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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극우의 득세, 둘이 아닌 하나의 문제다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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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일대에서 9·27 기후정의행진 본집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손팻말을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9월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일대에서 9·27 기후정의행진 본집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손팻말을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조효제 성공회대 명예교수는 ‘인권의 지평’ ‘인권의 최전선’ 같은 저서와 ‘세계인권사상사’ 같은 번역서로 인권 담론을 이끌어 온 사회학자다. 그런 그가 근년에 ‘탄소 사회의 종말’(2020)과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2022) 같은 다른 성격의 책을 잇따라 내면서 기후위기에 적극 개입하고 있는 것은 이 문제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겠다. 조 교수의 신작 ‘불타는 지구에서 다르게 살 용기’는 앞선 두 책에 이어지는, ‘사회생태위기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불타는 지구에서 다르게 살 용기 l 조효제 지음, 창비, 2만4000원

불타는 지구에서 다르게 살 용기 l 조효제 지음, 창비, 2만4000원


흔히 쓰는 ‘기후위기’가 아닌 ‘사회생태위기’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 교수가 서문에서 쓴 이 표현은 사태를 바라보는 그의 관점과 문제의식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의 위기를 단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변화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생태계 전체의 안위가 걸린 더 큰 사안으로 파악한다. 그리고 생태 위기는 기후과학과 생물학 같은 자연과학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정치·문화적 맥락이 결합된 복합 위기로 보아야 하고, 그 해결 역시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적 통찰과 방법론을 필요로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불타는 지구에서…’는 조 교수가 생각하는 사회생태위기의 현실과 해법을 15개의 질문과 답으로 정리한 책이다. ‘‘인간 대 자연’이냐, ‘인간과 자연’이냐’, ‘왜 정치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인가’, ‘인간사회와 생태환경은 어떻게 함께 무너지는가’, ‘유한한 행성에서 무한한 자유가 가능한가’ 같은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스스로 답하는 과정을 통해 독자의 고민과 참여를 유도한다.



조효제 성공회대 명예교수. 한겨레 자료사진

조효제 성공회대 명예교수. 한겨레 자료사진


기온 상승과 생태계 위기 같은 지구환경의 위기와 불평등, 차별, 혐오 같은 인간 사회의 문제가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는 것이 조 교수의 문제의식이다. 전작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에서 보았듯 생태계 훼손에 따른 피해는 인종과 계급, 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사회·정치적 관점을 동원해야 정확하게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난민과 불평등, 극우의 득세 같은 사회적 문제의 배경에는 기후와 생태 위기가 자리 잡고 있기 십상이다. “인간 사회와 지구환경이 함께 작동하는 현상(‘동조화’)이 사회생태위기의 특징”이기 때문에 ‘사회-지구시스템’으로 양쪽을 함께 보아야 한다. 따라서 “생태전환은 사회생태전환이 되어야” 하고 “심지어 사회과학 전체가 사회생태학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인류세’라는 용어가 국제지질과학연맹에 의해 공식 용어로 채택되지 못한 데에 대해 그는 사뭇 아쉬움을 표한다. ‘인류세’라는 말을 그는 ‘사회-자본세’라는 뜻으로 쓰는데, 무한 증식을 속성으로 삼는 자본의 작동이 오늘날 사회생태위기의 주범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과거의 포드나 피아트, 폭스바겐이 그랬듯 지금의 테슬라, 아마존,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권력복합체들이 사회-지구시스템을 ‘함께 그리고 동시에’ 무너뜨린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기후위기는 현재의 문명 자체의 문제”이며, 기온 상승폭 억제 같은 눈앞의 과제를 달성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당장의 위기를 극복하면 ‘지금과 비슷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적응-유지형 서사”는 버려야 한다. 인류가 모두 미국식 생활 방식으로 살기 위해서는 지구가 5개 필요하고 한국처럼 살기 위해서는 3.85개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인간과 비인간 생명체를 포함해 지구에 존재하는 모두가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미국과 한국 같은 북반구 선진국은 생활 수준의 하락을 받아들이고, 반대로 남반구 후진국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지금보다 크게 끌어올리는 대타협이 필수적이다. 이런 식의 균형 잡기는 당연히 단일 국가 안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문제는 이처럼 자명한 문제와 해결책에 딴지를 걸며 지구의 종말을 부추기는 ‘사악한’ 세력들이다. 여기에는 앞서 언급한 거대 기업들뿐만 아니라 트럼프로 대표되는 극단주의 정치권력도 포함된다. 자본과 권력이 연합한 이 ‘어둠의 자식들’에 맞서는 ‘빛의 자식들’로 조 교수가 꼽는 것이 ‘녹색 민주시민’이다. 사회생태위기와 관련한 의견을 에스엔에스에 용기 있게 올리고, ‘기후 악당’ 기업의 제품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펼치며, 극우 파시즘 세력에 맞서 싸우는 등의 구체적 실천이 녹색 민주시민의 몫이다.



지난 9월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일대에서 9·27 기후정의행진 본집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9월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일대에서 9·27 기후정의행진 본집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경어체로 쓰인 이 책의 기조는 이상적 당위론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조 교수 자신은 ‘의지적 사고’에 기반을 둔 “능동적 희망”이라고 달리 표현한다. 이스라엘의 폭압과 학살에 맞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견지하는 태도를 가리키는 말이 ‘수무드’인데, “역경에 굴하지 않고 의지를 굳게 지킨다”는 뜻을 지닌 이 말이 오늘날 녹색 민주시민이 갖춰야 할 덕목이라는 것이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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