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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너머] 두 개의 키, 한 척의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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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하나였던 권력이 둘로 나뉜다. 경제 컨트롤타워였던 기획재정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그 기능은 재정경제부와 예산처가 나눠 맡는다. 경제정책과 재정 통제를 분리하려는 결정이다. 효율이 아니라 견제와 균형을 택한 선택이다.

그동안 기재부는 국가 경제 운영의 중심이었다. 정책과 세제, 재정과 예산까지 한 부처가 책임져왔다. 결정 속도는 빨랐지만, 힘이 한곳에 몰렸다는 비판은 꾸준했다.

둘로 나뉜 조직은 이제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재정경제부는 경제 운용의 키를 잡는다. 거시경제 흐름, 세제 방향, 국고 관리, 국제 경제 전략 등이 그 안에 놓인다. 곳간 지기가 된 예산처는 예산을 심사하고 필요와 요구를 구분하고 재정의 지속성을 따진다.

겉으로는 단순한 분리처럼 보이지만, 운영은 오히려 더 복잡하고 정교함이 요구된다. 예산처는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지출을 줄이자고 말할 수 있다. 반대로 재정경제부는 경제 상황을 근거로 재정 확대를 요구할 수 있다. 두 부처가 협력하면 균형을 이루게 되지만, 충돌하면 속도가 늦춰질 수밖에 없다.

핵심은 힘의 재배치가 아니라 룰의 재설정이다. 협의 없는 결정은 결국 다시 한 손으로 권력이 모이게 하고, 책임 없는 분리는 방향을 잃은 항로처럼 흔들릴 수밖에 없어서다. 두 부처가 같은 지도 위에서 움직일 절차와 원칙을 갖추지 못하면 이번 조직개편은 이름만 달라진 채 운영 체계는 과거의 방식에 머물 수밖에 없다.

책임의 경계도 함께 정리돼야 한다. 정책이 빗나갔을 때 누구의 책임인지 모호한 상태로는 시스템이 굴러가기 어렵다. 결정권과 집행권이 나뉘었다면 책임도 함께 나뉘어야 한다.


이번 조직개편은 단순한 '기재부 쪼개기'로 끝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기능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새 체제가 어떻게 조율되고 작동하느냐다. 이를 위해선 조율 방식, 의사결정 절차, 권한의 경계를 촘촘히 다시 설계해야 한다. 두 조직이 경쟁자로 서게 될지, 균형 잡힌 파트너가 될지는 결국 앞으로의 운영 방식이 결정할 것이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 영국은 2011년 예산 책임법을 제정하고 예산책임처(OBR)를 통해 예산과 재정 운용에 대한 견제 체제를 구축했다. 이런 구조는 조정 절차와 정보 공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경우 재정 통제와 책임성을 보강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다만 이 장치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단순한 법·제도보다 운용 능력과 정치적 환경, 협의 문화가 필요하다.

비슷한 제도는 해외에서도 시도된 바 있다. 영국과 미국은 정책 기능과 예산 심사 기능을 분리해 재정 통제와 견제 장치를 마련하려고 했다. 이런 구조는 조정 절차와 정보 공개 체계가 자리 잡으면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결과는 제도만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운영하는 사람, 정치 환경, 협의 문화가 맞물릴 때만 제도가 제대로 기능했다.


새해부터 한국 경제 항해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다. 지금 필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운영 원칙이다. 앞으로의 핵심은 '어떻게 나눴느냐'가 아니라 '잘 작동하느냐'다. 국가라는 한 척의 배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두 개의 키는 한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

[이투데이/세종=조아라 기자 (abc@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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