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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한 윤석열, 그는 여전히 '계엄 성공'을 꿈꾸고 있다

프레시안 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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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윤석열의 12월 3일자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은 별로 가치가 없는 오물일 수 있다. 지난 1년간 그가 보여온 행위의 추함과 천박함, 참담함의 연장선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의 텍스트를 읽고 반박하고 부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고민도 하지 않은 게 아니다. 공론장을 더럽히고 언어를 오염시키기 때문에 계속해서 다루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말에도 일정 부분 동의한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윤석열의 텍스트는 반박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공론장에서 다루든 않든 윤석열의 텍스트는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살아서 어디선가 소비된다. 예전엔 신문에 실리느냐, 방송 전파를 타느냐 여부가 중요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도 아니다.

오물을 수거하기 위해선 먼저 오물을 묻혀야 하는 법. 매일 치워도 치워도 매일 새로 나오는 오물을 매일 수거하는 직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다. 오물에도 종류가 있다. '지구는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에겐 일일이 반박하지 않아도 된다. 무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석열의 존재는 유해하다. '윤석열은 죄가 없다'는 믿음을 유포하는 건 멀쩡한 사실을 '입증되지 않은 가설'로 끌어내리고, 합리적 가치를 '편파적 주장'인 것처럼 꾸며주기 때문이다. 이런 공해는 세상에 해악을 끼친다.

물론 '윤석열은 죄가 없으며 비상 계엄은 잘 한 일이고, 탄핵은 나쁜 것이다'라고 믿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전한길 같은 그런 사람들이 세를 넓히려는 시도를 할 때, 그렇지 않다고 보는 의견이 더 많고 더 합리적이며 더 풍부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우린 게을러질 수가 없는 것이다.

윤석열이 '광인 전략'을 쓰고 있다는 건 앞선 칼럼에서도 짚은 바 있다. ([박세열 칼럼}윤석열이 쓰는 '광인 일기', 그리고 '가짜 미치광이 쇼') 그는 김건희의 사법 리스크와 한동훈에 대한 증오를 버무려 '사적인 계엄'을 선포하고 내란을 획책해놓고도, 갑작스레 '반국가 세력 척결'이란 대의(?)를 포장지로 두르고 한줌 지지층을 선동하면서도, 정작 법정에 나와선 책임을 미루거나 바보인 척 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그런 면에서 내란 1주년에 나온 윤석열의 '말씀'은 모순투성이다. '말씀'이란 게 '거기 있으라'고 해서 윤석열의 유니버스가 존재하는 게 아니다. 윤석열에 따르면 이 나라는 "자유헌정질서를 붕괴시키려는 체제전복 기도"가 있는 나라다. "스파이 천국"이 되고 있으며 "북(北)의 지령을 받은 민노총 간부 등의 간첩활동이 활개치"는 나라이고, "친중·종북 매국행위가 판을 치"는 나라다. "독재의 폭주와 법치의 붕괴"가 일어나고 "헌정질서의 파괴"가 눈 앞에 나타난 나라다.

윤석열의 '말씀'대로라면 미국의 트럼프는 이 '악마의 땅'에 와서 '독재자'에게 핵추진 잠수함을 안겨줬다. 대다수의 국민은 스파이 천국의 간첩과 매국노들에게 표를 몰아줬고, 나라의 근간이 붕괴되는 걸 즐기고 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코스피 지수는 4000을 돌파했으며, OECD는 내년도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내다보고 있다.

윤석열의 '말씀'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비상사태 선포에 뜻을 같이해 주신 국민 여러분, 특히 분연히 일어선 청년들께 감사드린다. 하지만 제가 부족했다"는 부분이다. 윤석열의 충실한 하수인 김용현은 국회에서 군인들을 철수시키며 했다는 "중과부적(적은 수로 많은 수를 대적하지 못한다)"이라고 했다. 그렇다. 윤석열은 계엄에 실패한 것을 후회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계엄이 "국민이 깨어나 망국의 위기를 초래한 대의권력을 직접 견제하고, 주권 침탈의 위기를 직시하며 일어서달라는 절박한 메시지"였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실패를 자책한다.


