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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잘 추려면 춤만 춰서는 안돼요.”
지난달 23일 은평구 서울 무용창작센터에서 열린 한국무용 워크숍. 강사로 나선 서울무용제 홍보대사 기무간의 말이다. 지난해 ‘스테이지 파이터’에서 스타로 뜬 그가 일반인 강의에 나선 건 처음. 단 스무명에게 주어진 기회는 순식간에 마감됐고,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이 모였다.
‘한국무용 전도사’ 기무간의 춤 워크숍 체험기
“춤을 잘 추려면 춤만 춰서는 안돼요.”
지난달 23일 은평구 서울 무용창작센터에서 열린 한국무용 워크숍. 강사로 나선 서울무용제 홍보대사 기무간의 말이다. 지난해 ‘스테이지 파이터’에서 스타로 뜬 그가 일반인 강의에 나선 건 처음. 단 스무명에게 주어진 기회는 순식간에 마감됐고,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이 모였다.
올해 서울무용제 홍보대사로 발탁되어 20대부터 50대까지 비전공자 대상 한국무용 워크숍을 진행한 스타 춤꾼 기무간. 최기웅 기자 |
‘한국무용이라면 나도 한번…’하며 기자도 용기를 냈는데, ‘깐깐한 무간씨’의 강의는 녹록지 않았다. “바른 몸에서 바른 춤이 나온다. 바른 몸이란 몸 안에 뼈들이 제자리에 잘 있는 것이고, 그러려면 많은 힘이 필요하다”는 말로 수업을 시작했다. 일단 예열부터. 무릎을 꿇었을 뿐인데 허벅지가 당겨왔다. 허벅지 사이에 낀 종이를 떨어뜨리지 않는 느낌으로 바닥을 밀어내며 엉덩이를 살짝 떼라는데, 3초도 못 견디겠다. 그대로 허리를 펴고 머리를 뒤로 제끼며 사선을 만든 뒤 몸을 일으키라니, 진땀이 흐른다.
한국무용을 잘 추기 위한 기초가 되는 코어 힘 강화 훈련. 최기웅 기자 |
이번엔 무릎꿇고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은 뒤 팔꿈치로 바닥에 원을 그린다. 손바닥과 손목이 뒤집히며 돌아간다. 뭐하는 짓이지? “이 감각들이 중요한 요소가 될 테니 기억해두세요.” 드러누워 가슴 아닌 배를 부풀리는 들숨 쉬기 훈련까지. 코어 힘과 손목 사용, 호흡법까지 한국무용의 ‘기초’를 맛본 셈이다.
한국무용의 기본 팔사위를 묶어놓은 ‘12체’를 시연하는 기무간. 최기웅 기자 |
‘기초’ 다음엔 ‘기본’. 한국무용의 기본 팔사위 12개를 모아놓은 ‘12체’다. 허벅지에 끼운 종이를 떨어뜨리지 않는 느낌으로 스텝을 밟으며 물속에서 저항감을 받는 듯한 움직임으로 팔을 젓는다. 팔을 조금씩 위로 향하니 동작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기초’에서 팔꿈치로 원을 그리던 감각도 살아나는데, 막상 장구 반주가 시작되니 마음만 들썩인다. 온몸의 관절이 어색하게 꺾일 뿐, 한국춤의 ‘살랑살랑’이 얼마나 유연성이 필요한지 깨닫는다.
함께 헤매던 40대 회사원 이가원씨는 “이럴 줄 알았다”고 했다. 평소 70대 모친과 함께 기무간의 공연을 빠짐없이 보러 다닌다는 그는 “춤을 잘 추는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을 체험해보러 왔다. 쉬워 보이는 동작도 이렇게 어려운 것처럼, 내가 쉽게 하는 일도 그렇게 하기 위해 힘든 과정이 있었다는 걸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제주도에서 왔다는 장지혜씨는 기무간 춤에 반해 한국무용 취미교실을 몇달째 다니고 있다고. 그는 “작품부터 배우는 취미교실이 물고기를 잡아줬다면 무간씨는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줬다. 디테일한 움직임의 원리를 배울 수 있어 유익했다”고 말했다.
