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구름많음 / -2.0 °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지역 격차 커지는 뇌졸중 진료…“‘응급실 신경계 전담의’가 해법” [건강한겨레]

한겨레
원문보기
댓글 이동 버튼0
지난달 27일 부산 ICSU·ICAS 2025 학술대회장에서 건강한겨레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이경복 대한뇌졸중학회 정책이사(순천향대 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대한뇌졸중학회 제공

지난달 27일 부산 ICSU·ICAS 2025 학술대회장에서 건강한겨레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이경복 대한뇌졸중학회 정책이사(순천향대 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대한뇌졸중학회 제공


최근 대한뇌졸중학회는 국제 학술대회(ICSU·ICAS 2025) 정책 심포지엄에서 우선 의료 취약 지역 및 권역응급센터급 이상의 병원에 ‘응급실 신경계 전담의’를 배치하자고 제언했다. 뇌졸중 진료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뇌졸중 전문의가 응급실에 상주함으로써 병원 전 단계 과정부터 119와 응급실 사이에서 실시간으로 뇌졸중 환자를 분류하고 이송하도록 직접 협력하는 환경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부산 학술대회장에서 건강한겨레 취재진을 만난 이경복 대한뇌졸중학회 정책이사(순천향대 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이란 질환은 어렵고 다양한 신경증상을 가진 응급환자가 왔을 때 빠르게 뇌졸중인지를 판단하고 환자를 분류해 필요한 검사와 처치를 진행하거나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신속히 이송해야 한다”며 “현재 응급의학과 의료진만 응급실에 상주하는 응급의료 체계에선 뇌졸중에 맞는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응급실 신경계 전담의 제도 신설이 국내 뇌졸중 치료체계에 존재하는 빈틈을 메우기 위한 대책이라고 말한다. 최근 포화 상태인 응급실 환경상 응급의학과 의료진이 뇌졸중 환자를 신속하게 분류하기 어려운데다 지역으로 갈수록 뇌졸중 배후진료를 담당할 전문 의료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025년 1월 기준 전국 심뇌혈관질환센터 지정 현황. 보건복지부 제공

2025년 1월 기준 전국 심뇌혈관질환센터 지정 현황. 보건복지부 제공


뇌졸중은 가장 대표적인 필수·중증 응급질환으로, 발병 후 180분 내 초급성기 치료 여부가 환자의 예후를 결정한다. 특히 뇌졸중 중 약 80%를 차지하는 뇌경색으로 뇌혈관이 막힐 경우 1분마다 200만 개의 뇌세포가 손상되며 한 번 손상된 뇌세포는 회복이 어렵다. 증상 발생 후 1시간30분 이내 정맥내혈전용해술 치료를 시작한 환자는 그보다 치료가 늦은 환자보다 독립적 생활을 유지할 가능성이 2배 이상 높고, 동맥내혈전제거술 시행만으로도 혼자 생활할 정도로 회복할 가능성이 2.5배 이상 증가한다. 따라서 전국 어디서나 정맥내혈전용해술, 동맥내혈전제거술, 뇌졸중 집중치료실 치료 등의 초급성기 치료가 가능한 뇌졸중 안전망 구축이 중요하다.



이에 우리나라에선 대한뇌졸중학회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력해 ‘한국형 뇌졸중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전국을 24개 권역으로 나눠 중앙심뇌혈관센터, 권역심뇌혈관센터, 지역심뇌혈관센터로 이어지는 급성기 치료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전문 의료진이 직접 소통해 뇌졸중 응급 환자의 전원 가능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뇌졸중 인적 네트워크 시범사업도 진행 중이다.



별도로 학회에선 전국 90개 뇌졸중센터에 대해 급성기 뇌졸중 치료 역량도 인증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국내 뇌졸중 사망률 지표는 크게 나아지고 있다. 과거 질환별 사망률 1위였던 뇌졸중은 최근 3~4위까지 내려왔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결과에서도 우리나라의 뇌경색 환자 사망률이 회원국 중 가장 낮았다.



