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정 음악 에디터 |
제드기니제의 교향곡 1번이 지난 1일(현지시간) 베를린 필하모니홀에서 연주됐다. 지난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초연됐던 작품이다. 평범한 공연 같아 보이지만 아니었다. 제드기니제가 2009년생, 즉 16세이기 때문이다. 작곡가 정신의 집대성으로 여겨지는 교향곡을 쓰기 시작한 나이가 이렇게 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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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출신 제드기니제 각광
신동의 나이, 얼마나 어려질까
요즘 영재 어른 연주 답습 안해
제드기니제는 스승 없이 작곡을 시작해 독특한 세계를 펼친다. [사진 아스코나스홀트] |
그의 이름이 세계 음악계의 메이저 무대에서 거론된 지는 꽤 됐다. 2022년 스위스의 베르비에에 데뷔하면서 그해 음악제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드뷔시·바르토크와 더불어 자신이 작곡한 곡을 연주한 음원은 도이치그라모폰을 통해 발매됐다. 당시 13살이었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는 놀라운 자신만의 환상을 그려낸다.
여기에 푹 빠진 이들은 다름 아닌 거장들이다. 제드기니제를 발탁하다시피 한 다니엘 바렌보임, 그를 위해 재단을 설립했다는 리사 바티아쉬빌리,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제드기니제와 여러 차례 함께 무대에 서는 지휘자 사이먼 래틀. 제드기니제는 대형 에이전시인 아스코나스 홀트의 지원을 받으며 베르비에와 루체른 음악제에 매년 초청받는다. 교향곡 1번의 독일 초연은 이런 경력이 더욱 뻗어 나가리라는 확증이다.
사람들은 어린 음악가에서 모차르트를 찾아내고는 한다. 바렌보임은 제드기니제를 두고 “모차르트가 다시 유럽에 돌아왔다”고 했다. 제드기니제의 첫 교향곡이 모차르트의 고향에서 초연된 것도 의미심장하다. 모차르트는 첫 교향곡을 9세에 작곡했지만, 제드기니제 또한 6세부터 혼자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게다가 특별한 작곡 선생님 없이 혼자 바그너와 말러의 악보를 공부하며 음악을 썼다고 한다. 특히 오페라 ‘룰루’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 ‘푸른수염 공작의 성’과 같이 현대적인 작품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며, 독특한 음악 세계를 선보인다. 도무지 어린아이가 좋아할 것 같지 않은 작품들이다.
음악가들의 나이는 얼마나 더 어려질까.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가 22세에 오슬로 필하모닉의 상임 지휘자가 됐을 때의 놀라움이 아직 생생하지만 제드기니제처럼 더 어린 음악가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10월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는 2008년생 중국 참가자 티안야오 류가 화제였다. 국제 대회의 중압감 앞에서 생글생글 웃으면서도 음악의 한 경지를 보여줬다. 전체 순위에서 4위를 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팬을 만든 피아니스트였을 것이다. 또 한국의 15세 바이올리니스트 김현서는 10월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에서 어른들과 겨뤘고, 역대 최연소 결승 진출과 3위 입상의 기록을 세웠다.
놀랍게도 어린 음악가들의 특징은 어른 흉내를 어설프게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어른만큼 잘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만드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강렬한 세계를 선보인다. 제드기니제는 음악에 대한 호기심과 사랑을 열렬히 뿜어낸다. 피아니스트로서 11살에 연주한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3번을 들으면, 이 아이가 음악에 얼마나 진지하게 몰입하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요즘의 신동은 완벽하고 오차 없이 연주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그런 아이들은 너무 많다. 한 단계 위의 영재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들려주고, 그걸 매력으로 만들 줄 안다. 제드기니제가 전 세계 음악계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도 진솔한 이야기를 건네는 것처럼 말이다. 11살이던 2020년에 작곡한 ‘종소리’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자신이 5살일 때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게 헌정한 피아노 음악인데, 음악이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한 아이의 모습이 있다. 모차르트가 22세에 어머니를 잃고 썼던 피아노 소나타가 떠오르는 곡이다.
수십 년 동안 음악만 들여다본 거장들은 아직도 배울 것이 너무 많다며 겸허하다. 이제 이 세계에 막 뛰어든 신동들은 순수한 열정을 연료 삼아 타오른다. 청중은 두 경우 모두에 매혹된다. 2000년대 후반 태생의 놀라운 음악가들은 어린아이들만 가능한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제드기니제의 순수한 불꽃은 그중에서도 특히 오래갈 것 같은 예감이다.
김호정 음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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