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4월14일 인공지능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에이아이(AI)를 방문해 이 회사가 만든 인공지능 전용 신경망처리장치(NPU)를 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정부가 엔비디아에서 확보한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 가운데 1만3천장을 최근 국내로 들여온 가운데, ‘한국형 엔비디아’로 여겨져온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 제조 기업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엔비디아 지피유 확보로 대규모 인공지능 컴퓨팅 인프라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국산 인공지능 반도체의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지원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에서 엔피유 분야 대표 주자로 꼽히는 기업은 스타트업인 리벨리온과 퓨리오사에이아이(AI)다. 리벨리온은 지난해 말 에스케이(SK)텔레콤 자회사 사피온코리아와 합병하며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냈고, 퓨리오사에이아이는 올해 초 메타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을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리벨리온은 모회사인 에스케이텔레콤과, 퓨리오사에이아이는 엘지(LG) 에이아이연구원과 각각 협력 체계를 구축해 상용화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미국을 제외하면 전세계에서 엔피유를 개발한 나라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글로벌 수준의 반도체 설계·제조 역량을 모두 갖춘 삼성전자·에스케이하이닉스의 토대 위에 수십년간 전기·전자공학도들이 꾸준히 하드웨어를 연구해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구글·메타 등 소프트웨어 중심 빅테크가 기술 생태계를 주도하는 미국만 하더라도 반도체 관련 인력 풀이 많지 않지만, 한국은 다르다는 평가다.
2024년 에스케이(SK)텔레콤 자회사 사피온코리아와 합병한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 스타트업 리벨리온의 박성현 대표(오른쪽). 에스케이텔레콤 제공 |
문제는 저전력·고효율 엔피유 상용화를 위한 대규모 실증 기회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피유는 전력 소모가 크지만, 대규모 병렬 연산이 뛰어나 인공지능 모델 학습에 필수적인 칩이다. 반면, 엔피유는 학습이 완료된 모델을 기반으로 서버용은 물론 스마트폰·로봇·자율주행 등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에 적용되는 반도체다. 다시 말해, 엔피유는 지피유처럼 하나의 칩을 만들어 시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형태가 아닌 탓에 성능을 개선하려면 인공지능 모델 및 버전별로 칩을 다시 튜닝하고, 테스트하는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국내 엔피유 기업은 대부분 리소스가 부족한 스타트업이라 대기업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곤 한다. 정부가 전남 해남에 추진 중인 ‘국가인공지능컴퓨팅센터’ 구축 사업 요건에 국산 인공지능 반도체 의무 활용 비율을 최대 50%로 규정해 초기 시장 형성을 돕고자 한 이유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9월 사업을 재설계하면서 해당 조항을 삭제했다. 국내 엔피유 완성도가 아직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의무 비율을 적용하면 민간기업 참여가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는 대신 내년도 예산안에 1천억원 이상 규모의 엔피유 실증 사업을 편성했다. 정부가 직접 수요처가 돼 엔피유를 구매하고 공공 분야 사업 등에 활용하면서 ‘대규모 실증-성능 개선-민간 확산’의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올해도 본예산 200억원대 수준에 불과했던 국산 인공지능 반도체 실증 지원 관련 예산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약 1천억원으로 늘었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 에이아이 연구원 교수는 “국내 엔피유 스타트업이 삼성전자나 에스케이하이닉스 수준으로 성장한다면 우리 미래 산업은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중요한 건 글로벌 인공지능 기술 경쟁에 있어 시간적 제약이 있는 만큼 수년 내 골든타임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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