심뇌혈관질환센터 및 전문 의료진이 부재한 의료취약지(붉은색 표시) 현황. 최지현 기자

심뇌혈관질환센터 및 전문 의료진이 부재한 의료취약지(붉은색 표시) 현황. 최지현 기자


하지만 여전히 국내 뇌졸중 치료체계의 지역별 격차와 뇌졸중 의심환자가 응급 이송 과정에서 병원에 도착하기까지의 병원 전 단계 소요시간 등 두 가지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는 최근 ‘응급실 뺑뺑이’라고도 불리는 의료 현상이지만, 결국 두 가지 문제는 ‘의료 취약 지역’ 문제로 서로 연계돼 있기도 하다. 실제 급성 뇌졸중 환자의 관내 충족률은 평균 37%로 지역 편차가 매우 크다. 90% 이상 관내 치료가 가능한 지역이 있는 반면, 관내 치료율이 채 30%에 못 미치는 지역도 있다. 충남 서해안 지역, 동해안 지역, 전라도 도서 지역 등 취약지엔 뇌졸중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신경과 의료진과 병원이 전무할 정도다.



이러한 취약 지역일수록 뇌졸중 의심 환자를 응급이송 단계에서 뇌졸중으로 정확히 분류하고 적절한 병원을 찾아 신속하게 처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든다. 이런 탓에 소방청 집계에 따르면 뇌졸중 의심 환자가 119 신고 후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40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약 40%에 달한다. 이러한 이송 시간은 최근 5년간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이경복 교수는 “학회에서 관련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현재 응급실에서 뇌졸중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라며 “△우선 119에서 치료 가능한 첫 병원으로 이송하지 못했고, 해당 병원에서 진단 및 타병원 이송이 지연돼 골든타임을 놓친 경우 △병원의 배후 전문진료과는 진료가 충분히 가능한 상태였으나 응급의료센터 인력이 부족하거나 다른 환자가 너무 많아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뇌졸중 환자를 받지 않은 경우 △환자 분류(트리아제) 단계에서 진단되지 못하고 응급실 내원 이후 뇌졸중이 진단됐으나 병원 내 당직 뇌졸중 전문의가 없어서 치료가 늦어진 경우”라고 설명한다. 이들 경우 모두 응급실 내 전문의가 119와 미리 환자 분류를 통해 적절한 병원으로 가도록 지시할 수 있고, 다양한 신경증상에 대한 응급실 내 감별 진료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으며, 해당 병원 및 타병원의 배후 전문진료 인력과 소통이 원활할 수 있는 신경계 전문의가 평일 주간에라도 상주한다면 상당 부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그는 이어 “현재 국내 뇌졸중 치료체계는 서울과 수도권을 벗어나면 불모지나 다름없을 정도로 사각지대가 많다”며 “이들 지역에 모두 뇌졸중 전문 병원을 세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우려한다. 결국 응급실 신경계 전담의가 이들 의료 취약 지역에서 응급의료를 최대한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결론이다. 또한, 뇌졸중을 담당하는 신경과뿐 아니라 소아과, 내과 등 필수·응급질환에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고도 제언한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필수·응급의료란 시간을 미룰 수 없고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치료이기에, 필수의료는 어느 병원에서 어떤 진료과가 담당하느냐가 아니라 그 질환 자체에 대해 이해하고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 시스템이 무엇인가라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뇌졸중을 비롯해 각 질환이 지역별로 얼마나 발생하는지 파악해 이에 필요한 의료인력을 정확히 추산하고 각 지역에서 질환별 네트워크를 관장하는 거점병원에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



[끝나지 않은 심판] 내란오적, 최악의 빌런 뽑기 ▶

내란 종식 그날까지, 다시 빛의 혁명 ▶스토리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넷플릭스 워너브러더스 인수
    넷플릭스 워너브러더스 인수
  2. 2조진웅 소년범 의혹
    조진웅 소년범 의혹
  3. 3김호중 성탄절 가석방
    김호중 성탄절 가석방
  4. 4문정희 춤 실력
    문정희 춤 실력
  5. 5내란재판부 위헌 우려
    내란재판부 위헌 우려

한겨레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