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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 복원부터 1000원짜리 밀크티까지’… 올해 전 세계 富 지형도 대변화

조선비즈 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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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기 코인과 IT 플랫폼 출신 벼락 부자들 자리를 올해는 실물 경제 최전선에서 뛰는 기업가들이 거머쥐었다. 멸종된 매머드를 복원하겠다는 바이오 기업가부터 한 잔에 1000원짜리 밀크티를 파는 중국인 형제에 이르기까지 손에 잡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이들이 ‘부(富)의 공식’을 다시 썼다.

지난 10월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컨퍼런스에서 초호화 열차 '사막의 꿈' 모형 객차 안에 손님들이 서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월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컨퍼런스에서 초호화 열차 '사막의 꿈' 모형 객차 안에 손님들이 서 있다. /연합뉴스



4일(현지시각) 스위스 은행 UBS가 발표한 2025년 억만장자 리포트(Billionaire Ambitions Report 2025)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전 세계에서 자산 10억달러(약 1조4750억원) 이상 억만장자는 총 2919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8.8% 늘었다. 이들이 쥔 총자산은 15조8000억달러(약 2경3300조원)로 전년보다 13% 불어났다

억만장자 2919명 가운데 올해 새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는 287명(9.8%)이었다. 코로나19 부양책으로 자산 가격 거품이 절정에 달했던 2021년 이후 4년 만에 최대 규모다. 2021년에는 유동성(자금) 증가에 기대 금융 공학을 활용해 억만장자에 등극한 부자들이 많았다. 반면 올해는 바이오, 소비재, 인프라, 에너지처럼 구체적인 실물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이들이 대거 부상했다.

UBS는 주목할 만한 사례로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Colossal Biosciences) 창업자 벤 램(Ben Lamm)을 꼽았다.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멸종된 동물을 복원하는 기업이다. 이 기업은 멸종된 매머드를 복원해 2028년까지 북극 툰드라에 방생하겠다고 했다. 도도새와 태즈메이니아 호랑이 복원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램은 허황된 꿈 같던 공상과학(SF) 영화 설정 같은 기술을 현실 세계로 끌어들여 거액 투자를 유치했다.

벤 람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 대표(왼쪽)와 조지 처치 하버드대 교수가 멸종한 매머드 복원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Colossal Biosciences

벤 람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 대표(왼쪽)와 조지 처치 하버드대 교수가 멸종한 매머드 복원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Colossal Biosciences



첨단 기술만 정답은 아니었다. 중국 장훙차오·장훙푸 형제는 박리다매 같은 고전적 경영 방식으로 조(兆) 단위 부를 쌓았다. 이들이 창업한 저가 버블티·아이스크림 체인 미쉐빙청(Mixue·蜜雪冰城)은 중국 내 매장만 3만6000개가 넘는다. 1잔에 1000원 안팎인 음료를 1년에 수십억 잔씩 판다. 이들은 지난 3월 홍콩 증시에 상장(IPO)해 나란히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UBS는 “소비재와 유통 혁신이 여전히 강력한 부의 원천임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인프라 투자 회사 스톤피크(Stonepeak) 마이클 도렐 창업자는 AI(인공지능) 열풍에 올라탔다. AI 구동에는 막대한 전력과 데이터 센터가 필수다. 스톤피크는 데이터 센터와 통신 타워 등 AI 시대 물리적 기반 시설에 집중 투자하는 기업이다. 도렐은 치열한 AI 소프트웨어 경쟁에 뛰어들기 보다, 인프라를 장악해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편된 에너지 지형도 새 부호를 낳았다.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기업 벤처 글로벌(Venture Global)은 에너지 안보 위기로 미국산 LNG 수요가 폭증하면서 기업 가치가 수직 상승했다. 밥 펜더와 마이크 사벨 두 공동 설립자는 이를 기반으로 올해 처음 억만장자가 됐다.

이들처럼 자수성가한 부호들 외 올해 상속으로 억만장자가 된 이들은 91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물려받은 돈은 총 2978억달러(약 440조원)에 달했다. 2015년 첫 보고서 발간 이후 최대 규모다. 자수성가형 부자들이 287명으로 숫자는 더 많지만, 상속형 부자 1인당 평균 자산 증가 속도가 더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UBS는 이를 ‘거대한 부의 이전(Great Wealth Transfer)’이라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까지 전 세계에서 약 6조9000억달러(약 1경 170조원) 자산이 이전될 전망이다. UBS는 이 중 85%에 해당하는 최소 5조9000억달러(약 8700조원)가 억만장자 자녀들에게 상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역별로는 미국 부호들이 보유한 자녀 상속 자산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프랑스, 독일, 스위스가 그 뒤를 이었다.


베트남 하노이 Mixue 매장. /연합뉴스

베트남 하노이 Mixue 매장.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억만장자 창업자들이 축적한 자산이 그 자녀 세대로 대거 이동하면서 자본 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UBS가 전 세계 억만장자 87명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자녀가 있는 억만장자 82%는 “자녀가 상속받은 부에 의존하기보다 독립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기술과 가치관을 갖길 바란다”고 답했다. 자녀가 가업을 이어받아 경영하길 원한다는 응답은 43%에 그쳤다.

막대한 부를 물려받은 2세들은 과거처럼 아버지 회사를 그대로 물려받아 경영하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기존 가업보다 사모펀드(PE), 임팩트 투자, 혹은 자신만의 기술 스타트업 창업에 관심이 많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 세대가 일군 올드 머니를 자녀 세대가 새 비즈니스 마중물로 쓰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앞으로 글로벌 자본이 제조업 같은 전통 산업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혁신 분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음을 시사한다.

벤자민 카발리 UBS 글로벌 자산관리 부문 전략 책임자는 “세계화와 빠른 파괴적 혁신 탓에 기존 사업이 영원할 것이란 보장이 사라졌다”며 “전문 경영인 체제가 보편화되면서 가족들은 자녀가 특정 직책을 맡는 것보다 회복 탄력성과 적응력을 기르는 데 가치를 둔다”고 했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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