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AP/뉴시스]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에서 사실상 배제된 유럽 정상들이 미국에 대해 불신을 드러냈다고 독일 매체 슈피겔이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5월 10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대통령궁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왼쪽부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하는 모습. 2025.12.05. /사진=뉴시스 |
[파이낸셜뉴스] 유럽 주요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 평화협상 과정에서 반복되는 배제에 강한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이해와 다른 방향으로 영토·안보 보장안을 조율하고 있다는 판단이 퍼지면서 EU 내부에서는 독자적 평화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유럽 정상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배신할 수 있다”
4일(현지시간) 독일 매체 슈피겔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일 유럽 정상들과의 비공개 통화에서 “미국이 명확한 안전보장 없이 영토 문제에서 우크라이나를 배신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큰 위험에 처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앞으로 며칠간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며 “그들이 우리 모두를 상대로 장난을 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슈피겔은 여기서 말한 ‘그들’을 스티브 윗코프 미국 대통령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고문으로 해석했다.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와 볼로디미르를 이들과 함께 남겨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고,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역시 “우리는 볼로디미르를 보호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통화에는 폴란드·이탈리아·덴마크·노르웨이 총리와 EU 집행위원장,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참여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그런 표현을 쓴 적 없다”고 부인했으나, 슈피겔은 참가 정상 2명이 발언 내용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주도안에 유럽 반발…“EU도 자체 계획 필요”
미국은 우크라이나 의견을 반영해 종전안 초안을 28개 항에서 약 20개 항으로 줄여 러시아·우크라이나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초안에는 돈바스 전역을 러시아에 넘기고, 서방이 동결한 러시아 자산을 해제해 우크라이나 재건에 투입한다는 방안 등 유럽의 기존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은 이미 우크라이나 지원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종전협상에서 지속적으로 ‘패싱’되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8월 알래스카에서 이뤄진 미·러 정상 회동 이후 협상 속도가 빨라지자 EU 정상들은 젤렌스키의 백악관 방문 일정에 대거 동행하며 영향력 확보를 시도했다.
EU는 전쟁 장기화로 재정 부담이 커지자 러시아 자산을 활용한 지원 방안을 추진해왔으나, 미국이 자산 해제와 추가 재건비 부담까지 요구하면서 실현 가능성도 흔들리고 있다.
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 EU 방위담당 집행위원은 폴리티코에 “EU가 6개월마다 새로운 계획을 내지만 결국 워싱턴을 기다리는 모습”이라며 “계획은 브뤼셀이나 베를린에서도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EU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현재 종전안이 무산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새로운 안이 나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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