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은 본질적으로 대규모 데이터, GPU 연산, 인프라 기반의 자본집약적 구조를 갖고 있다. 기술력·연구 인력·글로벌 레퍼런스를 신속히 확보한 기업은 빠르게 경쟁우위를 쌓고, 이후 투자는 자연스럽게 소수 상위 기업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올해 투자금 흐름을 살펴보면 이러한 구조적 특징이 더욱 뚜렷해졌고, 이에 따라 대형 AI 기업 중심 '옥석 가리기'가 가속화되는 시장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11월 투자 1위 기업이 AI 모델·서비스 기업이 아니라 반도체 장비 기업이었다는 사실이다. AI 수요가 커질수록 데이터센터·반도체·전력·네트워크 등 인프라 전반이 함께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분명히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산업이 확장될수록 공정 장비, 소재, 패키징, 냉각·전력 장비, 네트워크·광통신 장비 등으로 수요가 확장되며, 이와 같은 'AI 주변산업의 구조적 성장'이 투자를 견인하고 있다. 핵심 기술만큼이나 기반 인프라 안정성이 중요해진 시장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단순 자동화 서비스나 범용 챗봇처럼 경쟁 진입장벽이 낮은 분야는 투자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고 있다. 산업별 실증(PoC)과 반복 매출 구조를 확보한 B2B 솔루션, 기술 장벽이 높은 AI 반도체·에이전트·모델 인프라 등은 투자자들의 선호가 이어지고 있어, 향후에도 '고장벽·고자본·고확장성' 중심의 선택과 집중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러한 흐름은 자연스러운 산업 성숙의 과정이지만, 동시에 유망 초기기업의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경계가 필요하다. 자본이 상위 기업에 집중될수록 초기 단계의 혁신 기업들은 검증 기회와 시장 진입 속도가 늦어지고, 이는 장기적으로 산업 다양성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 결국 AI 산업의 건강한 성장에는 '대형 기업의 스케일업'과 '초기 기업의 진입·실험'이 균형 있게 유지되는 구조가 필수다.
이 지점에서 초기 투자액셀러레이터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액셀러레이터는 대형 펀드가 다루기 어려운 초기·실험 단계 기업을 발굴하고 검증하는 기능을 맡아왔다. 특히 기술 기반 창업자들이 첫 매출 이전 불확실성을 넘을 수 있도록 돕는 존재며, 시장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AI 분야처럼 기술 난도가 높은 영역일수록 창업 초기의 실증·검증·제품화 단계에 전문 파트너가 필요하다. 초기 투자액셀러레이터가 이 부분에서 기여할 수 있는 폭은 앞으로 더 넓어질 것이다.
정부의 정책 뒷받침 또한 중요하다. 현재 정부는 딥테크·AI 분야에 대한 정책금융과 R&D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며, 공공 데이터·GPU 활용 인프라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초기 기업 실험 비용을 낮추고, 소수 기업 중심 자금 편중을 완화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액셀러레이터·지역 투자기관·대학기술지주 등 다양한 투자 주체가 AI 초기기업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여지를 넓히는 것 역시 필요하다. 초기 기업이 시장 진입의 문턱에서 멈추지 않도록, 정책과 민간이 함께 '균형 있는 성장 구조'를 만드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AI 시대 투자는 더 가파르게, 더 정교하게 변화하고 있다. 자본이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는 시기일수록, 초기 생태계는 더욱 세심한 보호와 촘촘한 지원 구조가 필요하다.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는 앞으로도 유망한 기술 창업자들이 시장에서 설 자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한국 AI 산업이 다양성과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역할을 다해 나갈 것이다. AI 투자의 흐름은 바뀌겠지만, 혁신 출발점은 언제나 초기 창업자에서 시작됨을 잊지 않겠다.
전화성 초기투자AC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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