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궁금해졌다, 통영에는 왜 예술가가 많을까. 작곡가와 화가, 작가들이 나고 자란 도시를, 작은 물음표를 안고 걸었다. 감성이 흐르는 골목과 잔잔한 다도해, 바다 너머를 물들이는 노을, 옹기종기 모인 집과 어선, 갈증을 채우는 맛있는 음식. 그 모든 것에서 답을 찾았다. 낭만이 짙게 밴 통영에선 짧은 머무름도 한 편의 시가 된다.
색채의 마술사를 만나다, 전혁림미술관
낮은 집과 정겨운 목욕탕 굴뚝이 보이는 봉수골은 감성이 넘치는 마을이다. 오래된 건물과 새로 생긴 카페가 공존하는 골목에 유독 눈에 띄는 건물이 있다. 과감한 색의 전혁림미술관이다.
통영에서 태어난 화가 전혁림(1916~2010)은 통영의 바다를 사랑했다. 거기에 전통 문양과 오방색, 민화를 더해 독창적이고 강렬한 세계를 탄생시켰다. 전혁림 화백과 그의 아들 전영근 화백의 작품을 타일에 담아 미술관 외관에 붙였다. 그렇게 건물 자체가 거대한 추상화가 되었다.
색채의 마술사를 만나다, 전혁림미술관
전혁림미술관은 작가가 추구했던 통영의 바다와 색채 미학을 집약해 건물 자체가 작품이 된 공간이다. |
낮은 집과 정겨운 목욕탕 굴뚝이 보이는 봉수골은 감성이 넘치는 마을이다. 오래된 건물과 새로 생긴 카페가 공존하는 골목에 유독 눈에 띄는 건물이 있다. 과감한 색의 전혁림미술관이다.
통영에서 태어난 화가 전혁림(1916~2010)은 통영의 바다를 사랑했다. 거기에 전통 문양과 오방색, 민화를 더해 독창적이고 강렬한 세계를 탄생시켰다. 전혁림 화백과 그의 아들 전영근 화백의 작품을 타일에 담아 미술관 외관에 붙였다. 그렇게 건물 자체가 거대한 추상화가 되었다.
이곳은 전혁림이 30여년간 살던 집이자 작업실이었다. 통영에서 태어나고 생을 마감한 화가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인 셈이다. 미술관은 두 동으로 나뉜다. 안쪽의 건물은 상설전시관으로 1층과 2층에선 화가의 작업 도구를, 3층에선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실에서 마주한 작품은 무슨 수식어를 써도 빛이 바랠 듯 작품 속 색은 격렬하고 명징한 대비를 이룬다. 그러나 동시에 한없이 익숙한 감정이 드는 것은 화폭에 담긴 것이 통영의 바다이기 때문일 것이다. 화가가 보았을 색을 상상하며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통영과 사랑에 빠진다.
통영과 책으로 이루어진 집, 봄날의 책방
전혁림미술관 바로 옆에는 봉수골의 또 다른 명소 ‘봄날의 책방’이 있다. 통영에서 문을 연 출판사 ‘남해의 봄날’이 책방을 내기로 마음먹었을 때 38년 된 폐가가 눈에 들어왔다. 이를 지역 건축가 강용상과 6개월에 걸쳐 복원했다.
그렇게 탄생한 책방은 편안한 옛집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다. 누군가가 생활하던 거실과 방, 부엌은 가구와 집기 대신 책으로 가득하다. 방마다 책과 인테리어 콘셉트가 조금씩 달라서 예술가의 집을 구경하듯 한 바퀴 돌아보는 재미가 있다.
남해의 봄날에서 펴낸 책들을 모아둔 ‘봄날의 서가’, 통영의 바다를 닮은 ‘바다 책방’, 통영 문학이 주축이 되는 ‘작가의 방’,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 깃든 ‘책 읽는 부엌’ 등 테마도 참 통영답다. 봄날의 책방에는 숨은 공간도 있다. ‘책 읽는 다락방’은 다락방을 빌려주는 프라이빗 대관 서비스다. 장인이 만든 전통 가구와 소반으로 꾸민 방은 여러 작가가 실제 하룻밤 머물기도 했다고. 대여 대상은 책방 회원에게만 한정된다는 설명에 그 자리에서 바로 회원으로 가입했다. 다음엔 조금 더 깊게 만나요, 봄날의 책방.
