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 수능 만점자 왕정건 군 "중동 분쟁 보며 국제 의사 꿈꿔"

광남고, 2년 연속으로 수능 만점자 배출
왕군, "의대에 가면 응급의학과 전공"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가 배부된 5일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에서 수능 만점을 받은 왕정건(18)군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반고인 서울 광남고등학교에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만점자가 배출됐다. 광주·전북에서도 각각 10년, 8년 만에 만점자가 나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5일 2026학년도 수능 만점자가 전국에 총 5명이라고 밝혔다. 재학생 4명, 졸업생 1명으로 선택과목은 사회탐구 1명, 과학탐구 4명으로 집계됐다. 국어·수학·탐구영역에서 한 문제도 틀리지 않고, 절대평가인 영어·한국사 1등급을 받으면 만점이다.

전국 시도 교육청 발표에 따르면 재학생 만점자는 서울 광남고·세화고, 광주 서석고, 전주 한일고에서 각각 1명씩 배출됐다. 이 중 광남고, 서석고, 한일고가 일반고이고 세화고는 자율형 사립고다. 광남고와 세화고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재학생 만점자를 배출했다. 졸업생 1명은 서울과학고 출신이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능 만점자 왕정건 군이 5일 서울 광진구 광남고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광남고의 만점자인 3학년 왕정건(18)군은 중동 국제 분쟁 지역의 의료 참상을 알게 된 것을 계기로 국제 의사를 꿈꾸고 있다. 왕군은 "의대에 가면 응급의학과를 전공하겠다"며 "국제 봉사를 가기 전엔 강원 접경 지역 같은 의료 취약지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시 모집에서 서울대, 연세대 등 의대 6곳에 지원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왕군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박노해 시인이 한 '몸의 중심은 심장이 아니라 아픈 곳이다'라는 말"이라며 "아픈 사람들이 많은 곳이 제일 중요한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광남고는 '강남 3구' 등 유명 학군지도 아니고 특목·자사고도 아닌 공립 일반고다. 그럼에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수능 만점자를 배출했다. 전국 공립 일반고 중 2년 연속으로 수능 만점자가 나온 건 광남고가 최초다. 왕군은 고교 진학 때 특목·자사고에는 원서조차 내지 않았다고 한다. 통학 거리가 짧은 학교에 가야 컨디션 관리가 수월하다고 생각해서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