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자료사진. |
금융당국이 방카슈랑스 채널의 판매 비중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험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이 대형 보험사 상품에 집중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소형사의 입지가 좁아지고, GA 시장에서 이미 벌어졌던 수수료 경쟁 과열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특정 생명보험사 상품의 판매 비중 상한을 현행 33%에서 내년 5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손해보험사의 비중 규제도 기존 50%에서 75%로 완화하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다. 방카슈랑스란 은행 등 금융기관이 보험회사의 대리점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며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방카슈랑스 규제는 2005년 ‘25% 룰’에서 시작됐다. 당시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은 특정 보험사 상품을 25% 이상 판매하지 못하도록 제한돼, 소비자 요구와 상관없이 상품 추천이 제한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 4월 혁신금융서비스 제도를 활용해 이 비율을 33%로 확대했고, 1년간 운영 성과를 살펴본 뒤 2년 차 상한을 다시 정하기로 했다. 혁신금융서비스는 정식 제도화에 앞서 효과를 미리 시험해 보는 특례 제도다.
은행권은 규제가 풀리면 수수료 수익 확대가 가능하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보험사들도 은행의 방대한 고객 기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판매 채널 다변화라는 긍정적 요소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생명보험업계 전반의 기류는 ‘우려’에 더 가깝다. 규제 완화가 판매 쏠림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형 은행이 인지도와 안정성이 높은 대형 보험사 상품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은행의 시장 지배력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9월 기준 생명보험사 22곳의 초회보험료 20조7345억원 가운데 70.1%(14조5413억원)가 방카슈랑스를 통해 판매됐다.
특히 중소형 생보사들의 우려가 크다. 규제가 완화되면 은행의 영향력이 더 확대되면서 협상력이 한층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사는 그나마 버틸 여력이 있지만 중소사는 은행과의 협상 과정에서 수수료 인상 압박을 피하기 어렵다”며 “이는 GA 시장에서 이미 드러난 문제로, 영향력이 큰 판매 채널이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면서 사업비가 치솟고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방카슈랑스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구조를 막기 위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면 채널과의 갈등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전속 설계사 중심으로 영업해온 회사들의 경우 방카슈랑스 비중이 커지면 대면 채널 내에서 잡음이 생길 수 있다”며 “설계사들은 본인의 영업 영역이 줄고 판매 기회가 축소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시장 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2023년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험계약마진(CSM)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CSM 확보에 불리한 저축성보험 비중을 보험사들이 크게 늘릴 유인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방카슈랑스 판매의 상당 부분은 일시납 연금 등 저축성보험에 집중돼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삼성화재 같은 일부 손해보험사는 올해 사실상 방카슈랑스 판매에서 손을 뗀 상태다.
또 다른 생보업계 관계자는 “현재 33% 상한도 채우지 못하는 보험사가 여러 곳이고, 모든 보험사가 은행 창구에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며 “규제 완화가 시장 판도를 크게 바꾸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