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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병자'전락 獨···"韓도 반도체 호황때 체질개선 메스 들어야" [Pick코노미]

서울경제 김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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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중고 닮은꼴' 한국과 독일
1.제조업에 편중
GDP 차지 비중 韓 24%·獨 18%
2.취약한 에너지
에너지수요 獨 70%·韓 85% 수입
3.中과 경쟁 노출
첨단산업까지 '수출 유사성' 확대
4.확장재정 한계
성장둔화 속 '부채증가' 너무 빨라


지난해 경제가 역(逆)성장하면서 ‘유럽의 병자’라는 오명을 쓴 독일에서 “한국 경제가 독일과 닮아가고 있어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가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 비해 공장을 돌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중국에 대한 수출 경쟁 민감도가 높아 대외 충격에 쉽게 흔들린다는 점에서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요아힘 나겔 독일 분데스방크(연방은행) 총재는 1일 한국을 방문해 연세대에서 특강을 진행했다. 나겔 총재는 강연에서 한국과 독일 경제의 유사성을 일일이 열거하며 구조 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2023년 기준)에 따르면 제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독일 18%, 한국 24%로 회원국 평균(13%)을 크게 웃돈다. 그는 “양국 모두 글로벌 공급망에 묶여 있어 미중 갈등이나 통상 질서 변화가 경제에 즉각적인 충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에너지의 85% 이상을 해외에서 들여온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독일 제조업이 흔들렸는데 한국도 구조적으로 동일 리스크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저출생에 따른 노동 공급 축소와 확장 재정도 구조적 약점으로 지목했다. 그는 “인구구조 고령화와 재정 부담 증가는 시간이 갈수록 한국 성장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며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가 한국 경제에 던진 경고의 메시지는 명료하다. 독일과 닮은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에서도 앞으로 역성장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 경제가 괜찮은 성적표를 내는 중심에는 반도체 착시 효과가 있다”며 “메모리 슈퍼사이클 때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수술대에 올리고 싶어도 환자의 체력이 없어 수술을 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재정 확장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경제의 기초 체력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4일 독일 분데스방크에 따르면 독일은 2023년(-0.9%)과 2024년(-0.5%)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한 데 이어 올해 1~3분기 성장률도 전년 대비 0.1% 증가에 그쳤다. OECD는 올해 독일 성장률을 0.3%, 한국을 1.0%로 전망하고 있다. 잠재성장률(독일 0.6%, 한국 1.9%)을 감안하면 두 나라 모두 성장 잠재력이 역사적 저점에 근접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저성장의 원인은 요아힘 나겔 분데스방크 총재의 연세대 강연에서도 확인된다. 나겔 총재는 “독일이 마주한 구조적 불균형은 한국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제조업 편중과 취약한 에너지 구조, 중국과의 경쟁 심화, 확장재정의 한계 등이 나겔 총재가 꼽은 공통 위험 요인이다.

나겔 총재는 높은 제조업 의존도를 가장 큰 취약점으로 꼽았다. OECD에 따르면 제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 24%, 독일 18%로 OECD 평균(13%)을 크게 웃돈다. 한국은 지난해 명목 기준으로 26%를 넘기도 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을수록 호황기에는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 공급망 충격, 무역 갈등 등 대외 환경이 나빠질 때 충격도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도 공통된 약점이다. 독일은 에너지 수요의 70%, 한국은 85%를 해외에 의존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독일 제조업이 급격히 흔들린 배경에는 천연가스·전력 가격 급등이 있었다. 반도체·정유·철강·화학 등 에너지 집약 산업이 많은 한국 역시 에너지 가격 변동에 취약한 구조다. 특히 최근 원화 약세 심화로 수입 비용과 생산비에 미치는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은은 환율이 1%포인트 오르면 소비자물가가 3개월에 걸쳐 약 0.03%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과의 경쟁 심화도 양국 제조업을 압박하고 있다. 독일과 중국의 수출 유사성 지수는 2019년 55에서 지난해 60으로 5포인트 높아졌다. 한국 역시 같은 기간 중국과의 수출 경합도가 0.5포인트 상승했다. 한은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인공지능(AI), 배터리, 첨단 소재 등 기술 경쟁력에서 앞설 경우 한국 등 제조업 중심국에 대한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장 둔화를 재정이 떠받치는 구조도 유사하다. 독일은 2025년 5030억 유로(863조 원) 규모의 연방예산을 확정했고 2026년 예산안은 5245억 유로로 국회를 통과했다. 한국도 2026년도 예산이 728조 원으로 통과되며 확장재정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양국의 예산 증가율을 비교해 보면 독일이 4.4% 수준인 반면 한국은 8.1% 증가해 2배에 육박한다. 부채 증가 속도 역시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편에 속한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독일은 통일 과정에서 경제위기를 제조업 생산성으로 극복했는데 에너지 위기를 겪으면서 성장 동력이 꺼진 상황”이라며 “우리나라도 독일의 위기에서 향후 경제정책 방향의 시사점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혜란 기자 kh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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