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트(Z)세대의 록스타’라고 불리는 ‘한로로’(HANRORO)의 인기가 대단하다. 지난달 말 개최한 ‘한로로 4th 단독 콘서트 ‘자몽살구클럽’’에는 이틀 만에 약 1만명의 관객이 몰려들었다. 시적인 가사, 서정적인 멜로디, 그리고 문학과 음악을 연결하는 무대로 힘겨운 세상에서 방황하며 불안해하는 젊은 세대를 위로했다. 한로로의 3번째 미니앨범(EP) ‘자몽살구클럽’은 2025년 8월4일에 발매됐다.
서점가도 ‘한로로 열풍’이다. 소설 ‘자몽살구클럽’은 출간 직후 10대와 20대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으며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쟁쟁한 책들과의 순위 경쟁에서 좀처럼 밀리지 않고 있다. 국문과 출신 아티스트가 작가로서 꾹꾹 눌러써 내려간 소설은 문학적 완성도는 높지 않지만, 그래서 도리어 담백하고 친근하다. 음악으로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한,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청춘들의 불안한 감정을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한로로 장편소설 ‘자몽살구클럽’은 앨범 발매에 앞서 2025년 7월25일에 출간됐다.
소설 ‘자몽살구클럽’은 ‘자몽’과 ‘살구’를 좋아하는 ‘클럽’에 대한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다. 죽고 싶었던 십대 여학생들에 관한 자못 진지하고 심각한 이야기다. 학교 동아리 신입 모집 마감 하루 전, 14살 소하는 게시판에 붙어있는 비밀 클럽 ‘자몽살구클럽’ 홍보지에 적힌 글귀를 보고 신입 부원이 된다. 네명의 부원 소하, 태수, 유민, 보현은 각자의 아픔을 견디기 힘들어 죽고 싶었지만, 결국 ‘눈부시게’ 살기 위해 서로를 돕는다. 소설은 ‘죽고 싶지만, 또한 죽고 싶지 않은’ 십대 청소년들의 이중적 감정을 다독이며, 그들을 자꾸만 벼랑 끝으로 내모는 비정한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을 고발한다. 그런 가운데 ‘살구 싶다’ ‘살구 싶다아’ ‘살구!’ ‘싶다!’ ‘살려!’ ‘줘요!’를 외치는 그들의 애절한 목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한로로 열풍은 음악 아티스트가 자신의 팬들을 독서라는 세계로 이끈 흥미로운 사례다. 그리고 그 기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모양새다. 한 대형서점은 2025년을 마감하면서 ‘올해의 콘텐츠’에 한로로를 선정했고,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절망과 슬픔을 음악과 문학으로 연결해 발표하는 색다른 시도는 ‘지식재산(IP) 비즈니스’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시켜 줬다. 사실 출판계에서는 이 책의 등장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처음엔 ‘무슨 책인데 갑자기 순위가 오르지?’라는 호기심으로 책을 바라봤고, 출판사가 아닌 연예기획사에서 출간한 소설을 그저 ‘굿즈’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뒤늦게 심각한 오판이었음을 깨달은 출판사들은 소설과 음반의 ‘상호작용’ 또는 ‘시너지 효과’에 놀라며, 유사한 콜라보레이션을 위한 기획 회의를 하느라 분주하다.
베스트셀러가 항상 진리일 리는 없으나, 어떤 책들이 결국 독자들의 선택을 받게 되는지에 대한 의미 있는 지표가 되어준다. ‘자몽살구클럽’의 인기는 출판 시장에서 ‘젊은’ 독자들이 차지하는 위치를 분명히 확인시켜줬다. 새해에는 책과 멀어지고 있는 젊은 독자들을 위한 진심의 노력이 더 많아지길, 그리고 그 노력이 그들에게 가닿을 수 있기를.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끝나지 않은 심판] 내란오적, 최악의 빌런 뽑기 ▶
내란 종식 그날까지, 다시 빛의 혁명 ▶스토리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