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내 AI 전문인력 임금 프리미엄, 미국의 1/5 수준”

위키미디어 코먼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국내 한 테크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ㄱ씨는 국외 기업으로 이직을 고민 중이다.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연봉은 수배나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는 “주위 동기나 후배들을 보면, 국외 기업으로 나간 친구들이 많다. 대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인공지능(AI) 인력의 순유출이 지속되면서 16%가량이 국외 취업 상태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인공지능 기술의 국내 ‘임금 프리미엄’은 미국의 5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추정됐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AI 전문인력 현황과 수급 불균형’ 보고서를 보면, 국내 인공지능 인력은 2024년 기준 약 5만7천명으로 2010년(2만7800명)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인공지능 인력의 절대 규모는 미국(78만명), 영국(11만명), 프랑스·캐나다(7만명) 등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이지만 증가세는 가장 가팔랐다. 국내 인공지능 인력의 58%는 석·박사 학위 보유자이며, 공학 계열이 다수(64%)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은 세계적인 전문 인력 프로필 플랫폼(링크드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2010~2024년 국내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110만명의 직무 정보를 활용한 것이다. 이 플랫폼 활용도가 낮은 중국은 분석에서 빠졌다.

한은 분석 결과, 국내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한 인력은 미보유 인력보다 6%가량(2024년 기준) 높은 ‘임금 프리미엄’(초과 보상)을 받는 것으로 추산됐다. 인공지능 기술의 보유 개수는 임금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기술 분야별로 보면, 패턴 인식(17.9%), 뇌과학(15.8%), 신호 처리(11.8%), 클라우드(11.3%) 등의 임금 프리미엄이 높았다. 반면, 딥러닝, 머신러닝 등은 평균 프리미엄보다 낮았다.

국내 임금 프리미엄은 2010년(1.3%) 대비 높아졌지만, 국제 수준을 보면 미국(25%), 캐나다(18%), 영국·프랑스·호주(15%) 등 주요국에 견줘 현격히 낮았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국내 노동시장이 제공하는 보상이 국제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인공지능 인력의 높은 이직률과 해외 유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 분석 결과, 코로나19 대유행 시기(2020년)를 제외하곤 2010년 이후 매년 평균 500명가량 인공지능 전문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국내 인공지능 인력의 해외 이직자 비중은 16%(1만1천여명·2024년 기준)로 다른 분야 노동자 평균보다 이직률이 6%포인트가량 높았다. 해외 이직 행선지는 미국(6300여명)이 가장 많았다. 한은은 “글로벌 인공지능 산업을 주도하는 미국의 풍부한 일자리와 높은 처우가 국내 인재를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딥러닝 등 국내 보상이 낮은 인공지능 기술 분야의 해외 이직률이 유의미하게 높았다”고 분석했다.

한은이 국내 기업 400곳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인공지능 인력 채용을 확대하겠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대기업 69.0%, 중견기업 68.7%, 중소기업 56.2%)이었다. 기업들은 인공지능 인력 채용의 애로사항으로 ‘숙련 인재 부족’(27.4%)과 ‘높은 급여 기대’(25.3%)를 가장 많이 꼽았다. 보고서는 “기업들은 향후 인공지능 인재에게 더 높은 임금 프리미엄을 제시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정부와 기업의 인력 정책이 단순한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고도화와 인재 유출 방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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