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홍 기자] LG디스플레이가 부활하고 있다.
2022년부터 이어진 수조 원대의 적자 및 희망퇴직 한파 등으로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받았으나 마침내 긴 터널을 빠져나왔다, 올해 3분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431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4년 만의 연간 흑자 달성을 목전에 두고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더 이상 과거의 LCD 거인이 아니다. 애플 아이폰 공급망에서의 약진, 광저우 LCD 공장 매각을 통한 재무 건전성 확보, 그리고 전장(자동차용 전자장비) 사업의 폭발적 성장까지 뼈를 깎는 구조조정 끝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업으로 태어나고 있다.
2022년부터 이어진 수조 원대의 적자 및 희망퇴직 한파 등으로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받았으나 마침내 긴 터널을 빠져나왔다, 올해 3분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431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4년 만의 연간 흑자 달성을 목전에 두고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더 이상 과거의 LCD 거인이 아니다. 애플 아이폰 공급망에서의 약진, 광저우 LCD 공장 매각을 통한 재무 건전성 확보, 그리고 전장(자동차용 전자장비) 사업의 폭발적 성장까지 뼈를 깎는 구조조정 끝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업으로 태어나고 있다.
물론 모든 위기가 끝난 것도 아니다.
사진=LGD |
단순한 반등인가, 구조적 회복인가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매출 6조 9570억 원, 영업이익 4310억 원을 기록하며 계절적 성수기 효과를 넘어서는 큰 성과를 냈다. 특히 금융투자업계가 주목하는 지점은 이익의 질이다. 과거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이 LCD 패널 가격의 등락에 춤을 췄다면 이번 흑자는 철저히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특히 모바일용 OLED 사업의 궤도 안착이 결정적이었다. 그동안 수율 문제로 애플의 신제품 출시 시점마다 고배를 마셨던 것과 달리 아이폰 17 시리즈에서는 프로(Pro) 라인업뿐만 아니라 전 모델에 걸쳐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과시했다.
경쟁사인 중국 BOE가 품질 이슈로 애플 공급망에서 사실상 배제되다시피 한 상황과 맞물려 '반사이익' 이상의 구조적 경쟁 우위를 점했음을 시사한다.
전사적 차원의 비용 절감 노력과 인력 효율화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고정비 부담이 크게 낮아진 점도 이익률 개선의 핵심 요인이다. 2024년까지 이어진 희망퇴직과 조직 슬림화는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손익분기점(BEP)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체질 개선을 완성했다는 분석이다.
애플 효과도 컸다. 실제로 2025년 LG디스플레이의 부활을 이끈 일등 공신은 단연 애플이다.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아이폰 OLED 패널 시장에서 3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삼성디스플레이의 독점적 지위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중국 추격자들을 따돌린 확고한 2위(Second Vendor)로서의 입지 구축으로 볼 수 있다.
주목할 점은 기술적 난이도다.
애플이 요구하는 저전력 LTPO(저온다결정산화물) 기술과 베젤 최소화 기술은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다. 중국 BOE가 수년간 막대한 보조금을 등에 업고 추격했음에도 아이폰 17 공급망 진입에 난항을 겪은 이유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는 이 틈을 파고들어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 애플의 신뢰를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올해 본격화된 아이패드 프로의 OLED 전환은 LG디스플레이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무엇보다 화면 밝기와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린 투 스택 탠덤(Two Stack Tandem) 기술은 LG디스플레이가 원조다. 차량용 OLED에서 쌓은 탠덤 기술 노하우를 태블릿에 성공적으로 이식하면서 아이패드 물량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게 되었다. 모바일과 IT 기기라는 두 개의 거대한 축이 동시에 가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굿바이 LCD
2025년은 LG디스플레이 역사에서 'LCD 완전 철수'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 중국 차이나스타(CSOT)에 광저우 8.5세대 LCD 공장을 매각하는 딜이 마무리되면서 TV용 대형 LCD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기 때문이다.
매각 대금 약 2조 원은 재무적 숨통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사실 그동안 LG디스플레이의 발목을 잡아온 것은 막대한 차입금과 이자 비용이었다. 그러나 이번 매각 대금은 고금리 차입금을 상환하고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즉각 투입될 예정이다. 부채 비율 개선은 향후 신규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 여력을 높여준다.
전략적 명확성도 눈길을 끈다. 당장 적자가 지속되던 LCD 사업을 털어냄으로써 회사의 모든 자원과 역량을 OLED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가 지배하는 LCD 시장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기술 초격차가 가능한 OLED 영역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선언이다. 이제 LG디스플레이의 매출 구조에서 OLED가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훌쩍 넘어섰다.
최근에는 가동을 멈춘 경북 구미 공장의 일부 부지를 매각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P2·P3 라인 부지 약 20만㎡를 미코그룹 계열사인 미코세라믹스에 매각했다. 매각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모바일이 현재의 캐시카우라면, 전장 사업은 확실한 미래의 성장 엔진이다. 그리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확산으로 차량 내부 디스플레이가 대형화, 고급화되면서 LG디스플레이의 입지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특히 벤츠, 제네시스 등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들이 선호하는 P-OLED(플라스틱 OLED) 분야에서 LG디스플레이는 2025년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유리 기판 대신 플라스틱을 사용해 휘어짐이 자유롭고 가벼운 P-OLED는 차량 인테리어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2025년 말 기준 LG디스플레이의 전장 사업 수주 잔고는 20조 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향후 수년간의 안정적인 먹거리가 확보되었음을 의미한다. 전장 사업은 고객사와 장기 계약을 맺고 개발 단계부터 참여하기 때문에, 일단 수주하면 매출의 가시성과 안정성이 매우 높다. LG그룹 전장 계열사(LG전자 VS사업본부, LG이노텍)와의 시너지 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이다.
8.6세대의 딜레마와 투자의 시간
화려한 흑자 전환과 구조조정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LG디스플레이 경영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바로 'IT용 8.6세대 OLED 투자'라는 딜레마 때문이다.
노트북과 태블릿 시장이 LCD에서 OLED로 전환되는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그리고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생산 효율이 높은 8.6세대 유리 기판 투자가 필수적이다.
이미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4조 원 이상을 투입해 8.6세대 라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중국의 BOE 역시 공격적인 투자를 발표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신중하다.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지만 수조 원 단위의 자금이 투입되는 8.6세대 투자를 곧바로 단행하기에는 재무 체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광저우 공장 매각 대금이 들어왔지만 이는 급한 불을 끄는 용도에 가깝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장치 산업의 특성상 투자가 늦어지면 시장 진입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만약 2026년 이후 본격적으로 개화할 맥북(MacBook) OLED 시장 등에서 8.6세대 라인을 보유하지 못한다면, 원가 경쟁력에서 밀려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유상증자나 외부 투자 유치보다는 기존 6세대 라인의 효율화와 기술 고도화로 초기 IT 시장에 대응하면서 투자 시점을 조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이다. 장기적으로는 8.6세대 투자 없이는 IT OLED 패권 경쟁에서 도태될 위험이 크다.
LGD는 아직 위기속에 있다. 정철동 사장의 결단이 2026년 상반기 중에는 반드시 나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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