바다 위 감성, 선셋 요트 투어 & 독일서 온 낭만 한 잔, 라인도이치
거장의 반열에 오를 수는 없지만, 잠시 감성을 깨우고 싶다면 바다로 나가보자. 통영의 바다를 즐기는 방법은 많지만 이번엔 요트에서 노을을 보기로 했다. 상상만으로도 낭만적이다. 통영에는 선셋 요트 업체가 많아 출발 지점도 다양하니 코스와 숙소 위치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투어 소요 시간은 대개 1시간30분 안팎이다. 해가 지기 전에는 한산도와 죽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만든 풍경을 감상하고, 해가 질 즈음엔 붉게 물든 하늘을 만끽하는 코스다. 요트가 출발하고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기 시작하면 선장의 역사·문화 해설이 투어에 재미를 더한다. 이순신 장군과 한산대첩, 눈길을 사로잡는 거북 등대와 연필 등대의 생김새, 잘 잡히는 어종과 어부들의 삶까지 선장의 이야깃거리가 바다처럼 넓다.
노을을 감상하는 데에는 운이 필요하다. 날씨에 따라 일몰을 볼 수 없다는 건 당연한 일. 그래도 지금의 이 하늘은 오늘만 볼 수 있는 장면이니까, 눈에 고이고이 담아보자.
낭만의 종착지는 한 잔의 맥주다. 미수항 인근에 자리한 라인도이치는 독일 전통 수제 맥주를 선보인다. 이름부터 ‘Rein Deutsch’, 순수한 독일식이라는 뜻이다. 현재의 이름으로 오픈한 것은 2019년이지만 긴 역사와 노하우를 가진 집이다. 2002년, 독일 뉘른베르크 데바수스 양조장의 기술을 도입하며 문을 연 하우스맥주 펍 데바수스가 그 전신이다. 2012년 데바수스가 문을 닫은 뒤 7년이 지나 창립자의 아들과 독일 맥주를 사랑하는 이들이 뭉쳐 라인도이치를 탄생시켰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커다란 양조 설비가 보인다. 양조 탱크와 벽돌과 나무를 활용한 인테리어, 아치형 큰 창문이 이국적이다. 이는 분위기에 그치지 않는다. 물·맥아·홉만 쓰는 전통 방식을 고수해 만든 라인도이치의 맥주 한 잔은 16세기 독일 맥주의 맛을 그대로 전한다.
필스너, 바이젠, 골든에일과 IPA는 향과 맛이 달라 취향을 찾느라 몇잔이고 들이켜게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통영의 로스터리 카페 ‘삼문당’ 원두를 넣어 커피 향이 나는 흑맥주 커피 스타우트, 거제도 생유자를 사용해 깔끔한 밀맥주 유자바이젠이라는 훌륭한 변주도 존재한다.
맥주에는 좋은 안주도 필요한 법. 라인도이치에서는 스테이크와 피자, 파스타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덕분에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또 석 잔이 된다. 서두를 것 없다. 겨울의 밤은 길고, 통영의 낭만은 찬찬히 음미해야 제맛이니까.
고향으로 돌아온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기념관
한국적 정서를 세계 현대음악으로 확장한 20세기 대표 작곡가 윤이상. |
세계적인 작곡가를 기리는 기념관도 통영에 있다. 산청에서 태어나 통영에서 자라고 활동하다 일본, 프랑스를 거쳐 독일 베를린에 정착한 윤이상(1917~1995)의 삶이 이곳에서 펼쳐진다. 기념관은 공원과 함께 자리한다. 산산한 계절, 목도리를 두른 윤이상 동상이 여행자를 맞는다. 그가 남긴 말도 다문다문 보인다. 타계 30주년을 기념한 어록전시회 ‘음표 사이에 숨은 말’의 일환이다.
“어느 날 일을 끝내고 다시 한국의 고향에 돌아가 그저 조용히 해변에 앉아서 낚시를 하고 싶습니다. 마음속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그것을 써두지도 않고, 커다란 정적 속에 내 몸을 두고 싶습니다. 또 나는 그 땅에 묻히고 싶습니다. 그 고향 대지의 따스함 속에 말입니다.”
윤이상기념관은 고향 통영에 돌아온 세계적 작곡가의 삶과 음악적 유산을 담아냈다. |
그 간절함은 사후 20여년 뒤 이뤄졌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2010년에 기념관이 통영에 문을 열었고, 2018년엔 그의 유해가 베를린에서 통영으로 이장되었다. 추모지는 통영국제음악당에 마련됐다. 생전 그의 소망대로 통영의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통영 | 글·사진 김기쁨 여행작가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