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부터 유럽까지 점유율 삼킨 中 차·배터리…韓 업계 위기감 커진다

BYD SEAL 차량. 김수지 기자

중국 완성차와 배터리 기업이 글로벌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 전반에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신흥 시장을 기점으로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과 공급망을 무기로 판도를 흔들면서 글로벌 시장 구도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중국계 완성차의 글로벌 점유율은 22%로, 2020년 대비 6.3%포인트(p) 확대됐다. 전 세계에서 판매된 자동차 5대 중 1대는 중국차인 셈이다.

중국 업체의 성장 동력으로는 배터리 내재화와 부품 공급망 통합을 통한 가격 경쟁력, 신흥시장 중심의 현지 생산 확대 등이 꼽힌다. 수출 위주 전략에서 벗어나 현지 공장‧조립 라인을 구축해 물류비를 줄이고 제품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시장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중국의 전략은 지역별 점유율 흐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중남미 국가인 칠레‧페루 등에서 3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아세안(ASEAN) 지역에서는 태국 93.1%, 인도네시아 75.8%로 사실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도 현지 조립 기반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11%까지 끌어올렸다. 유럽의 경우 중국산 순수전기차(BEV)에 고율 관세가 부과되는 상황에도 판매량이 전년 대비 91% 급증했다.

이 같은 확장세에 국내 완성차 업체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중남미 시장 점유율은 8.7%에서 8.5%로, 아세안은 5.9%에서 4.1%로 하락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에 더해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도 미래차 전환과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CATL이 공개한 낙스트라 배터리. AP 연합뉴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1~10월) 세계 전기차(EV‧PHEV‧HEV) 등록대수 기준 배터리 총 사용량은 933.5GWh로, 전년 동기 대비 35.2% 늘었다. 전체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중국 기업은 독주 체제를 굳힌 반면, 한국 기업은 오히려 점유율이 하락했다.

CATL은 전년 동기 대비 36.6% 증가한 355.2GWh를 기록하며 1위를, BYD는 36.1% 오른 157.9GWh로 2위를 차지했다. 두 업체만으로도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거머쥔 셈이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점유율 합산은 16.0%로, 전년 대비 3.5%포인트(p) 감소했다.

중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서도 흐름은 비슷하다. 올해 중국 외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3사의 점유율은 37.6%로, 중국 기업들(39.5)보다 1.9%포인트(p) 뒤쳐졌다. 지난해만 해도 한국 43.9%, 중국 36.3%로 앞섰지만, 불과 1년 만에 중국에 우위를 내줬다.

업계 안팎에서는 중국의 우위 강화가 지속되면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중국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은 앞으로 더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며 “경쟁력 격차를 좁히기 위해 기술력 확보와 다양한 포트폴리오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기술 고도화와 글로벌 협력 확대를 핵심 대응 전략으로 제시한다. 문학훈 오산대학교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국내 전기차·배터리 R&D 강화와 기술 고도화를 위한 해외 기업 간 MOU 확대는 필수 과제”라며 “이를 통해 혁신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다양한 전략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