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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5세 자녀를 키우는 이 모(39) 씨는 최근 아이와 함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서 영화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전체관람가’ 영화임에도 곳곳에서 자녀가 자칫 따라했을 때 위험할 수 있는 장면들이 수차례 등장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모 씨는 영화를 끝까지 보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다. 그는 “‘전체관람가’라서 안심했는데, 심장이 덜컹하는 장면들이 있어 당황했다”면서 “등급이 (아이가 보기에) 괜찮더라도 엄마 아빠가 미리 시청 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영유아의 디지털 콘텐츠 이용이 증가하면서 연령등급 세분화와 등급정보 제공을 강화하는 ‘한국형 페어런츠(Parents Guide) 가이드’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0세부터 11세까지 넓은 연령을 범주로 묶고 있는 현행 ‘전체관람가’의 한계를 해소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4일 부산 영상산업센터 컨퍼런스홀에서 ‘디지털 플랫폼 시대, 등급분류의 변화와 확장’을 주제로 진행된 ‘2025 등급분류 포럼’에서는 영유아 및 청소년 대상의 영상물 시청 환경을 개선 등을 비롯해 미디어 전환기에 발 맞춘 영상물 등급제도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제언들이 제시됐다. 포럼은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김병재, 이하 영등위)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했다.
2025 등급분류 포럼에서 개회사 하는 김병재 위원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제공] |
이날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미경 청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페어런츠 가이드(Parents Guide)를 위한 영상물 등급분류 서비스 개선 방안’을 주제로, 짧게 노출되는 연령등급과 7가지 내용정보(주제·선정성·폭력성·대사·공포·약물·모방위험 픽토그램만으로는 유해 요소의 구체적 내용과 강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시청 환경의 한계를 지적했다. 보호자와 청소년이 실제로 시청 여부를 판단하는 데도 한계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전체관람가 등급이 지닌 구조적 한계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전체관람가는 0세부터 11세까지 넓은 연령대를 하나의 범주로 묶고 있어 유아(3~5세), 미취학(5~7세), 초등 저학년(8~10세), 초등 고학년(10~11세)의 발달 차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학부모 설문에서도 “전체관람가라 안심하고 보여줬지만 자극적이라는 의견이 많았고, 방송도 7세 등급이 있는데 영화·OTT는 7세 등급이 없다”는 의견이 다수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보호자가 영상물의 구체적 내용과 유해요소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안내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영국·뉴질랜드 등에서 운영 중인 ‘페어런츠 가이드’가 장면 설명, 요소별 강도, 부모 대상 리터러시 정보를 함께 제공함으로써 등급정보의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한국형 페어런츠 가이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에서는 원숙경 동의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해외 주요 국가의 온라인 콘텐츠 등급분류 제도와 시사점을 발표했다. 원 교수는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는 기존의 사전 규제 중심에서 벗어나 등급정보 제공 강화와 플랫폼 책임성 확대 중심으로 제도가 전환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온라인 기반 시청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확장형 등급정보 체계 구축과 플랫폼 책임 기반의 공동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2025 등급분류 포럼 토론자 및 발제자 단체사진 [영상물등급위원회 제공] |
‘미디어 교육의 새로운 도전, 영상물 등급분류 레이터러시’를 주제로 세 번째 발제에 나선 박성복 한양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미디어·디지털·AI 리터러시 교육이 확대되고 있지만, 유해 영상물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시대에 영상물 리터러시 교육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은 영등위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레이터러시는 등급분류의 근거가 되는 7가지 고려 요소를 기반으로 영상물의 효과와 영향력을 분석·식별해 유해 영상물 대응 능력을 키우는 실천적 교육 개념으로, 등급이 있는 영상물은 물론 등급이 없는 영상물도 연령·정서·감성에 맞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주제 발표 후 진행된 종합 토론에는 김광재 한양사이버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의 사회로 강영은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재단 변호사, 곽규태 순천향대 교수, 김종화 티빙 공공정책(Public Policy) 팀장,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이상호 경성대 교수, 이창세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 위원, 장근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이 패널로 참여했다.
김병재 영등위 위원장은 “이번 포럼은 온라인 중심의 미디어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등급분류 제도의 역할을 새롭게 모색하는 중요한 자리였다”며 “영등위는 디지털 플랫폼 환경에 적합한 등급정보 제공 체계를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페어런츠 가이드 도입 검토 및 영상물 등급분류 레이터러시 교육 강화를 통해 이용자 보호와 선택권 확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