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쓰레기 뒤지고 고인 물 마시며 강아지들 지켜낸 엄마개 '보름'

[가족이 되어주세요] <521> 5세·암컷·믹스견·보름

경기 화성시에서 새끼들을 지켜낸 엄마개 보름이 구조 전(왼쪽)과 후의 모습. 동물구조단체 위액트 제공

지난 9월 경기 화성시에서 한 시민은 동네 고양이 밥을 훔쳐 먹는 흰색 털의 개를 발견했습니다. 심한 피부병으로 털과 피부는 벗겨진 채 심하게 마른 상태였습니다. 개는 고양이 사료, 식당 쓰레기봉투를 뜯다 쫓겨나길 반복하면서도 자리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시민이 사료를 건네자 개는 허겁지겁 먹기 바빴는데요, 자세히 보니 젖이 불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시민은 개를 쫓아가 젖먹이 강아지들을 기르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동물구조단체 위액트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위액트 활동가들은 제보 장소로 한걸음에 달려갔지만 엄마개는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고, 새끼 다섯 마리는 시보호소로 옮겨져 있었습니다. 이 중 한 마리는 이미 사망했고, 다른 한 마리는 위급한 상황으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활동가들은 먼저 세 마리를 보호소에서 데리고 나왔습니다.

경기 화성시에서 새끼들을 지켜낸 엄마개 보름이의 구조 전 모습. 위액트 제공

이후 활동가들은 엄마개를 구조하기 위해 다시 현장을 찾았습니다. 며칠이 지나 엄마개를 겨우 목격했지만 경계심이 매우 심해 쉽게 구조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엄마개가 자주 머무는 곳에 포획틀을 설치하고 밤낮으로 현장을 지킨 끝에, 55일 만에 구조에 성공했습니다.

활동가들은 보름달처럼 빛나는 눈을 가진 개에게 '보름'(5세 추정, 암컷)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지요. 떠돌이 생활에 익숙했던 보름이는 위액트 보호소에 온 이후 긴장해 제대로 눕지조차 못했습니다. 또 극심한 저체중 상태였지요. 자궁 축농증이 있었지만 치료를 마쳤고 지금은 건강을 되찾은 상태입니다.

활동가들은 빛나는 보름달 같은 눈을 가진 개에게 보름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위액트 제공

보름이는 현재 개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아직 많은 친구를 만난 건 아니지만 만난 친구들과는 대부분 잘 지낸다고 합니다. 궁금한 것이 많지만 아직 무서운 것도 많아 호기심이 생길 때는 코를 씰룩거리거나 주변을 맴돌며 다가옵니다. 아직 사람의 손길은 낯설지만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다고 합니다.

위액트 측은 "보름이 더 이상 거리에서 새끼를 지켜야 하는 엄마개가 아니라, 한 가족의 사랑을 받는 반려견으로 살길 바란다"며 "마음을 열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주고 관심을 가져줄 수 있는 가족이 나타나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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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양문의: 동물구조단체 위액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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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