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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 돈 버는 것만큼 중요한 '가치'와 '비전'

머니투데이 최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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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노르웨이 외이가르덴의 노던라이츠(Northern Lights) 탄소포집 터미널 /사진=김도균 기자

노르웨이 외이가르덴의 노던라이츠(Northern Lights) 탄소포집 터미널 /사진=김도균 기자


"기업을 다니는 직원들도 사람인데, '어떤 가치'를 위해 일하는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올해 이 가치 추구와 관련한 비전이 흔들린 기업들이 많았던 게 걱정이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가 최근 기자에게 한 말이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 추구를 하는 곳이지만 '내가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어야 회사 내 조직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뜻이 담겼다. 단순 돈을 버는 것 이상의 미래 비전을 직원들에게 제시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임을 토로한 것이다.

실제 올해 에너지·화학·배터리 등 분야의 기업들은 비전 보다는 '당장 돈이 되는 사업'에 포커스를 맞춰왔다. 지난 1년 동안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 이후 불거진 관세 문제 △중국의 불경기와 과잉공급의 지속 △국내에서 펼쳐진 사상 초유 계엄 정국 등으로 불확실성이 증폭된 영향이다. 수요와 공급 모두 위축되는 상황 속에서 기업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솔루션은 한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 지금 돈을 벌기 어려운 미래 사업 비중을 줄이는 것이다.

에너지 기업들은 궁극의 무탄소 에너지로 여겨지는 수소 관련 사업을 후순위로 미뤘고, 화학 업계는 플라스틱 순환경제에 기반한 스페셜티 사업을 물리기 시작했다. 전기차,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 미래 지향적 가치에 기반을 둔 배터리 업계 조차 장기화된 수요 부진에 글로벌 시장 공략 속도를 늦추고 있는 실정이다. 대신 강도 높은 구조조정, 가동률 합리화와 같은 키워드가 기업들의 최우선 고려 사항이 됐다.

기업들의 선택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눈 앞의 이익을 위해 미래에 대한 준비를 미룬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만큼 각종 불확실성에 기반한 2025년의 경영환경은 가혹했다. 빠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만성적 적자의 구덩이로 떨어질 수 있었던 기업들이 살 길을 찾은 결과다. 그럴듯한 미래 가치를 앞세우는 것보다 지금 당장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재확립하는 게 기업들이 당면한 1순위 과제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인용한 언급처럼 때로는 '가치'와 '비전'이 기업을 구성하는 직원들의 동기부여에 지대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수소 사업을 추진하던 한 기업의 직원은 속도조절을 택한 회사의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나름 미래를 준비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일해왔는데 그저 착잡할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토로는 올 한 해 취재현장에서 수 없이 들었다. 그들의 한숨과 그늘진 표정은 오래 기억 될 것 같다.


바라는 것은 기업들이 현재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완전히 잊지 않는 것이다. 구조조정과 합리화 기조 속에서도 다시 미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반드시 남겨놨으면 한다. 그래서 이 상황을 극복한 뒤 다시 매력적인 가치를 내세울 수 있는 기업이 되기를 기대한다. 기업은 '미생의 장그래'부터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까지 보통 사람들이 모인 집합체다. 이들이 꿈을 매일 안고 일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곧 기업이 국가 전체의 역동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길일 것이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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