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가 오는 10일부터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접근을 차단하고, 이를 어기는 플랫폼 사업자들은 480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는 ‘극약처방’을 실시한다. 정부 차원에서 청소년 전체를 대상으로 이런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전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유튜브 등 16세 미만 계정 금지
6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호주의 온라인 안전 규제 기관인 e세이프티위원회는 호주에서 시작되는 청소년 소셜미디어 금지 조치가 빅테크를 억제하려는 세계적인 움직임의 첫 번째 도미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튜브앱 아이콘. 시드니=로이터연합뉴스 |
◆인스타그램·유튜브 등 16세 미만 계정 금지
6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호주의 온라인 안전 규제 기관인 e세이프티위원회는 호주에서 시작되는 청소년 소셜미디어 금지 조치가 빅테크를 억제하려는 세계적인 움직임의 첫 번째 도미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줄리 인먼 그랜트 e세이프티위원은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접근을 차단하는 방식에 대해 처음에는 우려를 표명했지만, 점진적인 규제 변화가 효과적이지 않자 이를 수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호주의 온라인안전법에 따르면 10일부터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계정의 생성·유지를 막기 위한 합리적 조치를 입증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플랫폼 사업자에게 최대 4950만 호주 달러(약 480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스냅챗, 스레드, 틱톡, X, 유튜브, 레딧, 킥, 트위치 등 10개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대상이다. 다만 로그인하지 않아도 볼 수 있는 공개 콘텐츠는 청소년이 볼 수 있다.
e세이프티위원회에 따르면 호주 16세 미만 청소년의 약 96%인 100만명 이상이 소셜미디어 계정을 갖고 있다.
호주에서는 전날부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스레드가 수십만 개의 청소년 계정을 비활성화하기 시작했다. 계정이 로그아웃되고 다시 사용하기 위해서는 연령 확인을 거쳐야 한다. 또한 미성년 사용자에게 사진과 연락처를 다운로드하도록 권고하고, 16세가 될 때까지 계정을 삭제하거나 동결할 수 있는 선택권도 제공한다.
호주의 학부모들은 이같은 조치에 환영하고 있다. 시드니에 사는 제니퍼 제니슨은 “정말 좋은 일”이라며 “소셜미디어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큰데 부모들이 부담을 덜 받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호주 시드니에 사는 한 청소년이 집에서 유튜브를 보는 모습. 시드니=AFP연합뉴스 |
◆소셜미디어로 불행해지는 청소년들
호주가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차단하는 세계 첫 국가급 실험을 시작한 것은 청소년을 불행하게 만드는 소셜미디어 사용을 그대로 둬서는 안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호주 정부는 우울·불안을 야기하고 성적 콘텐츠·유해 정보를 노출하며, ‘무한 스크롤’ 등 중독을 유발하는 소셜미디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핵심 명분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예방하는 것은 기업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끼치는 위해가 심각하다는 연구결과는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UCSF) 연구팀이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을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사용 시간이 하루 평균 7분에서 73분으로 늘어날 때 우울 증상이 3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소셜 미디어와 청소년 정신 건강’ 보고서에서 하루 3시간 이상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우울·불안 증상을 겪을 위험이 두 배 이상 높다고 경고했다.
여러 연구는 소셜미디어의 기본 보상 작용인 좋아요·알림과 알고리즘 기반 추천 등이 청소년의 미성숙한 충동 조절, 인정 욕구와 결합되면 성인보다 훨씬 심각한 결과를 낳는다고 설명한다. 이는 수면 박탈, 주의력 저하, 학업 성취 감소, 또래와의 갈등 증가 등 다양한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반면 소셜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들은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접근을 강제로 막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해왔다. 이들은 차단 조치가 청소년의 사회·정치적 참여 기회를 제한할 수 있고 우회 계정을 사용해 접근하는 것까지 막을 수 있냐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차단이 소통 공간을 없애 더 고립된 세대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른 국가에들도 호주의 이번 실험을 주목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내년부터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계정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뉴질랜드, 덴마크, 프랑스 등에서 유사한 제도 도입을 예고했거나 검토하고 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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