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요양보호사 대우해야 어르신 대우받는다(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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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식당일 하는게"…'어르신 수발' 요양보호사, 월 평균 임금 99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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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요양보호사 월 평균 임금 설문조사 결과/그래픽=김지영 |
정부가 내년부터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장기근속장려금 지급 대상과 금액을 확대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처우가 개선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사회가 협의해 장기요양보험료를 올려 요양보호사 인건비를 높이고, 일부 여유가 되는 이용자들은 장기요양서비스의 본인부담료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65세 이상이거나 65세 미만이라도 치매·뇌혈관성 질환 등 노인성 질병으로 6개월 이상 스스로 생활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목욕, 간호 등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보험제도다.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에 일정 비율을 곱해 납부하게 된다. 요양보호사는 장기요양보험서비스를 수행하는 주체이며 이들의 인건비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원에서 나온다.
◆ 정부, 요양보호사 장기근속장려금 내년부터 지급하지만, 여전히 처우 개선 필요
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동일기관 1년 이상 근속자부터 장기근속장려금을 지급한다. 기존엔 3년 이상 근속한 경우에만 장기근속장려금 지급이 인정됐다. 1년 이상 3년 미만 근속자에 대해 월 5만원의 장려금 지급을 신설하고, 근속 기간에 따라 6·8·10만원을 지급하던 장려금을 최대 월 18만원까지 인상한다.
인력수급취약지역 내 장기요양요원에 월 5만원의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 '농어촌 지역 장기요양요원 지원금'을 신설한다. 5년 이상 근무, 40시간의 승급교육 이수 등 일정 조건을 갖춘 요양보호사를 '선임 요양보호사'로 지정하고, 매월 15만원을 수당으로 지급하는 요양보호사 승급제 대상 기관을 확대해 올해 대비 선임 요양보호사를 약 3000명 늘릴 예정이다.
이 같은 종사자 처우개선에 따라 근속 7년 요양보호사는 기본급 외에 월 최대 38만원의 수당(장기근속장려금 18만원+농어촌 지역 지원금 5만원+선임 요양보호사 수당 15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장에선 정부 조치에도 여전히 요양보호사의 처우를 개선하기에는 수당이 부족하다고 본다. 정형선 국민의료복지연구원장(연세대 보건행정학부 명예교수)은 "정부의 추가 수당 지급으로 수가가 오르겠지만 아직 인건비가 낮은 편이라 부족하다"며 "요양보호사들이 현재 받는 금액이 월 100만원이 좀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곽효민 대한요양보호사교육기관협회 사무총장은 "일반 요양을 하는 경우 하루 3시간 20일 일하면 70만원 조금 넘는 정도를 벌고, 오전 오후 두 번 일하면 하루 6시간 일하고 월 150만원 정도를 번다고 보면 된다"며 "그런데 이 금액이 너무 적어 요양보호사 분들이 차라리 식당에서 서빙하는 게 훨씬 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의 2021년 서울시 장기요양요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방문요양보호사의 월 평균 임금은 99만5580원, 시설 요양보호사의 월평균 임금은 204만5436원이었다. 요양보호사의 평균 연령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방문요양의 경우 61.1세, 시설요양은 60.2세였다.
◆ "장기요양보험료 높일 필요 있어…여유 있는 계층은 본인부담률도 높여야"
결국 장기요양보험료를 올리는 방향으로 사회가 합의해야 한다는 견해다. 정 원장은 "장기요양보험로 재원 마련해서 인건비를 충분히 높이고 사회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추가로 해외 인력이 일부 올 수 있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정순둘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노인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 장기요양보험 재정 지출이 급속히 불어나고, 요양보호사로서 일할 인력은 없는 문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장기요양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너무 보험료를 올리면 젊은 세대만 부담을 많이 한다는 불만이 생기고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부양을 받아야 될 사람들 중 여유가 있는 계층은 본인들이 더 장기요양서비스 비용을 더 부담할 수 있게 사회적으로 연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또 "외국인 요양보호사를 들여오기 위해서는 외국인에 언어 능력과 숙련도를 높이기 위한 교육과 시험이 있어야 한다"며 "청년 등이 요양보호사를 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요양보호사가 업무 부담 능력이 덜한 직업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IT(정보통신) 기술 등이 빨리 적용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교육비 지원으로 요양보호사가 되기 위한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곽효민 사무총장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되는 비용이 요양보호사들한테 많이 돌아갈 수 있게 상향되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아울러 고용노동부에서 내일배움카드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들에 교육비를 지원해주고 있는데 이 비율이 크게 축소돼 지원자가 줄었다. 이 지원율을 다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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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한국'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 시급한데…입법은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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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6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1.05. kmn@newsis.com /사진=김명년 |
고령 인구 증가로 돌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요양보호사는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 환경으로 인력 이탈이 심각하다. 그럼에도 정작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을 위한 국회의 입법 논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의원실에 따르면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안은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통해 이르면 다음주 발의될 전망이다. 개정안에는 국공립 노인시설 확충과 요양보호사 적정 임금 기준 마련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남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은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돌봄 공공성을 강화해 초고령사회를 건강하게 맞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는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을 담은 법안들이 여러 건 계류 중이다.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월 대표 발의한 노인복지법·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안은 요양시설 종사자의 휴게시간 보장, 주기적 건강검진 지원, 산업재해 예방 조치 등을 명문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조 의원은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없이는 양질의 요양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개정안을 통해 요양시설 종사자들의 근로환경 개선이 이뤄지고, 안정적인 요양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같은 달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매년 7월 1일을 '요양보호사의 날'로 지정하는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요양보호사의 사회적 역할과 노동 가치를 국가 차원에서 공식화하겠다는 취지다.
이 의원은 "요양보호사 한 분 한 분의 헌신 덕분에 우리 부모세대가 보다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다"며 "(기념을 제정으로) 우리 사회가 돌봄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법안들은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 등에 상정됐지만 이후 논의가 거의 진전되지 않았다.
이처럼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 관련 입법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장 큰 배경으로는 재정 부담이 꼽힌다. 적정 임금 기준 마련과 공공시설 확충은 막대한 예산을 수반하는 사안이어서 정부와 국회 모두 신중한 접근을 이어가고 있다. 복지부는 표준임금 가이드라인 검토나 장기근속장려금 개선 등 단계적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간 접근법 차이도 변수다. 야당이 근로환경 개선에 방점을 찍는 반면 여당은 공공성 강화에 무게를 두면서 쟁점에 대한 조율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일부 의원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안으로 요양보호세 임금체계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이개호 민주당 의원은 올해 복지부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요양보호사들이 1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정부가 최소한의 경력 인정을 보장하는 호봉제 도입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호봉제를 당장 전면 도입하기에는 재정적 한계가 있다"며 "장기근속 요양보호사에게 지급되는 장려금 확대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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