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거센 외교 갈등 속에서도 결국 ‘보이콧’은 없었다. 비자 발급 문제로 2026 북중미월드컵 조추첨식 불참을 선언했던 이란 축구대표팀이 극적인 방향 전환 끝에 미국행을 택했다.
영국 ‘BBC’는 3일(한국시간) “이란 대표팀 아미르 갈레노이 감독과 축구협회 국제부 오미드 자말리 국장이 조추첨식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이동했다. 이후 추가 대표단이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미국 비자 거부 문제로 조추첨식을 보이콧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놨던 이란의 태도가 완전히 뒤집힌 셈이다.
상황은 지난달 28일 이란 국영 ‘IRNA 통신’ 보도에서 시작됐다. 당시 매체는 “이란축구협회가 미국 비자 발급 문제로 6일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열리는 조 추첨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악화된 미·이란 관계, 그리고 정치적 충돌이 스포츠 행사까지 번지며 조추첨식은 개막 전부터 험악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미국의 강경 정책이 있다. 올해 1월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체제는 이란의 핵 개발을 억제한다는 명분 아래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정책을 시행하며 제재 강도를 대폭 강화했다. 이후 양국의 외교 관계는 최고조로 경색됐다. 이런 상황에서 비자 문제는 사실상 외교 갈등의 연장선이었다.
이란축구협회는 조추첨식 참석을 위해 총 9건의 미국 비자를 신청했지만, 승인된 것은 단 4건. 메흐디 타지 회장 역시 거부 대상에 포함됐다. 타지 회장은 FIFA 잔인판티노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모든 비자가 발급되지 않으면 조추첨에 아무도 가지 않는다”고 경고하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니라 명백한 ‘정치적 차별’이라는 것이 이란의 주장이다.
협회는 성명을 통해 “해당 사건은 순수한 스포츠 영역을 이미 벗어났다. 1978년 첫 월드컵 본선 진출 이후 이런 사례는 처음”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는 분명히 했다. “우리는 출전 자격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FIFA의 후속 조치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 말은 곧 ‘불참’이 현실화될 경우 발생할 엄청난 리스크나 징계, 출전 제한, 이미지 실추 등을 의식한 발언이기도 했다. 결국 이란은 마지막 순간에 방향을 바꿨다. BBC는 “상황이 반전됐다”며 이란 대표단이 조추첨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대국 사이에 낀 스포츠 외교의 복잡한 현실 속에서도, 이란은 이번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기로 한 것이다.
미국 정부가 오래전부터 유지해왔던 이란 국적자 대상의 강력한 비자 규제도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정치적 이유와 안전 문제를 근거로 내세운 규제는 트럼프 행정부 들어 더욱 강화됐다. BBC는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이 12개국을 대상으로 한 입국 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이란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스포츠 이벤트 참가자의 경우 예외 조항이 적용된다. 월드컵과 2028 LA올림픽 출전을 위한 선수단 및 코칭스태프는 일부 승인 범위 안에 있다는 의미다. 이란은 ‘정치’와 ‘스포츠’의 경계가 무너진 복잡한 상황에서도 결국 월드컵 조추첨식에 모습을 드러내며 논란을 일단락했다. 비자 문제와 외교 갈등으로 시작된 파동은 조추첨식 참석 결정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mcado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