이런 '말씀'은 법정에서 '한시적 계엄'이라고 떠들고 있는 본인의 주장과도 상충된다. 본인 주장대라면 이 땅은 '악마의 땅'인데,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는 게 '한시적 계엄'이나 '경고성 계엄'으로 가능한 일인가.

윤석열의 변호인은 그가 "빨리 무죄를 받아서 부하들을 살리는 길임을 알고 온갖 조롱과 수모를 버티고 있다"며 "대통령이 무죄가 되어야 부하들도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윤석열은 법정에서 충암고 후배이자 내란의 손발이었던 전 방첩사령관에게 '이놈, 저놈' 막말을 쏟아내다가 자신의 부하였던 홍장원에게 "피고인,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냐"는 핀잔을 듣고 있다.

심지어 윤석열은 "(김용현에게) 군을 쪼끔 투입하라고 했는데 뭘 그렇게 군을 자꾸 여기저기 보낼려고 하나. 하지 마라. 하고 제가 잘랐다"고 말했지만, 역시 거짓말이다. 여론조사 꽃에는 이미 군인들이 투입돼 있었다. 판사가 "대통령 지시도 없이 국방부장관이 그랬느냐"라고 하니 윤석열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모든 책임은 군 통수권자인 제게 있다"고 말하며 '계엄은 정당했다'고 주장한다면, 부하들에게 내린 명령도 정당했을텐데, 왜 명령에 따라 군을 동원하고 정치인 체포 명령을 수행하려 한 부하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혼자 살기 위해 어줍잖은 법 기술을 부리는 지 모를 일이다. 그래놓고 '내가 무죄를 받아야 부하들도 살수 있다'는 말을 뻔뻔하게도 내뱉고 있는 것이다.

옥중에선 '계엄을 제대로 못했다'고 후회하는 윤석열, 법정에선 부하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윤석열, 그리고 지지자들에겐 '분연히 일어서라'고 주문하는 윤석열. 모두 같은 윤석열이다. 이런 모순적 자아 분열은 음모론을 섬기는 자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런 인간이 석방되거나, 내란죄를 비켜간다면 이 사회에 아주 해로운 '독'을 풀어 놓는 셈이 될 것이다.

윤석열의 증언과 태도에서 유일하게 모순점이 없는 부분이 '김건희' 관련이다. 김건희 사법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한동훈에 "총으로 쏴 죽이겠다"는 증오의 말을 부하들 앞에서 퍼붓던 윤석열은 법정의 검사에게 "김건희가 뭐냐. 여사를 붙이라"고 일갈한다. 윤석열은 유약하고 모자란 인간이었다. 그의 멘탈은 김건희에 의해 지배당해 왔다. 스스로 사고할 능력조차 의심스럽다.

최근 '슬롭(Slop)'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원래는 음식물 찌꺼기나 오물 등을 뜻하는 말인데, 생성형AI 시대에 인터넷이나 SNS에 넘쳐나는 조악하고 쓸모없고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AI컨텐츠를 말한다. 슬롭은 인터넷 환경을 지저분하게 만들고, 서버를 낭비하게 만들며, 사람들의 판단을 방해하는 다양한 해악을 발생시킨다. 윤석열의 말과 글, 그리고 그의 추종자 '윤어게인'의 콘텐츠는 AI '슬롭'처럼 조악하게 복제 재생산되면서 지난 1년간 우리 삶에 해악을 끼치고 있다. 하다못해 AI 슬롭도 '학습'에 따라 발전하는데, 윤석열의 '슬롭'은 1년 동안 전혀 바뀐 게 없다. 우린 여전히 매일 '윤석열 슬롭'을 분류하고 수거해야 한다. 지치면 진다.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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