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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굽는 타자기] 히틀러의 유대인 적대감은 그의 편지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시아경제 박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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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기의 첨예한 갈등
러시아 원정 앞둔 나폴레옹의 심정
레퀴엠 완성 못하고 떠난 모차르트 등
세계사의 흥미로운 장면들
관련 인물의 편지 통해 풀어내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을 넘어선 가운데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관련자들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 많은 힘을 쏟고 있다. 휴대전화 문자는 법정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디지털 시대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일종의 사료이기 때문이다.

역사 연구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료는 글자로 남겨진 기록이다. 국보로 인정받은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이 대표적인 예다. 때로 공문서, 일기, 편지 등도 중요한 사료로서 가치를 인정받는다. 일례로 조선왕조실록 중 광해군일기는 광해군을 폐위시킨 인조반정 뒤에 쓰였기에 사료로서 가치가 떨어진다. 이에 광해군 재위 시절 역사는 실학자 이긍익이 방대한 편지, 일기 등을 수집해 쓴 연려실기술에 의해 새로운 진실이 규명되기도 했다.

'100통의 편지로 읽는 세계사'는 편지에 주목해 인류 역사를 바라보는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프랑스 혁명사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은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를 단두대로 보내고, 자신도 결국 단두대에서 목이 잘린 혁명가 막시밀리안 드 로베스피에르다. 장폴 마라는 로베스피에르보다 더 과격하고 급진적 인물이었으나 허무한 죽음으로 악명을 떨칠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다. 루이 16세와 앙투아네트는 1793년 1월 처형됐는데, 로베스피에르와 함께 급진적인 자코뱅파를 이끌던 마라는 약 6개월 뒤인 7월13일 평소처럼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 목욕을 하던 중 식칼에 찔려 죽었다. 마라를 죽인 인물은 온건적인 지롱드파 소속의 25세 여성 샤를로트 코르데였다. 젊은 여성이 홀로 급진파의 거두를 살해했다는 사실은 당시 혁명을 둘러싼 갈등이 얼마나 극심했는지를 보여준다. 당시는 이미 폐위된 왕을 굳이 처형한 문제를 두고 프랑스 혁명의 과격성에 대한 논란이 극에 달할 때였다.

코르데는 마라를 살인하고 불과 나흘 뒤에 단두대에서 처형됐다. 그는 그 사이 아버지와 지롱드파의 지도자 샤를 바르바루에게 보내는 두 통의 편지를 썼다. 바르바루에게 쓴 편지에서 코르데는 급진파의 거두를 살해할 수 있다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다.

"지난 이틀간 저는 마음의 평화를 누렸습니다. 조국의 행복이 곧 저의 행복이며, 자신을 희생하는 행동은 어떤 고통보다도 더 큰 기쁨을 줍니다. 마지막 편지에서 저는 아버지를 안심시키기 위해 내전으로 인한 공포를 피해 영국으로 갈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제 계획은 몰래 파리에 머무르며 공개적으로 마라를 죽인 후, 저 또한 바로 죽어서 파리 사람들이 제 이름을 헛되이 찾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었습니다."


'알프스산맥을 넘는 나폴레옹'으로 유명한 혁명기 프랑스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는 또 다른 대표작 '마라의 죽음'으로 프랑스 혁명기 가장 극적인 순간을 기록으로 남겼다.

히틀러는 아돌프 게믈리히에게 보낸 편지에서 유대인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유대인들은 수천 년 동안 근친혼을 통해 자신들이 살고 있는 나라에 있는 어떤 민족들보다 훨씬 더 뚜렷하게 그들만의 인종적 특성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유대인들은 우리가 가진 모든 정치적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외 나폴레옹이 러시아로 진격하며 알렉산드르 1세 러시아 제국 황제와 주고받은 편지, 유작 '레퀴엠'을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죽은 모차르트가 아내 콘스탄체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 등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00통의 편지로 읽는 세계사 | 콜린 솔터 지음 | 이상미 옮김 | 현대지성 | 440쪽 | 2만5000원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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