워크숍 후 기무간에게 만남을 청했다. 최근 서울시무용단 ‘미메시스’에서 전통춤을 추고 워크숍까지 진행하니 ‘한국무용 전도사’인 줄 알았는데, 본인 생각은 좀 달랐다.
Q : 오늘 너무 힘들었다. 뭘 배운건가.
A : “동작부터 따라하는 건 부질없다. 뭔가 제대로 경험해보고 가는 게 낫지 않나. 우리는 이런 걸 기본 삼고 이런 훈련을 통해 이런 움직임을 하게 되었다는 걸 공유하고 싶었다.”
Q : 한국무용은 일반인에게 좀 수월할 줄 알았다.
A : “전통춤은 거의 발레 만큼이나 오래 배우고 깊게 파고들어서 연마해야지, 꾸준히 하지 않을 거면 의미 없다. 서울무용제 개막식에서 팔순 넘은 선생님들이 축하공연을 하셨는데, 보통은 앉고서기도 힘든 연세인데 꾸준히 움직였으니까 그럴 수 있다. 나도 죽기 직전까지 춤추는 게 꿈이지만, 전통춤은 어차피 꾸준히 못하면 잘할 수도 없으니 ‘내것’을 더 창작하려고 한다.”
Q : 대중적인 한국무용에 대한 고민은 없나.
A : “원로 선생님들도 수십년 전부터 대중화 노력을 했지만 안 됐다. ‘스테파’로 알려진 우리를 보러 왔다가 다른 무용도 보러 다니는 분들이 생겼다는 게 긍정적인 변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계속 춤을 추는 것이고, 대중적인 무용을 만들 게 아니라 대중에게 무용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
올해 그는 “기억을 다 못할 만큼” 많은 무대에 섰다. 최근 한두 달만 해도 ‘미메시스’를 비롯해 김재승 안무가의 ‘신아위’, 아이키와 함께 한 ‘U&I 콘서트’, 변재범 안무가의 ‘울음의 정원’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참여했다. 자신의 안무작 ‘낙원을 찾아서’ 지방 투어도 마쳤는데, 직접 꾸린 ‘랑만’ 팀과 함께 앞으로는 창작에 집중한다는 포부다. “여러 작업에 참여하며 사람들과 만났다 헤어지는 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와 닮은 식구들이 모이는 공간이 ‘랑만’이라는 팀이고, 앞으로의 기무간은 그저 ‘랑만’이고 싶어요. 우리가 하는 게 그냥 쇼가 아니라 아트라고 하려면 보여지는 영역보다 느껴지는 영역에 침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뜻 맞는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만들 겁니다.”
Q : 한국춤의 정서를 살리고 싶을텐데.
A : “당연히 가슴속 깊이 있지만 그걸로 뭘 하려고 하면 이상해진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는 한국무용이 없다. 날리는 천 같은 게 한국춤의 멋인데, 그걸 내 공간감으로 만들고 싶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내 몸으로 전달하고 싶지, 화려한 춤사위는 중요하지 않다.”
Q : 춤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가.
A : “그때그때 다르지만, 조명이 꺼지고 객석에 불이 들어와도 사람들이 금방 나가지 못할 만큼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낙원을 찾아서’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낙원을 괜히 먼 데서 찾고 있는 지도 모른다.”
팬들은 기무간에 대해 “다정해서 좋다”고 했지만, 그와의 대화는 까다로웠다. 결코 심플하게 대답하는 법이 없었는데, 호페쉬 쉑터와 오하드 나하린을 좋아한다는 말에 “자유를 추구하나 보다”고 하니 처음으로 즉각 긍정했다. “춤출 때 자유롭다고 느끼는 건 아니고 자유롭게 춤출 때가 좋아요. 춤을 무조건 좋아하진 않거든요. 자유롭고 싶은가 봐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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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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