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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 기다리는 시간에도 책 읽었다…6개 국어 능통 왕정건군 [수능 만점 인터뷰]

중앙일보 김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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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을 받은 왕정건(18·왼쪽 둘째)군이 5일 오전 서울 광진구 광남고 도서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일 광남고 교장, 왕군, 고무성 담임 교사, 광남고 출신 전년도 수능 만점자 서장협씨. 김종호 기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을 받은 왕정건(18·왼쪽 둘째)군이 5일 오전 서울 광진구 광남고 도서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일 광남고 교장, 왕군, 고무성 담임 교사, 광남고 출신 전년도 수능 만점자 서장협씨. 김종호 기자



‘전국 최초 공립 일반고 재학생 2년 연속 만점자 배출’

5일 오전 서울 광진구 광남고에는 이런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교문 위에 걸렸다. 일반계 고교인 광남고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전 영역 만점을 받은 학생을 배출했다.

고3 왕정건(18) 군은 성적표를 받아 본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영어 문제가 어려워서 수시 등급컷에 떨어질까 봐 노심초사했는데 가채점 결과 만점을 받아 안심했다”고 말했다. 국어·수학·탐구(2과목)에서 한 문제도 틀리지 않고, 절대평가인 영어·한국사 1등급을 받으면 만점으로 인정된다.

이번 수능에서 영어의 경우 1등급 학생 비율이 3.11%(1만5154명)로 지난해 6.22%에 비해 반토막이 날 정도로 어려웠다. 왕군은 영어에서 모두 세 문항을 틀렸지만, 90점 이상을 받아 만점을 받은 것으로 기록됐다. 그는 “EBS 교재에서 본 지문이지만 실제 수능에서는 문법 난도를 높여 시간을 잡아먹은 문제도 나왔다”고 말했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5일 오전 서울 광진구 광남고에서 수능 만점을 받은 왕정건 군이 고무성 담임 교사로부터 수능 성적표를 받고 있다. 김종호 기자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5일 오전 서울 광진구 광남고에서 수능 만점을 받은 왕정건 군이 고무성 담임 교사로부터 수능 성적표를 받고 있다. 김종호 기자



왕군은 서울대·고려대·연세대·가톨릭대·경희대·한림대 등 의대 6곳에 지원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대 의대의 경우 지역균형전형 서류 전형에 합격해 면접을 마친 상태다. 등급컷 아래로 떨어진 과목이 없어 합격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국제 분쟁 지역에 가서 의료 봉사를 하는 것이 꿈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지역에서 운영되는 병원에 관한 기사를 접하면서 꿈을 키웠다고 한다. 평생을 개발도상국 질병 퇴치에 힘쓴 고(故)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존경한다. 의대에 진학하면 응급의학과로 지원할 예정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아랍어·프랑스어·스페인어 등 5개 외국어를 학습했다. 모두 읽고 쓰고, 말하고 듣기가 가능하다.


아랍어의 경우 서울 시내 거점학교로 가서 주말에 따로 배우기도 했다. 수능 선택 과목으로는 아랍어를 선택해 만점을 받았다. 최재일 광남고 교장은 “중국을 통해 백두산으로 수학여행을 갔는데 정건이가 광개토대왕릉비에 적힌 한자를 모두 해석해 줘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행 비행기 안에서도 계속 책을 읽던 모습이 여전히 기억난다”고 전했다.

왕군은 이날 3학년 교실 자리에 앉아 수능 성적표를 기다리는 15분 남짓한 시간에도 책상 위에『듄의 메시아2』를 꺼내 놓고 읽었다. 기자회견에서는 박노해 시인의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라는 시집에 ‘몸의 중심은 심장이 아니라 아픈 곳에 있다’는 구절을 인용하면서 “아픈 사람이 있는 곳이 가장 중요한 곳이라 생각해 그런 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5일 서울 광진구 광남고 3학년 교실에서 만점을 받은 왕정건 군이 친구들과 함께 성적표를 살펴보고 있다. 김종호 기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5일 서울 광진구 광남고 3학년 교실에서 만점을 받은 왕정건 군이 친구들과 함께 성적표를 살펴보고 있다. 김종호 기자



광남고는 2년 연속 수능 만점자를 배출한 비결로 자정까지 운영하는 자율학습실을 꼽았다. 교사들은 오후 9시까지 학교를 지키고, 이후에는 졸업생들이 맡는다. 최재일 교장은 “학부모에게 자정까지 지키도록 부탁해 봤지만 갑자기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인근에 사는 졸업생들을 최저임금 수준 급여를 주고 데려왔다”고 말했다. 졸업생들이 후배들이 어려워하는 문제까지 풀어주면서 면학 분위기가 살아났다. 도서관 리모델링을 비롯해 자율학습실 운영을 위해 광진구청에 가서 예산 지원을 읍소하기도 했다. 최 교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능 만점이 나왔으니 구청 지원이 연장되지 않을까 싶다”며 웃음을 지었다. 최 교장은 내년 2월 정년 퇴임한다.


다양한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점도 대입 경쟁력을 갖게 된 배경이다. 지난해 졸업생을 포함해 의학계열 대학 25명, 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36명을 보냈다. 올해 학교에서 운영하는 진로 탐색 프로그램은 57개다. 올해 만점을 받은 왕군과 지난해 만점자 서정협(19·서울대 컴퓨터공학부)씨는 각각 의학과 공학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공학 동아리는 로봇 만들기로 다른 학교와도 교류한다. 최 교장은 “생활기록부에는 ‘복사해 붙이기’를 절대 못하도록 한다”며 “덕분에 최상위권 대학가에서 생활기록부를 잘 쓰는 모범 학교로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

2026학년도 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광남고 3학년 학생인 왕정건군이 대학 수시를 준비하기 위해 쓴 진로 탐색 보고서 일부. 김민상 기자

2026학년도 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광남고 3학년 학생인 왕정건군이 대학 수시를 준비하기 위해 쓴 진로 탐색 보고서 일부. 김민상 기자



■ 더중앙플러스-이런 정보도 있어요

봉준호 통역사 나온 이 학교, 수능만점 17명 낸 비밀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8497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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