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2.3 °
중앙일보 언론사 이미지

조진웅 은퇴 선언에 불 붙었다…'소년범 전력' 소멸시효 논란

중앙일보 임성빈.이아미
원문보기
댓글 이동 버튼0
배우 조진웅이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기념 홍범도 장군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 발표회의 인사말을 하는 모습. 뉴스1

배우 조진웅이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기념 홍범도 장군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 발표회의 인사말을 하는 모습. 뉴스1



배우 조진웅(49)이 미성년 시절 범죄를 인정하고 은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소년범 전력’이 개인의 장래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는 게 타당한지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미성년 때 범행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제약이 된다면 다른 소년범의 교화 가능성을 꺾는 것이란 의견과 대중에게 모습을 보이는 공인인 만큼 ‘2차 피해’ 예방을 위해서라도 더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단 주장이 맞선다.

조진웅은 7일부터 방영되는 방송 프로그램 내레이션 등에서 모두 하차했다. 앞서 조진웅은 그가 고교생 시절인 1994년 성폭행·절도 등의 범죄로 소년보호 처분을 받고, 소년원에 송치됐다는 보도가 나온 뒤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중단, 배우의 길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고 했다. 다만 조진웅 소속사는 “(조진웅은) 성폭행 관련 행위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소년범죄 처분은 낙인 안 찍으려는 제도”



일각에선 소년 시절 범죄에 대한 처벌을 받은 사람에게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도소장을 지낸 이언담 경기대 범죄교정심리학과 초빙교수는 “소년보호 처분은 청소년기 잘못에 대해 교육을 통해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도록 하는 조치”라며 “30년이 넘은 사건으로 한 사람의 과거를 다시 들춰버리는 것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소년보호 처분은 사람에게 낙인을 찍지 않기 위한 제도인데, 향후 소년범 교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과거 연예계에는 수년 전 학교 폭력 논란으로 활동을 중단한 배우 지수, 아이돌 그룹 르세라핌의 전 멤버 김가람 등의 사례가 있다. 그러나 30여년 전 소년범 전력 때문에 모든 활동에서 하차한 일은 드물다.

소년법은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제32조 6항)고 규정한다. 아울러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성행을 교정해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와 관련,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소년범죄 전력을 계속해서 책임지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런 사례 때문에 소년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이 또 과거에 얽매일까 전전긍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년범죄에 대한 처분은 전과가 아니다”며 “소년 사범은 사회로 복귀시키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교화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연구위원은 “공인으로서 피해자와 과거에 대한 뉘우침은 공개적으로 표현할 필요는 있었다고 본다”고 짚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조진웅은 청소년 시절에 잘못을 했고, 응당한 법적 제재를 받았다”고 적었다. 한 교수는 “청소년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을 하면서도 교육과 개선의 가능성을 높여서 범죄의 길로 가지 않도록 한다”며 “이게 소년사법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년이 어두운 과거에 함몰되지 않고, 수십년간 노력해 사회적 인정을 받는 수준까지 이른 것은 상찬받을 것”이라며 “지금도 어둠 속에서 헤매는 청소년에게도 지극히 좋은 길잡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름 바꾼 조진웅…“공인 향한 비판 마땅”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조진웅이 공인으로서 그동안 쌓아왔던 이미지와 상반되는 전력을 숨겨 왔다는 비판의 여론도 많다. 여러 영화에서 독립투사나 형사로 등장한 조진웅은 과거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에 국민 특사로 참여하고, 제80회 광복절 경축식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대표 낭독하기도 했다. 그가 본명인 조원준 대신 부친의 이름으로 활동한 것이 범죄 이력을 감추기 위함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공인이기에 소년범 전력 관련 비판은 마땅하다는 시각도 있다. 경기 수원에서 보호관찰 청소년 등을 교육하는 아랑학교의 구자송 이사장은 “청소년기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고 해서 아이들 인생의 앞길을 영원히 막아서는 절대 안 된다”면서도 “그러나 공인이 과거 사회적으로 쉽게 용납되지 않는 수준의 범행을 했다면, 대중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사회에 더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국·이준석·나경원 등 정치권도 이견



정치권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여권 일각에서 옹호론이 일자 야당은 즉각 비난에 나섰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청소년 시절의 잘못을 어디까지, 어떻게, 언제까지 책임져야 하는가”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가명을 쓰고 범죄 전과를 감추며 온갖 정의로운 척 위선으로 지금의 지위를 쌓았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공직자와 고위공무원 등의 소년기 흉악범죄 전력을 국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인용해 “성인과 죄인의 유일한 차이는 모든 성인은 과거가 있고, 모든 죄인은 미래가 있다는 점이다”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한 인물의 과거를 이유로 삶을 단정해선 안 된다는 의미로, 조진웅에 대한 비판 여론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이 되는 데 음주운전, 공무원 자격 사칭, 폭행과 집기 파손쯤은 문제없다는 것을 지난 6월 민주적 투표가 보여줬다”며 “폭행을 시인한 배우가 소년범 전력으로 은퇴하게 됐으니, 대통령은 괜찮고 배우는 은퇴해야 되는 모순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임성빈·이아미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김민종 미우새 논란
    김민종 미우새 논란
  2. 2이이경 유재석 패싱 논란
    이이경 유재석 패싱 논란
  3. 3차태현 성격 논란
    차태현 성격 논란
  4. 4박나래 주사이모 논란
    박나래 주사이모 논란
  5. 5윤태영 웰터급 챔피언
    윤태영 웰터급 챔피언

함께 보면 좋은 영상

중앙일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독자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