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세종시 세종동 국립어린이박물관 지하 1층 도시 디자인 놀이터에서 박물관 관계자가 아이들에게 도시를 구성하는 시설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이들은 손을 번쩍 들고 직접 시설물을 설치해보겠다고 나섰다. 세종시엔 어린이박물관을 시작으로 2031년까지 도시건축박물관, 디자인박물관 등이 줄줄이 들어서 ‘박물관 단지’가 조성된다 /신현종 기자 |
4일 오전 세종시 세종동 국립어린이박물관 1층. 40여 명의 3~4세 아이들이 입장하자마자 빨강, 파랑, 노랑, 초록색으로 꾸민 기하학 모형으로 달려갔다. 아이들은 설치미술가 빠키(Vakki)의 작품 ‘마주하는 기하’ 11점을 직접 만지거나 걸터앉아 “알록달록 예쁘다” “딱딱하네”라며 연신 재잘댔다.
지하 1층 도시 디자인 놀이터 한편에 마련된 차량 정비소에선 아이들이 정비복을 입고 모형 차량의 바퀴를 갈거나 배터리를 설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딸 김가은(3)양과 함께 온 김명중(43)씨는 “키즈카페에서 미니카를 만지작거리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 아이가 정말 신나한다”며 “아이의 오감을 자극하는 발달 교육에 효과적이라 자주 방문할 예정”이라고 했다. 가온양도 “매일 오고 싶다”고 했다. 박물관을 찾은 이라온(9)군은 “뭐든 직접 만져볼 수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10점 만점에 9.5점”이라고 했다. 홍윤채(9)양은 “10월에 국중박(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왔는데 여기(어린이박물관)가 훨씬 재미있다”고 했다.
그래픽=이진영 |
개관한 지 약 2년 된 국립어린이박물관이 평일·주말을 가리지 않고 아이들 웃음소리로 북적이고 있다.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움직여볼 수 있는 전시물로 가득한 이곳에 지난 11월까지 총 33만4700명이 다녀갔다. 평일엔 900명, 주말·방학엔 1000명씩만 입장할 수 있는데 주말 예약은 늘 ‘마감’이다.
어린이박물관은 2023년 12월,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 선언’을 한 지 100년 되는 해에 문을 연 국내 최초의 독립형 국립어린이박물관이다. 연면적 4891㎡에 지하 1층, 지상 1층 규모다. 어린이들을 위한 박물관이라는 특색에 맞게 대부분의 전시관이 ‘체험형’이다. 주유소나 차량 정비소 등을 직접 운영해보거나, 땅속 배관을 연결해 볼 수 있다. 발로 구름판을 밟아 보면서 전기가 만들어지고 흐르는 과정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한 살 된 아이를 데리고 박물관을 찾은 장재현(37)씨는 “어린아이도 마음껏 전시물을 만지며 몸으로 세상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 거의 매달 방문하고 있다”고 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세종시 세종동에 건설 중인 ‘국립박물관단지’ 조감도. |
이처럼 흥행에 ‘성공’한 어린이박물관은 세종시 ‘국립 박물관 단지’의 첫 단추다. 이곳에선 세종동 중앙공원 약 20만㎡ 전체를 박물관이 집적된 지역으로 조성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축구장 27개 이상의 면적에 각종 박물관이 줄줄이 들어서는 것이다.
당초 세종시 건설 계획을 세울 때엔 도시 이곳저곳에 박물관을 분산 설치하려 했었다. 그러다 미국 워싱턴DC나 독일 베를린, 호주 캔버라 등 ‘박물관 도시’에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것을 벤치마킹했다. 예컨대 워싱턴 DC엔 스미스소니언 재단이 세운 자연사박물관과 항공우주박물관, 아시아미술관 등 박물관·미술관 21곳이 모여 있다. 한 해 2000만~3000만명이 이 지역을 찾아 ‘박물관 투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유석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박물관단지팀 사무관은 “해외 주요 도시들은 중심부에 박물관을 단지화해 랜드마크로 삼고, 이를 기반으로 행정·문화·관광을 엮어 도시 경쟁력을 높인다”며 “세종시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박물관 단지를 갖춘다는 목표”라고 했다.
4일 오전 세종시 국립어린이박물관 전경. 국립어린이박물관 주변으로 국립박물관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신현종 기자 |
어린이박물관 주변으로 2030년까지 도시건축박물관과 디자인박물관, 디지털문화유산센터, 국가기록박물관이 줄줄이 들어선다. 전부 국내 유일의 전문 박물관으로, 국가에서 운영한다. 세종시 관계자는 “과거 일부 민간 업체가 지은 관광용 박물관이 지방에 난립해 흉물이 된 사례도 있었다”며 “세종 박물관 단지는 이와 달리 전문성을 갖춘 우수한 박물관들로 채울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도 2031년 이곳으로 이사한다.
박물관 단지와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대통령기록관도 박물관 단지의 흥행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기록관엔 대통령 전용 캐딜락 리무진, 역대 대통령 취임 선서문, 연설·담화문 초고 등 기록물 3650만 점이 보관돼 있고, 이 중 일부를 구경할 수 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대통령실과 국회의사당, 국립박물관단지, 국립수목원으로 이어지는 축이 완성되면 세종시가 워싱턴DC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명소가 될 것”이라며 “국가 균형 발전과 지방 분권을 상징하는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세종=김석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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