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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뜬 스웨터, 왜 해외 쇼핑몰에?"…억울함에 잠못드는 작가들

중앙일보 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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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쇼핑몰에서 자신의 뜨개 스웨터 디자인이 무단으로 판매되는 것을 발견한 뜨개 작가의 모습. 사진 챗GPT

해외 쇼핑몰에서 자신의 뜨개 스웨터 디자인이 무단으로 판매되는 것을 발견한 뜨개 작가의 모습. 사진 챗GPT



2년째 뜨개 도안 작가로 활동 중인 A씨는 최근 한 해외 쇼핑몰에서 자신이 디자인한 스웨터가 판매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꽈배기 모양 배치와 무늬 등 작은 디테일까지 A씨의 뜨개 도안과 확실히 일치했다. 해당 디자인은 유사한 형태로 20개가 넘는 업체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A씨는 “몇 달 동안 힘들게 완성한 나만의 디자인인데 해외 쇼핑몰에서 무단으로 복제하고 유통하고 있었다니 억울하고 황당하다”며 “또 어딘가 에서 내가 디자인한 옷을 맘대로 팔고 있지는 않을지 찾아보느라 밤을 샌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저작물 소명을 하고 신고 조치는 했지만, 왜 피해자가 이렇게 스트레스 받으며 직접 나서야만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최근 뜨개 작가들 사이에서 개인 창작물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A씨 사례처럼 직접 디자인하고 저작권·디자인 등록까지 한 의류 도안이 국내 인터넷 쇼핑몰이나 테무·타오바오 등 해외 쇼핑몰에서 기성복 형태로 제작되고 유통되는 사례가 흔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뜨개 작가 B씨는 “Raverly 등 유명 뜨개 도안 플랫폼에도 등록한 가디건 디자인이 버젓이 기성품으로 제작 및 판매되고 있는 걸 발견했다”며 “도안을 만들며 고민했던 시간들까지 전부 도둑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뜨개 도안 작가 C씨가 디자인한 가디건(왼쪽)과 해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가디건(오른쪽) 사진. 사진 C씨

뜨개 도안 작가 C씨가 디자인한 가디건(왼쪽)과 해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가디건(오른쪽) 사진. 사진 C씨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유명 뜨개 디자이너 ‘Petite Knit’가 디자인한 가디건 ‘Dagmar Jacket’의 이미지를 인터넷에 검색하자, 여러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유사한 디자인의 상품들이 검색됐다. 한 쇼핑 업체에서는 해당 디자이너가 직접 착용하고 게시한 사진까지 무단으로 도용해 100 캐나다 달러(약 10만 5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코바늘로 뜨는 소품을 주로 만드는 한 해외 디자이너는 지난달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패턴을 도둑 맞았다”며 “AI를 사용해 배경만 교묘하게 바꾸고 똑같이 판매하는 업체들을 발견했다”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패스트패션 업계 규모가 확대되면서, 디자인 저작권 침해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 섬유 업체 NS인터네셔널 텍스타일은 지난 4월 미국 LA 법원에 중국 패스트패션 쇼핑몰 ‘쉬인(Shein)’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긴 소매 A라인 드레스 등 세 가지 품목의 디자인을 무단으로 복제하고 유통했다는 이유에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쉬인에 대해 제기된 저작권 또는 상표권 침해 소송 건수는 90여 건에 달한다. 반대로, 지난해 8월 쉬인은 워싱턴DC 연방 법원에 중국 쇼핑몰 ‘테무’(Temu)가 자사의 디자인을 도용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큰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대응하기 힘든 개인들의 경우 더욱 저작권 침해의 위험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우선 개인 창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디자인권을 사전에 등록하는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 변호사는 “개인 창작물이 무단으로 도용당했을 경우엔 저작권법과 디자인보호법 위반으로 민·형사적 대응을 할 수 있다”며 “동시에, 적극적으로 디자인권을 등록해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전율 기자 jun.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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