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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정담] 수능 영어

매일경제 서진우 기자(jwsuh@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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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은 1993년 8월 처음 치러졌지만 이 시험의 도입을 위한 연구는 1980년대에 시작됐다. 시험 명칭이 주는 의미대로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이 되는지를 측정하겠다는 것이 이 시험의 가장 큰 의도다.

달달 외워 풀던 학력고사 시대가 마감하고 수능이 처음 도입됐을 때 우려 반 기대 반이었지만 그래도 이 시험이 지니는 의의에 대해선 누구도 쉽게 부정하지 못했다.

장문의 글을 읽으며 추론하고 암기력보다는 이해력을 바탕으로 푸는 문제가 수험생들의 공부 방법도 획기적으로 바꿔놨다는 평가를 얻었다.

그중에서도 영어. 듣기평가와 함께 치러지는 이 시험의 문제 포맷은 30년 넘게 똑같다. 빈칸에 넣을 단어나 문장을 고르고 주제나 제목을 요약한 답을 찾는다. 어법이 틀린 문장을 고르고, 특정 문장이 해당 지문의 어느 부분에 들어가는 게 논리 흐름상 자연스러운지도 알아맞혀야 한다. 지문 뒤에 이어질 3개의 문단 순서를 글 흐름에 맞게 배치하는 문제도 있다.

이 형태는 절대 변함없이 유지돼 오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이 시험의 제목은 '영어'가 아니라 '영어 해석'이다. 수려한 문장을 막힘 없이 유창하게 구사하는 '영어' 능력을 측정하는 게 아니라 대학에서 수업 교재로 읽을 영어 원서를 빠른 시간 안에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는지를 측정하는 시험이다.

그래서 필자는 지금의 수능 영어가 '대학에서 수학(修學)할 능력을 측정한다'는 시험 취지에는 가장 알맞은 형태라고 생각한다. 대학에 가면 거의 모든 수업 교재는 영어 원서로 한다. 그 많은 영어 문장을 읽어내고 이해하지 못하면 대학에서 수학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올해 수능 영어 시험에서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이 고작 3%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도 유감을 밝혔다. 하지만 영어 과목이 절대평가라 할지라도 시험은 변별력을 갖춰야 한다. 문제를 어렵게 냈다고 누군가 유감을 밝히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 수능 영어엔 죄가 없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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