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도 한파 녹였다"…서브컬처 팬덤 집결한 'AGF 2025'[TF현장]

평일부터 킨텍스 '인산인해'…새벽 오픈런 행렬도
스마일게이트·넥슨·NC 등 방문객 발걸음 분주

5일 오전 일산 킨텍스에서 사흘간 열리는 'AGF 2025' 행사 현장에서 방문객들이 입장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일산=우지수 기자

[더팩트｜우지수 기자] 체감온도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력한 한파도 '덕심(덕후+마음)'을 얼리지는 못했다. 국내 최대 서브컬처애니메이션·만화·게임 기반 캐릭터 문화) 축제 '애니메이션X게임 페스티벌 2025(AGF 2025)'가 개막한 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은 이른 아침부터 수만 명의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전날 저녁 내린 눈이 채 녹지 않아 전시장 주변은 빙판길로 변했고 칼바람까지 불었지만 관람객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평일인 금요일 오전임에도 전시장 내부는 물론 외부 광장까지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늘어섰다. 일부 열성 팬들은 원하는 굿즈와 부스 체험을 선점하기 위해 전날 밤부터 밤샘을 하는 '오픈런'도 감행했다.

특히 이번 AGF에서는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 2025'와는 사뭇 다른 현장 분위기가 감지됐다. 지스타가 아직 출시되지 않은 신작을 미리 체험해보고 평가하는 성격이 강해 대형 신작 부스에 대기열이 집중됐다면, AGF는 게임사가 운영하고 있는 게임 IP를 즐기고 있는 이용자들이 문화를 향유하는 축제 분위기였다.

올해 지스타와 AGF를 모두 방문했다는 한 관람객은 "지스타는 신작 소개에 힘이 실린 행사라 궁금증을 가진 방문객이 많았고 줄 선 뒤 플레이해보기 전까지는 확실한 감상을 느끼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반면 AGF는 이미 팬덤이 형성된 이용자들이 모여서 같은 문화를 향유하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줄을 서는 동안에도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모여 있다고 생각하니 즐거웠다"고 전했다.

5일 오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AGF 2025' 행사 현장에 입장하기 위해 방문객들이 눈 쌓인 광장에서 줄지어 서 있다. /일산=우지수 기자

AGF를 찾은 방문객들은 올해 지스타의 B2C관에 불참했던 대형 게임사들이 대거 합류하며 비교적 즐길 거리가 늘어났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게임 시연에 더해 서브컬처 팬덤의 입맛에 맞춘 특색 있는 부스로 관람객을 맞이했다.

올해 메인 스폰서를 맡은 스마일게이트는 전시장 내 가장 큰 규모인 80부스를 꾸렸다. 대표작 '에픽세븐'뿐만 아니라 지난 도쿄게임쇼에서 공개했던 신작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의 시연대를 국내 최초로 마련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서브컬처 팬덤의 취향을 저격하는 코스프레 행사와 드로잉 쇼 등이 예고돼 있어 부스 앞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올해 지스타에 참여하지 않았던 넥슨은 '마비노기 모바일'로 승부수를 띄웠다. 갤럭시 스토어와 협업해 게임 내 시작 마을인 '티르코네일'을 현실 공간에 그대로 옮겨온 듯한 몰입형 부스를 선보였다. 단순 시연을 넘어 세계관 자체를 체험하게 만드는 전략에 관람객들은 "실제 게임 속에 들어온 것 같다"며 호평을 쏟아냈다.

5일부터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AGF 2025' 행사에서 스마일게이트가 마련한 대표 서브컬처 게임 '에픽세븐' 부스 앞 방문객들이 체험 대기열을 이루고 있다. /일산=우지수 기자

엔씨소프트의 변신도 눈길을 끌었다. 그간 MMORPG 장르 게임에 주력해 온 엔씨는 신작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를 앞세워 창사 이래 처음으로 서브컬처 행사에 부스를 냈다. 내년 상반기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본진'인 AGF에서 정면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다.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는 엔씨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게임 퍼블리싱 사업의 일환인 만큼 성패가 주목된다.

네오위즈는 대표 서브컬처 게임 '브라운더스트2'의 2.5주년을 기념해 팬들과의 접점을 넓혔다. 게임에 참여한 성우가 진행하는 토크쇼, 개발진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 캐릭터로 분장한 코스어들의 대규모 쇼 등 회사가 팬덤을 챙기는 행사가 마련돼 이용자들의 발길이 몰렸다.

이 밖에도 서브컬처 시장의 '흥행 보증수표'로 통하는 게임들이 팬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넷마블은 서비스 8주년을 맞은 장수 흥행작 '페이트/그랜드 오더'와 신작 '몬길: STAR DIVE'를 동시에 출품했다. 레벨 인피니트의 '승리의 여신: 니케' 부스는 한정판 굿즈를 확보하려는 이용자 대기열이 부스를 둘러쌌다. NHN 또한 인기 애니메이션 IP 기반의 '최애의 아이: 퍼즐 스타'를 공개했다.

AGF 2025는 오는 7일까지 3일간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진행된다. 주최 측은 지난해 역대 최다 관람객인 7만2000여명을 훌쩍 뛰어넘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서브컬처가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닌 주류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게임사들이 팬덤과 직접 교감할 수 있는 AGF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한파 속에서도 이어진 오픈런 행렬은 서브컬처 팬덤의 충성도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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