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심교의 내몸읽기]
송년회가 잦은 12월 간과해선 안 될 게 '식중독'이다. 식중독은 흔히 여름철에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겨울철이 더 위험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2019~2023년 발생한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환자는 4279명에 달했고, 같은 기간 전체 식중독 발생 건수의 49%가 12월부터 이듬해 2월에 집중됐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는 급성 위장염과 설사를 주요 증상으로 하는 전염성 바이러스다. 극히 적은 양의 바이러스에도 감염될 정도로 전파력이 강하다. 노로바이러스가 든 굴·홍합 등 어패류, 오염된 채소·물을 먹었거나, 감염자와 접촉하기만 해도 옮을 수 있다. 오염된 물을 얼리거나 섭씨 60도 미만의 온도에서도 노로바이러스는 잘 살아남는다. 겨울철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이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이항락 교수는 "바이러스성 식중독은 바이러스 특성상 기온·환경의 영향을 적게 받고, 변이를 통해 환경에 적응한다는 점에서 겨울 식중독의 원인으로 꼽힌다"며 "이 때문에 겨울철 식중독의 주된 원인인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식중독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노로바이러스 이미지. |
노로바이러스의 평균 잠복기는 12~48시간이며 이후 갑작스럽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일상에서도 3일 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 소아는 구토, 성인은 묽은 설사 증상이 흔하게 나타나며 △권태 △두통 △발열 △오한 △근육통 등 전신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증상이 심한 경우 탈수나 전해질 불균형 상태가 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는 대부분 3일 이내에 자연 회복되지만, 특별한 항바이러스제나 항생제 치료법이 없어 수분·전해질 보충이 중요하다.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김정연 교수는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식중독이 발생하면 수분을 마셔 탈수부터 막아야 하는데, 이온 음료나 보리차를 충분히 마시면 수분 보충에 도움 된다"며 "단, 탄산음료나 과일 주스는 탈수 증세를 악화할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노인, 임산부, 면역 저하자 등 고위험군은 탈수 위험이 크기 때문에 증상이 심하거나 3일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김 교수는 "경증 탈수는 경구 수액으로 교정할 수 있지만, 심한 탈수는 정맥 주사를 통한 수액 공급이 필요하기 때문에 △구토 △설사 △어지러움 등의 탈수 증상이 심해지면 진료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과거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됐어도 면역을 유지하는 기간이 짧아, 다시 감염되는 사례가 잦다. 노로바이러스 백신은 아직 없어, 일상 속 예방수칙을 최대한 따르는 게 최선의 예방법이다.
노로바이러스는 영하 20도(℃)에서도 생존할 만큼 낮은 온도에도 저항성이 강하며, 일반적인 조리 온도나 수돗물의 염소 농도에서도 쉽게 사멸하지 않는다. 다행히 이 바이러스는 70도에서 5분, 100도에서 1분 이상 가열하면 사라지므로 굴·조개류는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한다. 냉장고에 보관한 과일·채소는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고, 껍질은 벗겨 먹는다. 연말 모임에서는 술잔·식기를 공유하지 말아야 한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는 증상이 사라진 후 48시간까지 외출을 자제하고 화장실을 비롯한 생활공간을 다른 가족과 구분해 생활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는 대변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화장실에서 대변을 본 후 물을 내릴 때 변기 뚜껑을 열면 비말이 튀어 노로바이러스가 확산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환자가 사용했던 공간이나 화장실, 환자 분비물에 오염된 물품은 시판용 락스를 희석(락스 1: 물 50)해 묻힌 천으로 닦아내 소독하되, 비말을 통한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해야 한다. 김정연 교수는 "노로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려면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 씻는 습관이 필수"라며 "특히 화장실 사용 후, 음식을 조리하기 전, 외출 후에는 반드시 손 씻는 습관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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