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안짱걸음, 언제부터 걱정해야 할까?... “주의 깊게 관찰하세요”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걸음걸이가 조금씩 바뀐다. 처음에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흔들리던 걸음이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되고, 발끝이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잠시 기울어지는 모습도 나타난다.

이런 변화는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어떤 아이들은 특정 보행 패턴이 장기간 유지되거나 점점 더 뚜렷해지기도 한다. 특히 발끝이 안쪽으로 향하는 안짱걸음은 단순한 발달 편차처럼 보이지만 자세와 뼈의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신호일 수 있다.

안짱걸음은 의학적으로 ‘내족지보행’이라고 한다. 걸을 때 발끝이 안쪽으로 모이며 걸음이 안으로 말리는 형태로 나타난다.

뼈의 회전이나 근육·인대의 균형 상태 등 신체 구조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어느 정도 내회전된 고관절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성장하면서 점차 외회전이 이뤄져 보행이 자연스러워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거나 회전각이 과도하게 크면 안짱걸음이 계속 유지된다. 여기에 연부조직의 이완이나 평발 같은 구조적 요인이 더해지면 이러한 보행 패턴이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

내족지보행이 지속되면 다리와 발목의 정렬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작은 충격에도 쉽게 균형을 잃게 해 아이가 자주 넘어지게 된다. 다리에 피로가 쉽게 쌓여 오래 걷기를 힘들어하는 모습도 나타날 수 있다. 신발 안쪽보다 바깥쪽이 더 빠르게 닳는 현상이 보이기도 한다.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내족지보행이 심하거나 성장한 뒤에도 안짱걸음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방치하지 말고 소아정형외과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안짱걸음은 아이가 서 있을 때의 다리 배열, 걸을 때 발끝의 방향, 체중이 실리는 방식 등을 자세히 살피며 정렬의 흐름을 평가해 진단할 수 있다. 고관절·무릎·발목의 회전 범위와 근육의 긴장도를 확인하는 신체 검사도 필요하다. 필요할 경우 엑스레이, CT, MRI와 같은 영상검사가 시행되며, 이는 뼈의 회전 상태나 연부조직의 균형을 더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단계적 진단을 바탕으로, 아이의 보행을 성장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것인지, 구조적 문제로 보고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지 결정하게 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통상 걷는 방향과 발이 이루는 각도가 안쪽으로 5도 이내라면 정상 범위로 본다. 뼈의 회전이 정상 범위 안에 있다면 성장과 함께 자연 교정을 기대할 수 있어 관찰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연부조직의 이완이나 특정 정렬 이상이 동반되면 운동치료를 통해 균형을 회복하고, 보조기 착용으로 발과 다리의 방향을 조절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비수술 치료 기간은 성장 속도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수개월에서 1년 이상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

비수술적 치료로도 보행 변화가 충분히 조절되지 않거나, 뼈의 회전 정도가 일상 기능에 영향을 줄 만큼 크다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뼈의 회전각을 바로잡아 체중이 실리는 방향을 정렬해 주는 방법이 사용된다. 수술 여부는 아이의 나이, 증상, 성장 가능성 등을 종합해 신중하게 결정하며, 수술 시에는 골반·무릎·발목이 이어지는 전체 축의 균형을 고려해 회전각을 어떻게 조정할지 계획하게 된다.

심종섭 수원 매듭병원 소아정형외과 원장은 “소아들은 편하게 앉기 위해 자기도 모르게 W자 다리 모양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자세를 계속 유지하면 안짱걸음이 더욱 악화될 수 있으므로 지속적으로 교정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아이가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면 보행 자세를 주의 깊게 살피고 평소에 자주 넘어지는지, 걷기 어려워하는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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