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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사법부 압박에… 법원장 회의서 긴급 논의

조선일보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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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전담재판부·법 왜곡죄 대응
법관대표회의도 8일 모이기로
법원행정처 “삼권분립 사라질 것”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뉴스1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 왜곡죄 도입’ 등 법안을 통과시키자, 전국 법원장들이 5일 모여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각급 법원 판사들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오는 8일 대법관 증원과 법관 평가 제도 등 여권의 ‘사법 제도 개편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그동안 대법원이 여러 차례 의견서를 통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는데도, 민주당이 사법부 압박 법안을 밀어붙이자 법원 내에서 집단 반발이 시작된 분위기다.

지난 3일 국회 법사위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과 법 왜곡죄 도입 법안, 판·검사의 처벌 대상 범죄 범위를 넓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등이 연이어 통과됐다. 이에 대해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국회에 출석해 “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과 사법권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백형선

그래픽=백형선


법원행정처는 지난 2일 전국 법원장들에게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 왜곡죄 도입 법안에 대해 “법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고 사법권의 독립 등 우리 헌법의 기본 원리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 관점에서 신중한 검토와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5일 열리는 전국법원장회의 때까지 소속 법원 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해달라고 공지했다.

이번 법원장회의 안건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률안 △법 왜곡죄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법 개정안 △법원행정처 폐지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이다. 이 회의는 매년 12월 열리는 정기 회의로, 원래 법원별 예산 집행의 전문화 방안과 사법보좌관 인사 개편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민주당의 법안 처리 속도가 빨라지자 회의를 사흘 앞두고 급하게 안건을 바꿨다. 법원행정처는 “국회의 심의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기존에 준비했던 안건은 서면 논의로 대체하고, 해당 법안에 관한 대응 방안을 논의 주제로 삼고자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4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차량에서 내려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내란 전담 재판부 설치’와 ‘법 왜곡죄 도입’ 등 법안을 통과시키자, 법원행정처는 오는 5일 전국법원장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전국 각급 법원 대표 모임인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오는 8일 열린다.

연합뉴스4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차량에서 내려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내란 전담 재판부 설치’와 ‘법 왜곡죄 도입’ 등 법안을 통과시키자, 법원행정처는 오는 5일 전국법원장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전국 각급 법원 대표 모임인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오는 8일 열린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여성변호사회 전직 회장 13명도 4일 성명을 내고 “내란전담재판부는 삼권 분립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법 왜곡죄는 사법권 침해를 넘어 정치권의 사법 통제를 불러올 위험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前변협 회장들 “與, 법치주의 위협 중단하라” 공개 비판

지난 9월 열린 임시 전국법원장회의에서는 대법관 증원과 법관 평가 제도 개편 등 민주당의 ‘사법 제도 개편안’에 대해 사법권 독립 침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번 회의에서는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이 더 거세진 만큼, 전국 법관들의 의견을 취합한 법원장들이 더 강한 반대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법안들에 대해 반대 의견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미 법사위를 통과한 ‘내란 전담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 관련 사건을 맡을 1·2심 재판부를 별도로 두고, 법관을 법무부·헌법재판소·판사회의가 추천한 사람 중 임명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장의 기능과 권한을 정한 헌법 원리나 규정과 상충한다”며 “국회가 입법 형성권을 갖는다고 해서, 사법권 독립 등 헌법의 근본 원리에 위반되거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선 안 될 ‘헌법적 한계’가 있다”고 했다.

법관이나 검사가 고의로 법리를 왜곡하거나 사실을 조작할 경우 처벌하도록 하는 ‘법 왜곡죄’에 대해서도 법원행정처는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가 도출될 경우 ‘법 왜곡’을 주장해 불필요한 고소·고발이 남발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법원 인사·행정 등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절대다수가 비(非)법관으로 구성된 ‘사법 행정 위원회’로 대체하는 민주당의 방안에 대해서도 법원행정처는 “합의체 방식은 의사 결정 지연, 책임 소재 불명확, 실무 비효율 등의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달 입법 공청회에 참석한 이지영 법원행정처 총괄심의관은 “헌법상 사법권에는 사법 행정권이 포함된다”며 “사법 행정 권한을 분산하더라도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이 정치적·외부적 간섭 없이 핵심적 사항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5일 열리는 전국법원장회의에서는 법원행정처 폐지에 대한 대응 방안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대법관 증원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와 법관 평가 제도 개편 등 민주당의 ‘사법 제도 개편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대한변호사협회의 평가를 법관 평정에 반영하는 문제에 대해선 “단기적·정치적 논의나 일시적 여론에 따라 제도가 성급하게 개편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의 안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안건이 올라왔다. 진보 성향 법관들의 목소리가 큰 것으로 알려진 전국법관회의에서조차도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 제도 개편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대한변협과 여성변회 전직 회장들도 이날 성명에서 “법치주의와 삼권분립 원칙에 대한 위협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내란 전담 재판부가 설치될 경우 “법관이 절대적 입법 권력에 휘둘리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민주주의 기둥인 삼권분립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고 했다.

법 왜곡죄에 대해서도 “판·검사에게는 직무 유기나 직권 남용 등 처벌 규정이 있는데도 법 왜곡죄를 신설하는 건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사법 장악 시도라는 의심을 갖게 한다”고 했다. 성명에는 박승서·정재헌·천기흥·신영무·하창우·김현·이찬희·이종엽·김영훈 등 전 대한변협 회장 9명과 김정선·이명숙·이은경·조현욱 등 전 여성변회장 4명이 참여했다.


일선 법관 사이에서도 반대 기류가 뚜렷하다. 내란 전담 재판부에 대해 한 부장판사는 “결국 민주당이 원하는 판결을 내리라는 것”이라며 “대법원장을 겨냥해 성급한 대법관 증원안을 내놓을 때도 놀랐는데 내란 전담 재판부는 훨씬 노골적인 사법부 압박”이라고 했다. 한 고등법원 판사는 법 왜곡죄를 두고 “검사는 정권 눈치를 보며 기소를 주저하고 법관은 외부 압박에 휘둘리게 되지 않겠나”라며 “수사·사법 질서가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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