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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랑 오목 두던 어르신의 한마디 "참 별 세상 다 있네’”[르포]

서울경제 신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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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압구정 스마트경로당 가보니
음성제어·안면인식·건강데이터까지
경로당에 스며든 고령층 디지털 복지


4일 오전에 찾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 스마트경로당 2층. 시니어용 걷기 운동기(스마트워크) 화면에 가상 산책길이 펼쳐지자 이종갑(82) 씨가 조심스레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제자리에서 걷는 동작만으로도 보폭과 속도에 맞춰 화면 속 풍경이 자연스럽게 전환됐다. 스피커에서 트로트 ‘내 나이가 어때서’가 흘러나오자 이 씨는 박자를 타며 후렴을 따라 불렀다. “아이고, 잘한다”는 어르신들의 탄성과 박수가 이어지며 운동기 앞은 금세 무대로 바뀌었다.

지난달 26일 문을 연 압구정 스마트경로당은 강남구가 조성한 첫 스마트 시범 경로당이다. 최근 각 자치구가 디지털 기기를 배치한 ‘스마트 경로당 모델’을 확대하는 가운데, 강남구는 압구정을 첫 사례로 삼아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내부 곳곳에서는 이전 경로당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풍경이 이어졌다. 출입문 앞 안면인식 장치는 방문 회원의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했고, 거실에서는 “헤이 구글, 커튼 열어줘”라는 음성에 맞춰 창가 커튼이 부드럽게 열렸다. 조리대 인덕션에는 과열·화재를 막기 위한 예열 감지 센서가 달렸고, 교육용 키오스크에서는 어르신들이 신용카드를 넣어보며 카페 주문을 연습했다.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단연 인공지능(AI) 바둑·오목 로봇 테이블이었다. 이경운(85) 씨가 “여기다 두면 되나?”라며 흑돌을 내려놓자 로봇 팔이 즉시 반응해 흰 돌을 정확한 지점에 내려놓았다. 이어 잠시 멈춰 다음 수를 고민하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로봇이 먼저 오목 5알을 완성하자 “기계가 이겼네”, “참 별 세상이 다 있다”는 감탄이 잇따랐다. 대국이 끝나자 로봇은 색깔별로 돌을 나눠 바둑통에 정리했고, 이를 지켜본 어르신들은 “저건 사람보다 빠르네”라며 웃었다.



건강관리 기기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혈압계·체성분 분석기·혈당측정기가 나란히 놓였고, 안면인식으로 로그인하면 측정값은 자동 저장된다. 누적된 데이터는 구청과 보건소가 건강 위험 신호를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체성분 결과를 확인한 배명예(72) 씨는 “어머나, 키가 줄었네”라고 웃다가 “병원에 가지 않아도 내 몸 상태를 알 수 있으니까 앞으로 더 자주 와야겠다”고 말했다.

AI 기기와 디지털 장비가 촘촘히 배치된 공간이지만, 경로당 특유의 온기는 여전했다. 점심 준비를 하던 총무 라순우(83) 씨는 “아침 8시에 나와 반찬을 한다”며 “기계가 편한 건 맞지만, 경로당은 결국 사람이 있어야 돌아가는 곳”이라고 말했다. 스크린 파크골프를 체험하던 어르신들은 등을 두드리며 “오늘 힘이 좋네”라고 격려하고, 누군가 노래를 시작하면 옆자리에서 박수를 치기도 했다.

스마트경로당 사업은 고령층의 여가·건강관리·안전을 한 공간에서 해결하자는 취지로 추진됐다. 스크린 파크골프는 아직 안정화 단계지만, 강남구는 전문 강사 수업을 도입해 활용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운동기와 헬스케어 기기 등 교육도 강화해 어르신들이 더 안전하고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신서희 기자 sh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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