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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서 8년 만에 수능 만점... “스마트폰 멀리하고 매일 책 한 권 읽었죠”

조선일보 전주=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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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능에서 수능 전 과목 만점을 받은 이하진군이 도서관에서 칼 세이건의 책 '코스모스'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이군은 공부 비결로 스마트폰 대신 책에 빠져 살았던 것이 도움이 됐다고 꼽았다. /표태준 기자

올해 수능에서 수능 전 과목 만점을 받은 이하진군이 도서관에서 칼 세이건의 책 '코스모스'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이군은 공부 비결로 스마트폰 대신 책에 빠져 살았던 것이 도움이 됐다고 꼽았다. /표태준 기자


전주 한일고에 재학 중인 이하진(18)군이 올해 수능 전 과목 만점을 받으며 전북에서 8년 만에 수능 만점자가 나왔다. 올해 수능은 어렵게 출시돼 만점자가 작년보다 6명 줄어든 5명에 불과한데, 3명이 서울이고 나머지 2명이 전북과 광주광역시에서 나왔다.

5일 오전 전주 한일고에서 만난 이군은 ‘만점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독서”라고 답했다. 부모님이 모두 교육자인 이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고교 입학 전까지 하루에 꼬박 책 한 권은 읽는 ‘독서왕’이었다고 한다. 이군은 “부모님 두 분 모두 독서를 많이 하시고 중요하게 생각하셔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며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으셨다 보니 집에서 남는 시간은 대부분 책을 읽으면서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책을 읽으면서 기른 독해력이 언어 영역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됐다. 다양한 배경 지식을 쌓을 수 있어 다른 과목 공부에도 쉽게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으로 이군은 국제수리과학 연구소장인 김민형 영국 에든버러대 석좌교수가 쓴 ‘수학이 필요한 순간’과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꼽았다. 수학과 과학이 인간의 삶과 어떻게 접목돼 있는지 두 책을 통해 이해하며 수학·과학 공부에 큰 흥미를 느꼈다는 것이다. 최근엔 수험 생활 해방감을 만끽하기 위해 영국 소설가 더글러스 애덤스의 코믹 SF 소설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읽고 있다고 한다.

유명 자사고·특목고 출신 또는 이른바 ‘대치동 키즈’가 아니라 지역 일반고를 다니는 학생이 수능 만점을 받은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군은 “이제는 지방이라고 수능 공부에서 불리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EBS 강의나 인터넷 강의가 잘돼 있고 좋은 수능 문제집도 많이 나와 있어 서울과 (교육의 질이) 차이가 크지 않은 것 같다”며 “특히 문제를 여러 방식으로 풀어보고 비슷한 문제를 직접 만들어 보는 공부 방식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군은 중학교 때는 전교에서 15~25등 정도의 상위권이었지만, 고교에 올라와서 최상위권으로 뛰었다고 한다. 지난 5월에 본 모의고사에서도 만점을 받기도 했다. 이군은 비결로 ‘스스로 문제 만들기’를 꼽았다. 이군은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강조하는 부분을 확인하고 시험에서 어떻게 문제를 출제할지 생각해봤다”며 “이렇게 만든 문제를 친구들에게 풀어보라고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군은 학원 등 사교육에도 크게 의지하지 않은 편이다. 수학 점수를 확실히 굳히기 위해 수학 학원 한 곳을 다닌 게 전부라고 한다. 이군은 “자정부터 오전 7시까지 하루 7시간 충분히 잤으며, 학교에서 밤 10시에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면 집에서는 공부 대신 게임 등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했다. 이어 “스트레스와 건강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학교나 집 이외 공간에서는 공부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군은 쉬는 시간 역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한 공부보다는 피아노 치기나 축구, 산책 등을 즐겼다고 한다.


이군은 이번 수능에서 국어 영역을 가장 어렵게 느꼈다고 한다. 대학교수들이 “지나치게 어렵고 문제에 오류가 있다”고 공개 지적해 논란이 됐던 국어 영억 17번 임마누엘 칸트의 ‘인격 동일성’ 관련 문제가 이군에게도 고비였다. 이군은 “처음에 칸트 문제의 지문이 제대로 읽히지 않아 난감했지만, 어떻게든 노력해서 풀어내고 넘어갔다”며 “국어 영역을 망쳤다고 생각해 귀가 중 어머니 차에서 울컥했는데, 다행히 만점이었다”고 말했다.

이군의 꿈은 내과 의사다. 이군은 수시 모집에서 서울대, 가톨릭대, 성균관대 의대를 지원했고, 현재 서울대 의대 면접만 본 상황이다. 이군은 “어렸을 때부터 천식과 비염을 심하게 앓아 호흡기 내과를 자주 다녀야 했다”며 “자연스레 내과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사람 살리는 일과 가장 밀접한 과’라는 생각이 들어 내과 의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전주=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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