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정치 보복, 마녀사냥 안 된다.”
범정부 차원의 ‘헌법존중 정부혁신 TF(태스크포스)’가 지난달 구성되면서 12·3 비상계엄 가담자들을 가려낼 제보센터를 꾸린 경찰 조직에선 이 같은 반응이 나온다.
4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이 내부 제보센터를 설치하고 본격 운영을 시작한 지난달 24일 이후 경찰 내부망에 올라온 관련 공지에 “정치 보복의 시작”이라는 댓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댓글은 “경찰청 헌법존중 TF는 순수한 피해자들을 양산해서도 안 되고 마녀사냥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위법한 명령인 줄 알면서도 이를 지시한 상급자는 처벌받아야 하지만 명령에 따라 방어적으로 행동한 하급자는 면책되어야 한다”고 적었다.
이외에도 “내란 시행을 저지한 양심적인 행동가들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며 계엄 관여 처벌 외에 계엄을 막은 이들을 찾아내 격려하자는 제언도 나왔다.
내부망에 공지가 게시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반응은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선 경찰관들의 반응은 경계하거나 심드렁한 쪽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라는 큰 조직에서 계엄 가담자는 극히 일부고 대부분 연관이 없으니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관은 “관련한 언급은 일체 자제하라는 방침”이라며 말을 아꼈다.
TF는 경찰청에서 가까운 모처에 별도 사무실을 차리고 활동하고 있다. 이미 일부 경찰들을 불러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 동조’ 어디까지 처벌되나…“업무 단톡방 발언 등 해당”
비상계엄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것을 넘어 ‘동조’까지 제보 대상으로 삼은 걸 두고 일각에선 ‘지나친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국무조정실이 배포한 헌법존중 TF 제보 대상 기준은 계엄 사전모의·실행·은폐 등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뿐 아니라 사후 정당화와 동조까지 포함된다. 단순 견해 표명은 조치 대상에서 제외된다지만 어디까지가 정당화나 동조에 해당하는지 모호하다.
경찰청 헌법존중 TF 관계자는 “국무조정실 가이드라인에 따라 상황별로 살펴볼 문제지, 정확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공직자로서 직무 관련한 처신을 중점적으로 따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적으로 나눈 발언은 대상이 될 수 없고 공적인 공간에서 있었던 발언에 (조사가) 제한될 것”이라며 “가령 직원들과 단톡방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사적인 자리에서 친구들과 얘기하는 것과는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를 주재하며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출입을 통제한 경찰의 행위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 |
동조 행위에 대한 제보를 받는 것을 두고 ‘공직 사회 길들이기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공공정책 전문가는 “어떠한 발언만으로 처벌할 법적 근거는 없더라도 평판 체크로 사용될 수 있다”며 “일종의 블랙리스트처럼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조로 인한 실제 징계나 처벌 가능성에 대해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계엄을) 옹호하는 발언을 누가 듣고 제보한다면 처분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조사 대상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관측했다.
상호 감시 구조가 조직에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동료의 상호감시가 조직원 간의 신뢰를 해칠 수 있단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전문가는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서로 감시하도록 한 북한의 ‘오호담당제’가 연상된다”고 했다. 그는 “경찰은 정권과 상관없이 치안유지와 범죄예방이라는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직에 이런 스트레스를 준다면 ‘나만 무사하면 된다는 식’의 보신주의라는 후유증으로 돌아올 게 명확하다”고 우려했다.
‘휴대전화 조사’ 등 과도한 침해 논란 잇따라
지난해 12월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배치됐던 경찰버스가 철수하고 있다. [연합] |
앞서 정부가 헌법존중 TF가 공직자 개인 휴대전화 포렌식을 포함한 대대적인 조사를 펼치겠다고 밝히자 공무원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 국무조정실은 지난달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본인 동의가 없다면 어떤 경우에도 휴대전화를 확인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경찰청도 “휴대전화 조사는 극히 예외적으로 필요성이 있을 때 본인 동의를 전제로 가능할 것”이라며 “일괄 제출 요구라든지 제출 거부 시 불이익 조치는 고려한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직 조직 특성상 휴대전화 제출 요구에 거부 의사를 표명하긴 쉽지 않을 거란 우려는 끊이지 않는다. 민 위원장은 “경찰 지휘부가 제출을 거부하더라도 인사상 불이익이 없다고 확실하게 천명해야 자의성이 담보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정부가 공무원에게 개인 휴대전화 제출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취지의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휴대전화에는 사생활 전체가 담겨 있으므로 단순한 자료 제출이 아니라 사실상의 압수수색”이라며 “내부 조사 등을 이유로 공무원에게 휴대전화 제출을 압박하는 것은 헌법상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뿐 아니라 영장주의 정신을 침해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소속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달 14일 성명을 내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헌법 질서 회복을 위해 적극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조사 범위가 지나치게 폭넓게 적용되어 의혹 제기만으로 무리한 조사로 이어지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헌법존중 TF 활동과 관련해서 자발적 신고는 처벌을 감면하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내란 사태는 적당히 덮어놓는 게 통합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극렬하게 가혹하게 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