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생성형AI ‘챗GPT’ |
빅데이터를 다루는 등 인공지능(AI) 기술을 지닌 사람이 일반 노동자보다 미국에선 25% 임금을 더 받을 수 있는 반면, 국내의 AI 인력 임금 프리미엄은 6%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의 AI 기술 관련 보상 수준이 국제 수준보다 현저히 낮다는 뜻이다.
AI 인력 확보를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AI 인력의 ‘탈 한국’을 막기 위해서 국제 수준에 상응하는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AI인력 5만7000명···절반 이상은 공학계열 전공한 고학력자
한국은행 고용연구팀과 박근용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로 구성된 연구팀은 5일 ‘AI전문인력 현황과 수급 불균형’ 보고서를 발표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400여개 기업 인사담당자와 설문을 진행하고 글로벌 고용 플랫폼인 ‘링크드인’ 기반 프로필 데이터를 활용해 AI인력의 규모, 임금, 노동 이동성을 분석했다.
2010년부터 2024년까지 110만명 이상의 한국 근로자와 1000만건 이상의 직무 이력 정보를 대상으로 했다. 빅데이터·머신러닝 등 AI관련 12개 기술을 하나라도 보유한 사람을 AI 인력으로 정의했다.
AI 인력 추이 국제비교, 2010년을 기준점(100)으로 2024년까지 증가률을 비교한 것.한국은행 |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0년 2만7810명이었던 국내 AI인력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5만7392명으로 집계됐다. AI인력 수는 미국(약 78만명), 영국(약 11만명), 프랑스(약 7만명) 등 선진국보단 적었지만 AI인력이 늘어나는 속도는 한국이 선진국보다 빨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을 기준점으로 놓고 비교할 때, 한국의 AI인력은 14년간 2배 넘게 불어났고 프랑스는 약 1.6배 미국·홍콩은 약 1.4배 늘어났다.
AI인력은 대체로 공학을 전공한 고학력자였다. 지난해 기준 석·박사 학위를 보유한 AI인력의 비중이 58%였고, 전공별론 공학계열(64%)의 비중이 가장 컸다. 출신 대학별로 서울대(8.2%), 고려대(6.8%), 연세대(6.5%), 카이스트(6.1%) 등으로 일부 상위대학에 집중된 경향을 보였다.
국내 AI인력, 제조업 기반 대기업→IT·플랫폼·통신 기업서 많이 채용
2024년 AI인력 근무 기업. 한국은행 |
AI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AI인력이 근무하는 산업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 2010년엔 전체 산업 중 제조업(27%), 전문서비스(26%), 정보서비스(22%) 순으로 AI인력이 분포됐었다면 지난해엔 정보서비스(30%), 제조(22%), 전문서비스(20%) 순으로 정보통신 쪽으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0년엔 삼성전자, IBM, LG전자 등 제조업 기반 대기업이 AI인력 채용을 주도했는데 지난해엔 네이버, 아마존, 쿠팡, KT 등 IT플랫폼 및 통신 기업에서 AI인력이 많이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 팀장은 “더 많은 기업들로 AI기업이 확산되면서 기술 범용성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AI 기술 있으면 얼마나 더 받을까
AI기술을 가진 근로자가 일반 근로자 대비 얼마나 더 많은 임금을 받는지(임금프리미엄)를 비교한 자료. 한국은행 |
지난해 기준으로 AI기술을 보유한 근로자는 일반 근로자와 비교해 6% 높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AI기술을 지닌 근로자가 더 많은 임금을 받는 ‘임금프리미엄’은 지난 2010년 1.3%에 그쳤지만 AI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의 AI 인력에 주는 임금 보상 수준은 훨 높았다. 미국은 AI인력에 약 25%, 캐나다는 18%, 영국·호주 등은 15%의 임금을 더 챙겨줬는데 한국은 보상수준이 선진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오 팀장은 “미국 노동시장에서 AI초과 수요가 더 강하거나, 한국 노동시장에선 보상 기반 임금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특성이 결합된 것 같다”며 “AI인력을 어떻게 유입할 것이냐는 국제 경쟁 측면에선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AI 인력이 해외로 직장을 찾아 떠나는 비율도 높았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AI인력의 해외 이직률은 1.4%로 일반 근로자(0.8%)에 비해 0.6%포인트 높았다. 국내 AI인력 중 해외 근무자의 비중(16%, 1만1000여명)도 일반 근로자(10%)보다 6%포인트 높았다. 해외 근무자의 절반 이상(약 6300명)은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미국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AI 인력의 해외 근무 결정 요인을 회귀분석을 통해 살펴본 결과, AI 기술을 보유한 경우 해외 취업 확률이 약 27%포인트 유의미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내 AI인력의 해외 근무 추이.한국은행 |
국내 기업 “뽑고는 싶지만···숙련인재 부족·고임금은 부담”
2025년 기준 AI인력 연봉 수준. 한국은행 |
연구팀이 지난 10월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기업(69%), 중견기업(68.7%) 등 국내 기업의 과반은 향후 AI인력 채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AI인력 채용 시 애로사항으로 대기업은 ‘숙련인재부족(27.4%)’을 1순위로 뽑았다.
대기업 AI인력의 연봉은 9006만원으로 전체 평균(8479만원)보다 높았다. 대기업은 올해 설문에서 AI인력에 대해 일반 근로자보다 13.3% 많은 임금을 지급하고 있고, 향후 전체 근로자보다 21.7% 많은 임금을 제시할 의향이 있다고 설문했다. 중소기업도 현재(13.8%)에 비해 4.4%포인트 더 높은 임금 프리미엄(18.2%)을 지급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럼에도 기업이 필요로 하는 고급 AI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수급 불균형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정부와 기업의 AI 인재 정책은 단순한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고도화와 인재 유출 방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AI 인재 양성을 위한 경력 개발 경로 구축과 함께 국제적인 수준에 부합하는 보상 체계와 연구 환경을 조성하여 우수 인력이 국내에 지속적으로 유입·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AI인력 임금 프리미엄. 한국은행 |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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