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안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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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대표 당선 도와 사례받고
법무장관에 문자 보내 답변 요구
아무것도 아니면서 왕을 꿈꿨나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부인 이모씨가 5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이씨는 2023년 김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된 직후 김건희 여사에게 로저비비에 손가방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
그동안 드러난 김 여사의 증거 인멸 의혹은 대단하다.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모조품이 오빠의 장모 집에서 발견됐다. 김상민 전 검사가 구매한 이우환 화백의 그림도 비슷했다. 물건만이 아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는 김 여사 부탁으로 거짓말을 했다고 밝혔다. 최측근인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까지 “전씨 심부름을 해준 것으로 진술해 달라”는 김 여사 부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정도로 주도면밀한 김 여사가 명품과 편지를 함께 뒀다.
다른 금품들에 비해 저렴한 100만원대여서 간과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고가의 명품들로부터 특검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남겼을지도 모른다. 혹시 국민의힘을 공범으로 묶어두기 위한 포석은 아니었을까. 당 대표까지 지낸 김 의원 관련 비리는 국민의힘에도 타격이다. 김 의원이 내놓은 “여당 대표의 배우자로서 대통령 부인에게 사회적 예의 차원에서 선물한 것”이라는 입장은 예사롭지 않은 영부인과 여당의 관계를 암시한다.
계엄 직후 한남동 관저 앞으로 몰려갔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꽤 달라졌다. 반면에 윤 전 대통령은 지난 3일에도 더불어민주당을 비난하는 입장을 발표하는 등 국민의힘에 기대는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계엄 1년을 맞고도 제대로 된 사과를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 새 의혹이 돌출하는 윤 전 대통령 부부를 국민의힘이 안고 가긴 무리다. 한동훈 전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송석준·박정하·김용태 의원 등도 “비상계엄은 자유민주주의를 짓밟은 반헌법적 행동이었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해 변호인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
김 여사에 대한 비판도 격해진다. 서울시당 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왕이 되고 싶어 감히 어좌에 올라앉았던 천박한 김건희”라는 글을 올리는 바람에 친윤 인사들에게 맹공을 당했다. 배 의원은 김 여사를 “선출직도 아닌 아무 권한 없는, 본인 말대로 ‘아무것도 아닌’ 민간인”이라고 규정했다. 그런 민간인에게 특검은 이례적으로 징역 15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김 여사는 법정에서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했지만, 지난 8월 검찰에 출석하면서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과소 포장하는 바람에 신뢰를 더 잃었다.
김 여사는 명품백 및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박성재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내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느냐”는 메시지를 보냈다. 두 사람은 어제 나란히 특검 조사를 받았다. 계엄 무렵엔 조태용 당시 국정원장과 문자를 주고받았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의 문자도 소중히 여기는 국정원장과 장관을 칭찬해야 하나.
김 여사 부부로 인한 국민의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처벌을 줄이기 위해 갖은 수를 쓰는 건 피고인의 권리지만, 두 사람에겐 그런 계략이 오히려 독이 될지 모른다. 부하였던 사람에게 “피고인”이라고 불리면서도 한사코 책임을 아래로 전가하려는 윤 전 대통령과 샤넬백 두 개만 받았다고 주장하는 김 여사가 참으로 딱하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참회하고 진실을 고하는 편이 그나마 처벌을 줄이는 길이라는 조언을 건네는 사람이 두 사람 곁에 없다는 게 비극이다.
강주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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