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안토니오 반데라스 주연의 영화 '에비타' . Hollywood Pictures·Buena Vista Pictures Distribution |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에비타', 조너선 라슨의 '렌트', 배즈 루어먼 감독 영화 원작의 '물랑루즈!'까지 대작 뮤지컬이 연이어 관객을 찾고 있다. 하지만 유명한 것만 믿고 객석에 앉았다가 인물관계와 음악 속 서사를 따라가지 못해 당황하는 관객도 적지 않다. 작품의 맥락을 미리 알고 가면 감정의 결이 훨씬 풍성하게 읽혀 공연의 매력이 배가된다는 점에서 간단한 '예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대사 없이 노래만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에비타'와 '렌트' 등 '성스루(sung-through)' 형식의 작품들은 정보가 음악 안에 압축돼 흘러가 초심자가 진입하기 상대적으로 어렵다.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공연 '렌트'의 예매 후기에서도 "엔딩까지 인물관계를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초반 세계관을 따라가느라 몰입이 늦었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에비타'의 경우 제작진은 이러한 관객 반응을 반영해 QR코드를 통해 공연 전 가사를 미리 읽어 볼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비싸진 공연 티켓을 산 관객들이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길까 하는 우려에 공연계에서는 대작 뮤지컬 관람 전 이해를 돕는 '예습용 영화' 몇 편을 추천하고 있다.
뮤지컬 공연이 하나의 무대 안에서 서사를 압축적으로 구현하는 데 비해 영화는 시대적 배경을 다양한 장소에서 촬영한 장면을 통해 보다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제시한다. 인물의 표정과 감정을 클로즈업으로 담아내기 때문에 성스루 작품에서 노래 속에 묻혀 지나가는 감정과 서사도 상대적으로 선명하게 전달된다. 공연의 배경 정보를 자연스럽게 흡수하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영화는 좋은 '입문 가이드'가 된다.
1997년 개봉한 뮤지컬 영화 '에비타'는 마돈나와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주연을 맡아 에바 페론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풀어냈다. 마돈나가 주연으로 나선 작품 가운데 처음으로 평단의 호평을 얻은 영화이기도 하다.
제6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받았고 미술·촬영상 후보에도 오르며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특히 에바 페론을 지지하는 군중의 열기, 마돈나의 화려한 의상, 대통령궁의 웅장한 공간감 등이 풍부하게 담겨 있어 무대 버전에 비해 정치·사회적 맥락이 훨씬 친절하게 전달된다.
라슨의 자전적 작품 '렌트'는 2005년 동명 영화로 제작됐는데 1990년대 뉴욕 이스트빌리지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초연 공연의 오리지널 캐스트가 대거 참여해 무대의 질감과 감정선을 고스란히 영상으로 확장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일부 넘버가 삭제돼 원작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친절한 캐릭터 소개와 명확한 공간적 배경 설정 덕분에 인물 간 관계성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2005년 뮤지컬 영화 '렌트'의 등장인물들. Revolution Studios Distribution Company |
'렌트'를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창작자인 라슨의 유작 '틱틱 붐'을 함께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그의 전기를 다룬 넷플릭스 영화 '틱, 틱... 붐!'은 생계와 예술 사이에서 흔들리던 젊은 라슨이 어떤 감정과 고민 속에서 '렌트'를 완성해 갔는지를 담았다. 무대 위 청춘들의 고통과 불안이 어떤 자전적 배경에서 비롯됐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에비타' '렌트'와 달리 뮤지컬 '물랑루즈!'는 애초에 루어먼 감독의 2001년 동명 영화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이완 맥그리거와 니콜 키드먼이 주연을 맡아 가난한 시인 크리스티앙과 클럽의 스타 사틴 간 금단의 사랑을 그렸으며, 제74회 아카데미에서 미술상과 의상상을 받았다.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 등 여러 상을 받으며 대중성과 예술성을 모두 인정받은 루어먼 감독의 대표작이다. 감독 특유의 화려한 시각미와 팝 넘버를 활용한 스타일은 이후 무대 버전의 미학적 기반이 됐다. 영화를 미리 관람하면 뮤지컬이 지향하는 정서와 톤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공연의 감정선을 온전히 따라가기 위해 필요한 배경 정보를 영화로 먼저 받아들이는 경험은 낯선 무대와의 거리감을 좁히는 데 적잖은 도움을 준다. 이번 주말, 무대에 오르기 전 스크린에서 먼저 이 작품들을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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