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냥 뒷조사 전담팀
구조 과정이 공개되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지금은 잘 지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가족을 만났다면 어떤 반려생활을 하고 있는지,
보호자와 어떤 만남을 갖게 됐는지, 혹시 아픈 곳은 없는지..
입양을 가지 못하고 아직 보호소에만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새 가족을 만날 기회를 마련해 줄 수는 없을지..
동물을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이라면 당연히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며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궁금한 마음을 품었지만 직접 알아볼 수는 없었던 그 궁금증, 동그람이가 직접 찾아가 물어봤습니다.
"어, 어! 나가면 안 돼!"
도무지 지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고작 2㎏ 남짓한 작은 체구의 말티즈 종 '츄츄'(5세 추정)는 처음 만나는 사람의 인기척을 느끼자마자 다시 달려들며 자신을 안아달라고 앞발을 들었습니다. 돌발 상황에 뒷조사 전담팀도 일단 카메라를 내려놓고 돌봄 봉사자와 함께 츄츄를 진정시키는 일부터 해야 했습니다
츄츄의 에너지는 좀처럼 사그라들 줄 몰랐습니다. 이미 강아지 시기를 지나 성견이 된 지 한참 지난 나이지만, 보여주는 활동량만큼은 웬만한 강아지 이상이었습니다. 심지어 뒷조사 전담팀이 츄츄와 만난 시각은 오후 두 시. 이미 점심 식사를 끝내고 산책까지 한차례 다녀온 뒤였습니다. 돌봄 봉사자는 "정말 쉬지 않고 뛰었는데, 체력이 정말 좋은 것 같다"라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편집자주
시민들이 안타까워하며 무사 구조를 기원하던 TV 속 사연 깊은 멍냥이들.구조 과정이 공개되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지금은 잘 지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가족을 만났다면 어떤 반려생활을 하고 있는지,
보호자와 어떤 만남을 갖게 됐는지, 혹시 아픈 곳은 없는지..
입양을 가지 못하고 아직 보호소에만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새 가족을 만날 기회를 마련해 줄 수는 없을지..
동물을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이라면 당연히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며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궁금한 마음을 품었지만 직접 알아볼 수는 없었던 그 궁금증, 동그람이가 직접 찾아가 물어봤습니다.
지난달 11일, 경기 남양주시 동물자유연대 보호소 '온센터'에서 만난 말티즈 종 반려견 '츄츄'의 모습. 츄츄는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낯을 가리지 않고 다가와 인사를 시도했다. 동그람이 정진욱 |
"어, 어! 나가면 안 돼!"
도무지 지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고작 2㎏ 남짓한 작은 체구의 말티즈 종 '츄츄'(5세 추정)는 처음 만나는 사람의 인기척을 느끼자마자 다시 달려들며 자신을 안아달라고 앞발을 들었습니다. 돌발 상황에 뒷조사 전담팀도 일단 카메라를 내려놓고 돌봄 봉사자와 함께 츄츄를 진정시키는 일부터 해야 했습니다
츄츄의 에너지는 좀처럼 사그라들 줄 몰랐습니다. 이미 강아지 시기를 지나 성견이 된 지 한참 지난 나이지만, 보여주는 활동량만큼은 웬만한 강아지 이상이었습니다. 심지어 뒷조사 전담팀이 츄츄와 만난 시각은 오후 두 시. 이미 점심 식사를 끝내고 산책까지 한차례 다녀온 뒤였습니다. 돌봄 봉사자는 "정말 쉬지 않고 뛰었는데, 체력이 정말 좋은 것 같다"라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츄츄는 봉사자, 활동가, 손님을 가리지 않고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는 반려견이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
츄츄는 같은 견사에서 함께 지내는 개들 사이에서도 유독 애교가 넘쳤습니다. 잠시 진정을 하고 견사에 자리를 잡아 카메라를 작동시키자마자 카메라 렌즈에 관심을 보이더니 처음 보는 촬영팀에게 다가와 무릎에 털썩 앉아버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솜털처럼 가벼운 츄츄의 몸을 느끼며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정말 많이 참아왔겠구나."
경매장-펫숍에서 '낙오된 품종견'의 종착지…
돌고 돌아 다시 비닐하우스
지난 9월 세종시 외곽에 위치한 한 비닐하우스에서 소위 '품종견'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철장에 사육하던 장소가 적발됐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
지난 9월, 세종시의 한 비닐하우스.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이 두꺼운 비닐을 들춰내기 전까지,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녹슨 지 얼마나 됐는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철장 위에 서 있는 개들은 매우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청소를 거의 하지 않는지 바닥에는 배변이 눌어붙어 있었고, 천장에는 거미줄이 잔뜩 쳐져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발견된 개들은 말티즈, 시추, 포메라니안, 푸들 등 소위 말하는 '품종견'이었습니다. 이런 광경을 종합해 보면 떠오르는 장소가 하나 있습니다. 불법 번식장. 그러나 이곳을 운영하는 사람의 실체는 다소 당황스러웠습니다.
