대해 공직 기강 차원에서 엄중 경고 조치했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선 이유다. 하지만 비판 여론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논란이 확산하자 결국 김 비서관은 4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호재를 쥔 야권은 공세의 고삐를 더욱 당겼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만사현통’(모든 것은 김현지 부속실장을 통한다)을 부각시키며 김 부속실장 경질을 압박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5일 “김남국 비서관만 꼬리자르기식 사표를 냈고, 김현지 실장은 여전히 존엄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며 “(19)87년 민주화 이래, 김현지 실장만큼 무소불위의 실세는 없었다. 역대 최강 실세”라고 꼬집었다. 박수영 의원도 “사실 관가와 정가에서는 김현지 제1부속실장이 총무비서관 시절부터 온갖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썰’이 파다했다”며 “김남국 해고는 ‘입틀막’이다. ‘다시는 김현지를 언급하지 말라’는, 대통령실과 관가 전체에 보내는 경고”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각각 “이재명정권에 충고한다. V0 김현지를 버리라. 그러지 않으면 단언컨대 이 정권 끝까지 못간다”, “이재명정부의 인사 메커니즘 특징은 딱 세가지다. ‘김’현지 통해서, ‘대’장동 변호사, ‘중’앙대 끼리끼리. ‘김대중’으로 요약된다”며 특별감찰관 신속 임명을 촉구했다.
김 부속실장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5일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의원과 김 전 비서관의 부적절한 문자 내용에 따른 논란과 관련해 “나는 유탄을 맞았다”며 “(김 전 비서관과도) 누나 동생 하는 사이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느냐’는 물음에도 “아니다”고 못박으며, “(대통령을 모시는) 이 자리가 어렵다. 그래서 항상 언행에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문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부적절한 처신 송구하다”며 공개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민주당 의원이 김 전 비서관을 옹호하고 나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5선인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동료 후배 의원들께서도 저를 의원, 전(前) 대표보다는 대부분 거의 형님, 큰형님이라고 부른다”며 “정치권에서 형, 형님, 누나, 누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선배 동료들을 살갑게 부르는 민주당의 일종의 언어 풍토”라고 김 전 비서관의 ‘훈식이형, 현지누나’ 언급을 두둔했다. 같은 당 강득구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대통령께 누가 되지 않으려고 또 김남국은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저는 김남국을 알기에 여전히 김남국을 사랑한다”며 “세상이 그에게 돌을 던진다면 저도 함께 맞겠다”고 엄호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12·3비상계엄 1년을 맞은 3일 광주 서구 5·18기념회관을 찾아 5·18 3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유족회) 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
◆조경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최고형으로 다스려야”…“윤석열 비상계엄은 전두환 쿠데타 세력을 단죄하지 못한 탓”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이 막바지를 향해가는 가운데, 국민의힘 최다선(6선) 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최고형으로 다스려 더 이상 헌정유린 세력의 싹들이 자랄 수 없도록 완벽히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3 불법 계엄 1주년인 지난 3일 광주를 찾아 내놓은 ‘광주 선언’을 통해서다. 그는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가 현재를 구했고, 대한민국을 구했다”며 “광주 민주영령들께서 흘리신 숭고한 피가 12·3 비상계엄을 막았고, 대한민국을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구해냈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윤석열 비상계엄은 전두환 쿠데타 세력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한 결과”라며 “(전두환처럼)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대를 동원하고 대한민국을 충격과 공포를 몰아넣고도, 결국 사면복권 되고 천수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윤석열 비상계엄의 사실상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단죄’를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이 저지른 죄에 걸맞게 최고형으로 다스려 더 이상 선진 대한민국에 헌정 유린 세력의 싹들이 자랄 수 없도록 완벽히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의원은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한 뒤에도 “지난 12·3비상계엄을 막지 않았었더라면 또 다른 제2의 광주와 같은 끔찍한 상황이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너무도 마음이 아프다”며 “윤 전 대통령이 너무 괘씸하다”고 했다. 그는 12·3계엄 사태에 대한 국민의힘의 진솔한 사과와 반성도 주문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그런 목소리가 상당하지만 정작 장동혁 대표는 요지부동이다. 장 대표는 오히려 거대 야당(민주당)의 입법 폭거에 대한 저항수단이었다는 식으로 12·3계엄의 불가피성을 역설하거나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한 채 ‘계엄·탄핵의 늪’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다. 다수 민심과 역행하는 처사다. 장 대표의 억지 주장과 이해할 수 없는 고집불통에 중도층은 물론 합리적인 보수층마저 등을 돌리면서 국민의힘의 내년 지방선거 성적표도 참담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혼용무도' 이재명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에서 윤한홍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
◆원조 친윤 윤한홍, “똥 묻은 개가 벼 묻은 개 비난”… ‘윤석열 계엄·탄핵의 강’ 못 건너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겨냥
이에 ‘원조 친윤(친윤석열)’ 핵심으로 손꼽히는 국민의힘 3선 윤한홍 의원마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인연,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의 굴레를 벗어나자”고 호소하고 나섰다. 윤 의원은 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주최 ‘혼용무도(昏庸無道) 이재명 정권6개월 국정평가 회의’에 참석해 “국정 마비가 계엄의 원인이라는 얘기는 더는 하면 안 된다. 이런 논리로 계엄이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12·3 비상계엄이 민주당의 의회 폭거 탓이라는 장 대표의 면전에서 이른바 ‘계몽령’ 주장을 그만하라고 쏘아 붙인 것이다.
윤 의원은 “(이재명정부가) 아무리 사법·국정농단을 저지르고 대장동 항소를 포기하는 상식 밖의 행동을 해도, 대통령 지지율이 60% 가까이 간다”며 “국민의힘 지지율은 과락 수준에서 변동이 없다. 우리가 비판할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하는 국민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이) 어이없는 계엄을 한 것은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 그 계엄이 이재명 대통령을 만들어준 것”이라며 “똥 묻은 개(국민의힘)가 겨 묻은 개(민주당)를 비판하는 꼴이니, 우리가 아무리 이재명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한다. 백약이 무효”라고 말했다.
그는 “지방선거 이겨서 대한민국 살려야 할 것 아니냐. 내란 프레임 지긋지긋하지도 않으냐”며 “지금 이 상태로 가면, 지방선거 지면 내란 딱지는 5년 내내 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의원은 “계엄을 벗어던지고 그 어이없는 판단의 부끄러움을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우리를 국회의원을 만들어준 그 지지 세력, 한편으로는 당 대표를 만들어준 그런 분들에 대한 섭섭함은 지방선거 이겨서 보답하면 된다. 몇 달간 ‘배신자’소리 들어도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실상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는 우리가 계엄을 사과하고 윤 대통령과 절연하는 것을 제일 싫어할 것”이라며 “그렇게 해야만 국민이 우리에게 마음을 주고 이재명 정부가 국정 분탕질을 마음 놓고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와신상당의 자세로 윤 전 대통령과의 인연,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의 굴레를 벗어나자. 우리가 계엄을 벗어던지면 내란 프레임은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별다른 반응 없이 윤 의원의 발언을 경청했지만, 대표적 친윤 의원이자 영남에 기반한 당 중진이 윤 전 대통령과 단절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어서 당내 파장이 예상된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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