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군부대 떠나자 마을도 '텅'…"이사 가야지" 주민도 떠날 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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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무적태풍부대'로 불리던 육군 제28보병사단이 나흘 전 공식 해체됐습니다. 군 조직을 효율화하기 위한 결정이지만, 마을 소멸 위기에 직면한 주민들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군이 사라지고 풀만 우거진 이곳을 밀착카메라 정희윤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무적태풍, 수사불패' 이 힘찬 포부의 부대는 더 이상 없습니다.

얼마 전 해체한 28사단입니다.

올해 여름부터 인근 사단으로 흡수를 시작했고 지난 1일, 완전히 해체됐습니다.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가 시작한 '국방 개혁' 일환입니다.

녹슨 자물쇠, 우거진 수풀 사람 발길이 한참 닿지 않은 듯한 이곳은 28사단이 사용했던 훈련장입니다.

훈련장 흔적을 둘러보던 중 문이 열려있는 길이 있어 올라와 봤더니 28사단이 쓰던 훈련장이 나왔습니다.

지금은 시설물만 남았습니다.

사격 훈련장입니다.

무단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문만 놓여있습니다.

탄약과 실탄 분배대는 텅 비었습니다.

까마귀 울음소리만 울려 퍼집니다.

십여 년 전 28사단에서 7년간 근무했던 장교 출신 교수와 지도에 나오지 않는 예하 부대들도 둘러봤습니다.

[박상혁/중원대 드론봇 군사학과 교수 : 2007년도부터 28사단이 해체된다는 이야기는 많이 있었어요. 많이 씁쓸하죠. 군 병력은 없지만, 위병소 문이 열려있다는 게 좀 의아하네요.]

굳게 잠긴 철문 넘어 불 하나 켜져 있는 곳도 있습니다.

폐관사는 사람 허리까지 수풀이 자랐고, 인근 군인 아파트에는 쓰레기만 남았습니다.

사람 소리가 오랜만인 듯 고양이 두 마리가 달려 나옵니다.

병력 감소는 이렇게 온 마을을 고요하게 만들었습니다.

부대 정문 앞 식당은 텅 비었고 상회 문은 굳게 닫혀있습니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은 과거를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강성근/70년 차 마을 주민 : 이 마을회관 앞에 그냥 뭐 벅적벅적해요. 승용차들이 한 200~300대 들어오고. (군이) 의지가 돼. 큰 힘이 되지. {애 아파도 안고 가서 보고…}]

이젠 마을도, 안보도 걱정입니다.

[강성근/70년 차 마을 주민 : 물론 정부 대책에서 하겠지마는 지금으로 봐선 참 큰 걱정되는 거야. 나이 먹은 사람으로서 (여긴) 전방이니까…]

34년째 같은 자리에서 군인을 맞이해 온 군장점 사장 박열규 씨.

추억도 많지만, 이제는 현실을 받아들입니다.

[박열규/34년 차 군장점 사장 : 매달 1일 되면 '아저씨 저 진급했어요' 하고 계급장 달러 오시는 분도 있고. 전역복을 지금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영원히 안 들어올 것 같아요.]

지역 경제는 서서히 침체되고 있었습니다.

[박열규/34년 차 군장점 사장 : 옛날에 군장점이 15개 있었는데요. 시내만 지금 4개 남고 다 없어졌고요. 피시방도 많았는데 많이 없어지고 몇 개 안 남았어요. 다 없어졌어요.]

주민 입장에서는 놀고 있는 부지도 신경이 쓰입니다.

[이한무/동네 주민 : 요즘 군부대 유휴지도 많잖아요. 근데 연천군에는 지역적으로 땅은 있는데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사실은.]

이 지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3년 전 문을 닫은 27사단 앞입니다.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최정예 워리어 양성, 이 힘찬 문구가 무색하게, 예전엔 병사들로 가득했을 이 부대가 지금은 이렇게 터만 남아있습니다.

과거 군인이 가득 탔을 이 동서울행 버스, 승객은 한 명뿐입니다.

군인이 떠난 빈자리가 수년째 채워지지 않자, 상인들은 체념한 듯했습니다.

[당구장 사장 : 이사 가야지 뭐 여기 살 이유는 없어. (매출이) 열 배 이상 차이 나요. 저녁에는 꽉 차서 돌아갔는데 지금은 그런 게 옛날이야기예요.]

수십 년간 우리나라를 지키던 부대들이 이렇게 방치되고 녹슬어가는 것처럼 이 마을도, 우리 안보도 같이 녹슬어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박대권 영상편집 김동준 VJ 박태용 작가 유승민 취재지원 김수린]

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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