(비닐하우스 주인은) 반려동물 미용학원 원장이었어요. 미용학원에 대한 제보가 들어와서 추적하던 와중에 실습견들을 데리고 있는 비닐하우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송지성, 동물자유연대 위기동물대응팀장
지난 9월 세종시 외곽에 위치한 비닐하우스에서 발견된 품종견들. 동물자유연대 제공 |
개들은 어쩌다 이곳에 갇혀서 미용 실습견이 되었던 것일까. 거의 대부분의 품종견들은 번식장에서 태어난 뒤 경매장을 통해 시중의 펫숍으로 가게 됩니다. 그러나 강아지 시기에 판매되지 않은 채 성견으로 성장한 개들은 판매되지 않은 '악성 재고' 취급을 받습니다. 그렇게 갈 곳이 없어진 악성 재고는 저렴한 값에 미용학원의 '실습견 창고'에 들어와 갇힌 겁니다.
심지어 이곳에서는 불법 번식이 이뤄졌다는 의혹도 남아 있습니다. 송 팀장은 "미용학원 원장과 대화하던 도중 불법 번식과 판매를 암시하는 말을 들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점은 현재 경찰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가리는 중입니다.
구조 당시 일부 개들은 실습을 진행한 듯 털이 깎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상당수는 실습에 동원된 지 오래된 까닭인지 소위 '누더기'라 부를 만큼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로 발견됐다고 합니다. 심지어 병을 안고 있었음에도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했다고 해요. 그중 한 마리는 내장 질환을 비롯해 각막과 생식기가 손상되는 등 여러 상처를 안고 살아왔습니다. 이 개는 구조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지난 9월30일, 파보바이러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비닐하우스에서 구조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난 개 '뚜솜이'를 기리기 위해 동물자유연대에서 제작한 이미지. 동물자유연대 |
질병과 각종 상처에 시달리는 개들을 비닐하우스에 그대로 두고 갈 수는 없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은 미용학원 원장과의 긴 대화 끝에 마침내 소유권 포기를 받았습니다. 현장에서 구조된 53마리 개들은 배변 냄새 가득한 뜬장을 벗어나 온센터로 향했습니다.
이름 없이 번호로만 불리던 개,
이제는 '츄츄'라 불러주세요!
미용학원 실습견 53마리 개들이 온센터로 입주한 뒤, 활동가들에게는 돌봄 외에 다른 일도 생겼습니다. 그것은 바로 '작명'. 이 개들은 실습견으로 사실상 방치된 까닭에 이름도 없이 지내야 했습니다. 이제 실습견이 아닌 가족을 찾는 반려견이 되었으니, 그에 걸맞게 이름들을 지어줘야 했습니다.
그동안 불법 번식장 등에서 구조된 개들에게도 매번 이름을 붙여준 만큼 작명은 익숙할 만도 했지만, 작명은 늘 어렵다는 게 활동가들의 전언입니다. 갖은 창의력을 동원해 봐도 결국 엇비슷한 이름들이 나오게 된다고 하네요.
그러나 '세종-15'라는 이름으로 입소한 말티즈만큼은 이름을 정하기 수월했습니다. 사람을 향해 달려들며 입을 맞추려 애쓰는 세종-15를 본 활동가들은 '츄츄'라는 이름 말고 다른 이름은 떠오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츄츄는 구조 직후부터 사람들에게 안기기를 바라며 앞발을 들고 애교를 피웠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
사실, 츄츄와 같이 구조된 친구들 중에도 사람에게 애정을 보이는 개들은 많았어요. 그런데 유독, 츄츄는 달랐어요. 오죽하면 상대적으로 과묵한 개들과 함께 한 방에서 지내고 있으니까 이 개들도 덩달아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마치 ‘해피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민주,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선임활동가
사람을 향해 애정을 갈구하는 겉모습에 가려진 것은 없었을까. 츄츄는 견사에서 돌기 쉬운 전염병도, 심장사상충도 모두 피해 갔지만, 안타깝게도 이빨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이 활동가는 "구조견 대부분이 치아에 치석이 많이 끼어 있어 발치를 많이 선택했다"라며 "(츄츄 또한) 발치하는 게 삶의 질을 위해 더 나은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빨은 잃었지만, 그런 시련쯤은 츄츄의 사랑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산책을 위해 바깥나들이를 가자마자 앞장서 달려가는 츄츄의 모습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뛰던 뒷조사 전담팀이 숨이 차 주저앉은 뒤에도 츄츄의 심장은 여전히 더 달리기를 원했습니다. 숨이 차 헐떡거리는 촬영팀에게 다가와 다시 안아달라고 앞발을 내미는 츄츄를 보면, 한시라도 빨리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아야 할 것 같다는 자연스레 들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츄츄를 돌보는 봉사자와 활동가들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지난 11일, 경기 남양주시 동물자유연대 '온센터'에서 바깥 산책을 나온 개 '츄츄'가 활기차게 달리고 있다. 동그람이 정진욱 |
츄츄의 넘치는 에너지를 정말 마음껏 발산하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츄츄에게 장난감 세 개를 던져주면 그걸로도 하루가 모자라요. 이것저것 가지고 놀면서도 더 없나 싶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죠. 여기서는 수많은 개들 중 하나인지라 돌봄활동가들이 츄츄에게만 시간과 애정을 쏟아줄 수 없잖아요. 가족과 함께 매일, 매시간 에너지를 소진할 기회가 한시라도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이민주,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선임활동가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leonardo@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